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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세 ‘일단 멈춤’]

작성일 : 2021.01.04 02:35 수정일 : 2022.06.29 06:35 작성자 : 관리자 (c)

 

 

국회 심사 보류로 시멘트세 신설 무산

조세정책학회, ‘시멘트세’ 법리적 문제 지적

 

충북과 강원, 전남, 경북 등 4개 광역자치단체가 요구해온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 신설이 무산됐다. 국회에서 시멘트 신설과 관련한 법안 심사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지속해서 신설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의 반발과 수혜 지역인 제천·단양에서 시멘트세 신설 대신 기금 조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멘트세 신설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과 충북도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최근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심사를 보류했다.

앞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멘트를 지역자원 시설세 과세 대상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강원ㆍ충북 지역 여당 의원들과 함께 발의했다. 시멘트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 피해 복구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시멘트업계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연간 50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행안위는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등이 다른 분야의 세법 개정보다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개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한 지방세법 개정안에는 시멘트 생산량 1t당(40㎏ 1포대 40원)의 목적세를 과세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재원은 시멘트 생산 주변 지역의 환경 개선과 지역균형 발전사업 등에 쓰도록 규정했다.

시·군이 65%를 직접 사용하고 나머지 35%는 도가 특별회계로 피해 지역에 지원한다.

충북을 비롯해 시멘트공장이 소재한 지방의 자치단체들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원 등 피해 지역 지자체와 국회의원 등과 협력해 법 개정을 계속 건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바람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시멘트 생산 지역인 제천·단양에서 신설보다 기금 조성 주장의 볼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를 경유하지 않는 기금을 조성해 피해 지역에 직접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세법에 시멘트세를 신설하지 않아도 돼 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

세금은 용도 제약이 있으나 기금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금 설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 엄태영(제천·단양) 의원 등 시멘트 제조사 소재 지역구 의원들은 이런 기금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협회도 찬성하고 나섰다. 제천시 송학면과 단양군 31개 단체도 시멘트세 신설이 아닌 기금 조성에 동의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반면 충청북도는 기금은 법적 근거가 없어 재원을 확보하는 데 불확실하고, 세금도 지역주민의 재정 수요에 부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시멘트세 신설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보류된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에 대한 국회 심사는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세법 개정이 매년 하반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충북도 관계자는 “제천·단양에서 시멘트세가 신설되면 지방세 증가로 지역의 지방교부세 수입액이 감소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역자원시설세는 목적세로 지방교부세 수입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불확실성이 큰 기금 조성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시멘트세 신설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사와 노조까지 모두 반대

지역주민들도 시멘트세 아닌 기금방식 원해

 

이처럼 지자체 요구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지역자원시설세(일명 시멘트세)’과세 법안이 사실상 무산되게 된 배경에는 시멘트업계 전체는 물론 노동조합 조차 반기를 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추가 과세 법안 때문에 일자리마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회사와 지역주민에 이어 노조까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삼표시멘트,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등 국내 주요 7개 시멘트회사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월 7일 “시멘트세 논의를 중단해달라”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7개 시멘트업체 매출은 전체 시멘트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어 사실상 업계 노조 전체의 목소리라고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노총 소속이다. 이들은 “시멘트세 과세법안이 통과된다면 50여년 넘게 지역을 대표해 지역주민과 동고동락해온 시멘트업계는 연간 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며 “숱한 경영위기 상황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위해 난관을 극복한 기업의 회생의욕을 한번에 꺾어버릴 수 있는 매우 가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시멘트업계 생산공장은 해당 지역경제 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며 “시멘트세 과세법안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이는 신규채용 축소,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노조에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시멘트산업은 오염물질만을 배출하는 공해유발 기업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도 환경오염 순환자원을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최적화된 산업임을 인식해달라”고 호소했다. 

노조에 이어 지역 주민들도 시멘트세를 통한 환경문제 해결에 반기를 들었다. 충북 단양지역 단체들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기금 조성을 통해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재원을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으로 재원이 걷히면 지방세 증가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 시멘트 세금 부과에 따른 시멘트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시멘트 생산 1톤당 1000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조세정책학회, “동일 세목 시설세 부과는 이중과세”

주원료 석회석에 이미 과세, 타 공산품과의 형평성 위배

 

21대 국회에서 다시 점화된 시멘트 산업 대상‘지역자원 시설세’부과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큰 요인으로는 한국조세정책학회가 내놓은 최근 보고서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최근 이중과세와 타제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지역자원시설세’의 법리적 문제를 지적한 학계 차원의 최초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한국조세정책학회가 발표한 시멘트 산업 대상 ‘지역자원 시설세’신설을 주장하는‘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정책 검토 보고서는 개정안의 이중과세 문제를 언급하며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조세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멘트 제품의 원료인 석회석에 지역자원 시설세가 부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회석의 비중이 주원료의 90%인 시멘트에 동일한 세목의 시설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될 수 있으며 타 공산품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시멘트업계는 온실가스배출권 구매비용, 질소산화물(Nox) 배출부과금,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등 매년 약 1260억원의 추가적인 환경비용 부담금을 내고 있다. 석회석을 채굴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매년 39억원 상당의 자원세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 쌍용양회·한일·한라·아세아시멘트 등 업체들은 지역 내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발전기금으로 매년 200억원 상당을 지출하고 있다. 이 같은 지출로 매출 5조원이 넘는 시멘트 업계의 연간 순이익은 117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역자원시설세 500억원이 얹어지면 순이익은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20대 국회 때 이미 지역주민 대상 지원금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으로 일단락된 법안이 21대 들어 여당 의원들에 의해 재발의된 상황에 분통을 터뜨리는 모양새다. 

50년 넘게 지역 내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온 해당 기업들과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입법이 추진된 것에 대한 서운함도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도와 충청북도가 재원 마련 방안을 찾다가 지역 내 시멘트 공장을 타깃으로 ‘지역자원시설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라며 “법안을 막기위해 각 지자체를 방문해 보니,‘21대 국회때 막아봤자 22대ㆍ23대에서도 계속 지역 의원들을 통해 발의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끝까지 해보자는 뜻인데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50.4%)을 한참 밑도는 28.8%와 34.8%다. 업계에서는 한국조세정책학회의‘지역자원 시설세’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법안을 막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는 직접 지원을 하다보니 불만이 없긴 하지만 간혹 지원기금을 다 소진하지 못하는 지역도 나오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 단위 지자체에서는 불만이 컸을 것”이라며“50년 넘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온 시멘트 기업의 역할을 인정해주면서 지자체와 국회의원이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역자원시설세가 환경부담금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이 낸 세금이 지역 내 환경개선을 위해, 또 기업의 시설개선을 위해 적정하게 배분되어 쓰일 것이란 약속이 전제되어야 한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 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보다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멘트협회는 “지난 60여년 가까이 시멘트업계는 고용 창출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최근에는 매년 약 1260억원의 추가적인 환경비용 부담으로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시멘트세 부과 관련 논의를 거둬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의 불편 사항 해소와 환경개선을 위한 목적이라면 지자체,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을 통해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