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4.01 03:15 수정일 : 2022.06.29 06:00 작성자 : 관리자 (c)
양대 노총 싸움에 등터지는 레미콘업계
건설업계는 공기 늘어날라 전전긍긍 레미콘업계는 비용증가 우려감에 시름
서울·경기·인천 레미콘 믹서차량들이 매주 휴무제에 들어갔다. 2019년부터 시행된 토요일 격주 휴무제를 ‘전(全)주’휴무제로 확대한 것인데 건설사들은 공정계획 변경을, 레미콘사들은 강제로 연간 26일을 추가로 쉬게 생겼다. 한국노총 계열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하 전레연)는 지난 2월 말 레미콘 제조사와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 3월 13일부터 ‘토요 전주 휴무시행’ 방침을 알렸다. 2019년부터 시행한 ‘매월 첫째·셋째주 토요휴무’제를 확대해 수도권 지역에서는 매주 토요 휴부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따라 3월 13일부터 전레련이 시행하는 ‘토요 전주 휴무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김진회 전레연 회장은 “건설현장에서의 레미콘 납품단가에 대한 덤핑을 방지해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과로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과 레미콘 운송 종사자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해 매주 토요일 쉴 예정”이라며 “토요휴무에 협조하지 않는 건설사와 레미콘 제조사에는 운송거부와 함께 강력한 현장투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레연이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것은 2016년부터다. 2016년 전레연은 8·5제(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를 단행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자마자 토요일 격주 휴무제를 도입해 시행해 왔다. 이후 올해 3월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 휴무제 단행, 적용 범위는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회 회장은 “내년에는 충청·전라권에도 매주 휴무제를 시행하려고 한다”라며 “주52시간제를 전국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레미콘 기사들은 약 2만 3000명이다. 한국노총 계열의 전레연 가입 인원은 8500명, 이 중 7000명이 수도권 소속 레미콘 기사들이다. 수도권 전체 기사의 75%가 전레연에 가입한 셈이다. 전레연의 수도권 매주 휴무제 돌입이 당장 이번 주부터 시행되면 토요일 수도권 건설현장에서 타설 작업 진행은 대단히 어려워진다. A레미콘사 관계자는 “적게 일하고 많이 가져가기 위해 사전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면서,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은 1회 운반당 일정 금액을 받는 형태로 수입이 결정되는데, 굳이 일감을 줄여가면서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곧 있을 운반비 협상에서 얼마를 요구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의 운임은 재작년 하반기 ‘울산 사태’를 기점으로 가파른 인상폭을 보이기 시작했다. 재작년 7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레미콘지회는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총파업을 벌였고, 결국 10%(1회당 4만5000원→5만원)가 넘는 높은 인상을 이끌어냈다. 통상 3% 내외로 협상이 진행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인상폭이었다. 이후 민노총은 올 초 울산 인근 지역인 부산·경남권에서, 전레연은 수도권을 비롯한 광주·전남 지역에서 레미콘 운임을 10∼15% 인상했다.
건설업계, 공정계획 차질에 초긴장 레미콘업계, 운임비 인상 ‘발등의 불’
건설업계는 긴장한 모습이다. 레미콘 기사들의 근로시간 단축 압박이 본격화되면 건설사들의 공정계획 변경은 불가피하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누적된 공기 지연을 봄철 성수기부터 본격적으로 만회해야 하는 상황에 토요일에 타설을 못하는 상황은 공기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A사 현장소장은 “지금도 감리단에서 공기만회하라는 공문이 오는 상황인데 자재 수급 불안으로 평일에도 원하는 만큼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주52시간 이상을 일하라는 것이 아니라, 건설현장 특성을 감안해 휴무일은 고정하지 말아 달라는 것인데 노조에 끌려가는 상황이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중견건설사 A사 임원은 “공정이 일부 연기되는 현장이 나올 것을 대비해 스케줄 작업을 다시 하고 있다”면서도 “레미콘 수급량은 업체를 통해 조절하기 때문에 각 건설사별로 협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레미콘 물량 조절 과정에서 관급자재 상당 부분이 민간에 선납품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B사 임원은 “관수(정부나 지자체에서 필요한 제품)는 가격이 아무래도 민수보다 절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레미콘 제조사 입장에서는 건설사에 먼저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민간공사는 매출로 직접 연결되지만, 공공공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장 일정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도권에 포진한 대형 레미콘사들은 대책 회의도 가졌지만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냉가슴을 앓고 있다. 계획대로 납품일정을 요구하는 건설사와 레미콘 기사들의 휴무 가운데서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대형 레미콘 업체인 A사 관계자는 “어차피 일요일은 쉬는 상황인데 8·5제 시행과 매주 토요일 휴무가 맞물리면 수도권 레미콘 기사들은 사실상 주40시간 밖에 근무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계획에 따라 수도권에 아파트 현장이 집중되는 상황인데 주40시간 레미콘 타설로 공기 일정을 어떻게 맞출 수 있겠나.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레미콘 업계는 전레연의 움직임이 운임비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토요일에 타설을 하는 레미콘 기사에 추가 운임비를 주게될 텐데 이 금액이 평일 가격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레연은 오는 4월부터 수도권 운임비 인상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상폭은 미정이지만 내부에서 12% 인상안을 가장 비중 있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레미콘 운송업계를 ‘제2의 타워크레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레미콘사들의 경영권과 영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소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세력권 갈등’으로 두 노총이 운송단가 인상과 휴무일 도입에 경쟁이 붙으며 (인상폭 등이)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라며 “건설현장에 레미콘 납품이 중단되면 믹서트럭 외에 레미콘을 운반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없는 상황을 이용한 노조의 행태가 실망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춘래불사춘, 봄 같지 않은 봄에 울상 레미콘업계, 봄철 공사 성수기에 날벼락
이처럼 레미콘 시장은 성수기인 봄을 맞이했음에 불구하고,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완연한 봄에 접어들면서 레미콘업계가 공사 성수기를 맞이했지만, 믹서트럭 매주 휴무제를 비롯해 업계를 둘러싼 녹록지 않은 현실에 봄 기분을 느낄 수 없는 신세가 됐다는 분위기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져 온 제품 원재료 가격의 인상과 인건비 인상 등 다방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업계 전체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레미콘 수요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그간 등락을 같이 해온 시멘트업계의 가격 인상에 레미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레미콘 업체들에게 가격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간의 출혈경쟁에 따른 단가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제값을 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멘트 가격은 1t당 7만5000원이다. 지난 2014년 6월 이후 제자리로 시멘트업계는 제품 가격을 8만2000원에서 8만30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값은 통상 레미콘 업계와 조율하지만, 양측 모두 어려워지는 현실을 맞이했기 때문에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러한 시멘트업계의 결정에 레미콘업계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수요 감소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원재료 가격 인상까지 이뤄지면, 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시멘트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점으로 봤을 때 가격 인상을 논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업계는 매출액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을 늘려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면서 “매출이 줄어든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하락한 레미콘 시장에 찬물을 퍼붓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