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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업계 ‘공급대란 우려, 믹서트럭 부족 심각’]

작성일 : 2021.06.04 01:06 수정일 : 2022.06.29 05:58 작성자 : 관리자 (c)

 

 

12년째 묶어놓은 믹서트럭 면허 풀어달라

 

7월 국토부 건설기계수급 조절위원회 결정

레미콘 제조사vs운반업주 갈등 불가피

 

올해 건설경기가 회복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레미콘 제조업체들이 레미콘 운반차량(콘크리트 믹서트럭) 부족에 따른 레미콘 공급대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전국 2만6000대 규모로 묶여있는 영업용 레미콘 운반차량 면허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미콘 제조업계에 따르면 차량 부족에 따른 레미콘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레미콘 제조사들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출하량(2019년 12월 기준, 1억4710만㎡) 대비 부족한 운반차량은 3107대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건설시장 성수기(3~5월)에는 레미콘 출하량이 4158만㎡로 부족한 운반차량은 6302대로 급증한다.

국내 레미콘 시장은 현재 레미콘 제조사와 운반업자로 양분화돼 있다. 레미콘 제조사는 시멘트를 공급받아 설치(타설)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개인사업자인 운반업자(지입)를 통해 건설현장 등에 공급한다. 

레미콘 운반차량 면허는 공급과잉 경쟁과 근로자 보호 등을 위해 2007년부터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 관리대상이며 지난해 기준 9월기준 2만6147대가 운영 중이다.

유진기업(5,770원 상승30 -0.5%)과 아주산업 등 대형 레미콘 제조업체 이외에 중소업체들도 운반차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레미콘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도 출하능력 대비 보유·계약 중인 운반차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71.3%였다. 레미콘 트럭의 신규 차량등록 제한을 풀어주는 정부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83.3%에 달했다.

레미콘 제조업계는 올해 7월 운반차량 면허수를 정하는 국토교통부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앞두고 수급불균형과 가격경쟁력 악화 등을 이유로 운반차량을 확대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가격(원/㎡)은 건설경기가 호황이던 2017년 이후 6만4200원에서 지난해 말 6만2100원으로 줄어든 반면, 운반비(원/회전)는 같은 기간 26.5%(4만398→5만1121원) 뛰었다. 레미콘 운반차량 부족으로 수급불균형과 가격경쟁력 악화 등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레미콘 제조업계 관계자는 “2007년 수급조절 제도가 실시된 이후 레미콘 산업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면허 수는 뒷받침 되지 않고있다”며 “오히려 잘못되고 편향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운반단가만 급등시켜 산업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주52시간 근무와 맞물려 레미콘 운반업자에 노동시간 8·5제(오전 8시~오후 5시 근무)가 도입되면서 경영환경 악화, 공사기간 연장 등 제조사 부담이 커지고 건설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 주택 공급확대 정책 등이 본격 시행되면 레미콘 운송대란이 불가피하다”며 “레미콘 운반차량을 수급조절에서 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레미콘 운반업주들의 가격 담합과 한 대당 1000만~3000만원 안팎의 면허 권리금을 불법 거래하거나 자식에게 대물림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레미콘 운반차량 노후화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발생 문제도 있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레미콘 운반차량 중 15년 이상 된 차량이 33%이상이다.

 

 

2009년부터 꽁꽁 묶여 레미콘 믹서 트럭 몸값 높아져

믹서 기사들의 과도한 요구와 파업에 레미콘공장 폐업 

 

레미콘 트럭 기사에게 업계가 휘둘리는 것은 레미콘 트럭의 수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시행된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르면 레미콘 트럭을 새로 등록하려면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영세 레미콘 트럭 기사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2009년 이후 2년마다 열린 수급조절위원회 심의는 2019년까지 6차례 결정에서 매번 레미콘 트럭 신규 등록을 허락하지 않았다.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트럭 기사 등록을 결정하는 수급조절위원회에 노조와 정부 관계자만 포함돼 있고, 레미콘 업체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노조 측 입장만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레미콘 기업 대표는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건설업체 납품 단가는 묶여 있는 상황에서 운송비 갈등이 계속되면 결국 폐업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23년째 레미콘 공장을 운영해 온 박삼순(79) 석천레미콘 회장은 운반사업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견디다 못해 결국 이달 말 문을 닫기로 했다. 박 회장은 “몇 달 전 운반비 인상을 요구해서 올려줬는데, 이번엔 경조비까지 달라고 한다”며 “3기 신도시 건설 계획까지 발표돼 건설 경기는 호황에 접어들었는데, 레미콘 업계는 지금 문을 닫는 상황”이라고 했다.

12년간 신규 레미콘 트럭 등록이 동결되면서 건설 현장에선 운송수단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레미콘 업체와 계약된 레미콘 트럭은 2만1419대다. 지금 같은 건설 성수기에 비해서는 무려 30%가량 부족하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레미콘 공장 인허가를 내주면서 레미콘 트럭 부족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알아서 잘 협의해 보라고 한다”며 “중소기업이 정부 부처를 상대로 무슨 협상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레미콘 회사들은 레미콘 트럭 기사들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레미콘 업체는 지난 한 달간 공장 가동을 못했다. 한노총과 민노총 소속 기사들이 운반비 인상 폭과 관련해 대립하면서 상대방 트럭의 운행을 막고, 자해 소동까지 벌이며 정면충돌했기 때문이다. 

작년엔 부산·경남 지역 레미콘 트럭 기사들이 운반비 20% 인상을 요구하며 15일 동안 파업했다. 

당시 이 파업으로 건설 현장에 제대로 레미콘을 공급하지 못한 한 레미콘 회사는 결국 지난 2월 폐업하고 말았다. 광주·전남 지역 기사들도 지난해 6월 운송 거부 집단행동에 나섰다.

영세한 레미콘 업체들은 트럭 기사들의 파업과 운송 거부를 견디기 어렵다. 

국내 레미콘 업체는 지난해 10월 기준 925개, 이 중 75%가 연매출 12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에 채 못 미친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섞어 만든다. 레미콘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계속해서 섞어주면서 운송해야 하는데 이때 ‘레미콘 트럭’이 필요하다. 그마저도 운송에 걸리는 시간이 90분을 넘어서면 레미콘이 굳어버려서 사용할 수 없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운송수단은 없다.

 

 

면허대수 늘려야 한다는 레미콘생산업계 

오히려 5천대 가량 줄이자는 레미콘운송업계

 

레미콘업계의 이같은 주장에 레미콘 믹서트럭사업주측은 건설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면허수 5000대 가량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근로환경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지만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며, 차량 운영비(보험·수리)도 월 100만~200만원 안팎으로 운반비 현실화도 이뤄지지 않아 면허 추가는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수급조절 대상에 적용을 받지 않는 레미콘 제조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운반차량이 3000대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일부 레미콘 제조사들이 차량을 매입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선 ‘자가용’으로 불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계열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관계자는 “운반차량 면허를 늘리자는 주장은 제조사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한 꼼수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레미콘 시장에는 양대 노조의 세력 다툼과 관련된 갈등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국 믹서트럭 운전기사들의 최대 모임인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을 흡수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부산·경남권 레미콘사 소속 믹서트럭 운전기사를 영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체행동을 전개하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레미콘 업계는 불황 속에서도 5% 내외의 임금인상을 제안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이러한 흐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5% 수준의 인상안이 10%대로 돌아왔다. 이미 출하량이 줄어드는 시점에 고정비인 임금까지 확대됐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인 운송기사 임금이 늘어나면서, 각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업체들의 고심이 연일 커지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믹서트럭이 모자르기 때문에 운송기사들의 파업은 업체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증차가 어려워 운송기사들의 압박에 못 이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첨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레미콘 업계의 호소에 귀를 닫고 있다. 믹서트럭 수급조절위원회에는 공무원과 노조, 기계 제조사 등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귀를 열고 싶어도 레미콘업계의 상황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사실상 일방적인 소통만 이뤄지는 현재의 상황은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