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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공장 팔아요"]

작성일 : 2020.11.02 12:18 수정일 : 2022.06.29 05:23 작성자 : 관리자 (c)

 

‘덤핑경쟁’에 우는 레미콘업계

매출난 못견딘 레미콘 공장 매물 증가

 

제 살 깎아먹기에 레미콘 시장 혼탁

 

레미콘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물량 감소에 제살깎아먹기식 가격덤핑이 가중되면서 레미콘업계의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도권 레미콘업체들간 경쟁은 나날이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연초부터 내내 건설업계를 강타한 코로나발 수요 감소 속에 극심한 매출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 레미콘사들은 협정가격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공급을 강행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외곽의 일부 건설현장에 공급되는 레미콘 단가는 기준가격 대비 10%가량 낮게 형성되면서 레미콘 업체 간 덤핑경쟁은 점입가경인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시장엔 레미콘 공장 매물이 늘어나고 있어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레미콘 가격은 지역별로 책정되는데, 기준가격을 바탕으로 건설ㆍ레미콘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되는 협정가격이 시장의 최종 공급가격이 된다. 올해 수도권의 레미콘 기준가격은 ㎥당 7만580원, 협정가격은 이의 96% 수준인 6만7700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장기간의 장마ㆍ태풍 등으로 인한 수요급감으로 경영부담이 커진 일부 중소 레미콘사들이 협정가격 아래로 공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협정가격보다 4% 낮은 6만2100원에 공급하는 곳도 나타났다.  기준가격으로 따지면 12%나 낮은 금액이다.

 

 

시멘트 값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업계전반 경영부담 극심해질 듯

 

문제는 이 같은 덤핑공급이 수도권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만해도 수도권 외곽 등 극히 일부 지역의 중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저가 공급이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천 검단신도시 등 대형 건설현장이 밀집한 지역에도 덤핑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서울 중심부와 비교해 수요가 현저히 적은 수도권 외곽 지역은 예전에도 덤핑 공급이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처럼 대형 건설현장에 납품됐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쯤에는 레미콘의 핵심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레미콘 업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아세아시멘트 계열의 한라시멘트는 최근 포틀랜드시멘트(OPC)와 슬래그시멘트의 t당 가격을 기존 7만5000원에서 8만2000원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사들에 전달한 바 있다. 추후 신속한 단가 인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다른 시멘트사들도 가격인상을 검토 중인 만큼 연말에는 인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른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협정가격으로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에서 나 혼자 살겠다는 마음으로 가격 덤핑을 부추기는 몇몇 업체 때문에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전·충남에만 매물 30여 개

레미콘 차 잘 안보인다 싶더니…“국내 업체 절반이 폐업 기로”

 

“빨리 공장을 파는 게 그나마 폐업을 막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충북 청주에서 레미콘 회사를 운영하는 윤모 사장은 “레미콘업계는 지금 공황 국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레미콘 업체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2002년 직접 회사를 차린 그는 회사 매각을 고려 중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레미콘 수요는 바닥 수준인 반면 원자재 가격과 레미콘 운송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더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레미콘 공장 1083곳 가운데 150개(약 14%)가량이 올 들어 매물로 나왔다. 2017년 이후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가운데 레미콘 운송비 등 비용이 급격히 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조차 적자에 시달리는 지역의 레미콘 공장을 정리키로 하고 경남 김해와 경북 포항 레미콘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전·세종·충남에선 올 상반기에만 레미콘 공장 30여 개가 매물로 쏟아졌다. 이 지역 중소 레미콘 업체(104개) 세 곳 중 한 곳 꼴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종시 조성을 계기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이 지역 레미콘 공장이 대거 생사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이면 전국 레미콘 업체 중 절반 가까이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11년째 레미콘 트럭 신규 등록 제한”

운송업자 기득권 키워준 꼴

 

레미콘은 제조 후 90분 이내에 타설하지 않으면 굳어져 쓸 수 없게 된다. 건설회사는 레미콘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레미콘이 필요한 시기와 수량 등을 미리 정해 공장에 주문한다. 레미콘 업체 실적이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하는 이유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991년 484개였던 전국 레미콘 공장은 1999년과 2006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늘었다. 레미콘 공장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83개로, 29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레미콘 연간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3.8배로 불어 지난해 6억3254만㎥를 기록했다.

반면 전국 건축허가 면적은 2016년 이후 4년째 감소세다. 지난해 전국 건축허가 면적은 1억4429만2000㎡로, 전년(1억6096만4000㎡) 대비 10.4% 줄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0.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전방산업인 건설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지난해 전국 레미콘 출하량도 1억4700만㎥로, 전년 대비 5.5% 줄었다. 레미콘 공급 시설은 느는 반면 수요는 줄면서 지난해 레미콘 공장 가동률은 23.3%까지 떨어졌다.

 

 

운송사업자 파업 ‘직격탄’

원자재 가격 상승, 엎친 데 덮친 격

 

이런 상황에서 거듭된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파업은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대부분 레미콘 업체는 지입차주인 레미콘 운송사업자와 직접 운반 계약을 맺고 있다. 매년 레미콘 운송사업자 상조회와 협의해 운송비를 5~6%씩 올려왔다. 올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 레미콘 운송사업자가 15~20% 수준의 급격한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레미콘업계는 “레미콘 출하량 감소로 급격한 인상은 어렵다”며 버텼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건설현장에 타격을 주자 울며 겨자 먹기로 운송사업자의 요구를 결국 수용했다.

레미콘 원자재 가격도 뛰었다. 레미콘 중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모래 가격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2017년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서해 연안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서해 EEZ에서도 바닷모래 채취를 막았다. 이 여파로 2016년 2928만㎥였던 바닷모래 채취량은 2018년 31만4000㎥로 급감했다.

한국골재협회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의 모래 가격은 2017년 1월 ㎥당 1만2000원에서 지난해 중순 2만5000원으로 뛰었다. 자영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설비 규모가 크고 땅값이 비싼 수도권 레미콘 업체는 담보력이 있어 조금 더 버티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방 중소 레미콘업계에선 공장 매물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