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1.28 10:15 수정일 : 2022.06.29 05:50 작성자 : 관리자 (c)
"저품질 레미콘으로 고층부 타설 진행?"
광주경찰청, 납품 레미콘업체 10여곳 압수수색 ‘촉각’
지난 1월 11일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의 불똥이 레미콘을 비롯한 기초자재업계로 튈 조짐이 커지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방송화면을 통해 시공중인 고층 아파트가 붕괴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의 충격과 공분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사고원인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제각각 분석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는 불량 레미콘 타설로 의심의 시선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해당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는 물론 전국의 레미콘업계가 불량레미콘의 주범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운 마음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광주경찰청이 지난 1월 17일 콘크리트 납품 업체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언론을 통해 불량레미콘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재업계는 붕괴 원인에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고 파급 효과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사고 수습 이후 정부차원에서 자재업계에 대한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재 업계는 광주경찰청이 지난 1월 17일 지역 콘크리트 납품업체 10개사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라며 무거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경찰은 공사 계약과 납품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불량 레미콘 납품 여부와 시공사와의 계약관계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려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불량 콘크리트 의혹’을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그 외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도 콘크리트 강도 정밀 분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붕괴된 건물 각 층에 콘크리트 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지름 10㎝·길이 20㎝ 원형 시험체를 확보할 계획이다.
자재업계는 이번 압수수색과 강도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레미콘사 관계자는 “지역 중소 레미콘제조사들이 최근 3∼4년간 건설사에 ‘물량 배분’형식으로 공급하며 품질 담합을 해왔다”라며, “이 과정에서 시멘트 배합비율이 20%대까지 낮아졌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적정 배합비율을 지키지 않은 점이 이번 수사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레미콘 업계는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정부 차원의 품질관리 기준이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3월 국토부가‘불량 레미콘 퇴출’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에 포진한 1200여개의 레미콘 제조사들이 영업정지 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골재, 시멘트업계도 긴장
불량콘크리트=불량골재 인식 커
콘크리트 제조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골재 업계도 굳은 표정이다.
‘불량 콘크리트’ 의혹이 제기될 때 가장 먼저 지적된 점이 ‘불량 골재’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골재업계 관계자는 “광주 지역은 자연모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토분이 많이 섞인 마사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골재 품질이 안 좋기로 유명하다”라며, “광주 지역 레미콘사들은 전남에서 골재를 공급받고 있는데, 마사토의 선별 및 세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이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골재 납품 업체도 이번 사고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시멘트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한국시멘트협회 측은 “붕괴사고와 우리 업계는 직접적 영향이 없지만, 지역 중소사들의 고질적인 불량 콘크리트 제조 문제가 수면 위에 올라오면 한동안 시장이 시끄러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품질관리 기준이 강화되면 예상치 못하게 시멘트 수요량이 감소할 수도 있고, 우리 산업도 설비 관리 강화의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한발 떨어져 시장을 바라보는 제강업계 예상치 못한 판매량 감소에 당황한 모습이다.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공정을 꾸준히 진행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며 연초 가격 반등세로 시작했던 철근 시장이 다시 가라앉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유통사 관계자는 “올해들어 철근 유통시세가 반짝 오르고 재고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는 듯하더니 광주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거래가 죽어버렸다”라며, “건설사들이 타설 공정 진행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철근 소비가 줄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작년 연말 t당 102만까지 떨어졌던 유통시세는 올해들어 103만5000원으로 치고 올라왔지만, 사고 직후 연말 가격으로 회복하며 하방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제강사의 재고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기준 철근 제조 7대 제강사의 재고량은 약 24만t으로 월초 대비 4만t이 늘어났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2월부터 본격적인 제강사들의 보수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재고량이 늘어난 것에 대한 압박은 없지만, 건설사의 철근 소비량이 주춤한 것은 다소 주의해야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라며, “광주 사고를 기점으로 동절기 타설공사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철근 생산일정에 대한 조율 및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크레인과 충돌로 39~23층까지 붕괴 불가능
시공사의 고층부 타설 현장 관리능력 부실 지적
현재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콘크리트 강도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크레인과 충돌로 아파트 외벽이 39층에서 23층까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비상식적인 장면은 ‘불량 레미콘’을 사용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멘트 배합비율이 낮은 저품질 레미콘 사용으로 인한 콘크리트의 강도 저하가 코어(중심부)와 외벽만으로 하중을 견뎌야 하는 화정동 아파트의 붕괴 불씨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더불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저품질 레미콘으로 고층부 공사를 진행한 현대산업개발의 현장 관리능력을 질타했다.
그러나 이날 사고 현장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돌풍이 불어닥치면서 불가항력의 사태가 초래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콘크리트 기초재료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청주대 건축공학과 한천구 석좌교수는 “사고 당일 동영상과 현장에 남은 잔해들을 살펴봤을 때, 당일 콘크리트 타설현장은 광주시내에서 매우 드믄 갑작스런 돌풍이 몰아치면서 미처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레미콘 불량이 주원인이라면 중심부 코어부분부터 붕괴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날 사고 동영상을 보면 외벽부분이 바람에 뜯기듯 떨어져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고층부의 경우 돌풍의 영향을 지표면보다 훨씬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제어할 수 없는 강한 돌풍이 이 같은 불행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당수 국내 건설ㆍ콘크리트 업계의 전문가들은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의 붕괴사고 근본적 원인으로 콘크리트 강도 문제를 가장 먼저 의심하고 있다.
단순히 크레인과의 충돌만으로 39층 바닥부터 23층까지 T자형으로 무너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시공 전문가는 “건물 붕괴가 23층에서 멎은 이유는 22층이 피난층이어서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바꿔말해 23층부터의 외벽 콘크리트가 약간의 충격에도 부스러질 정도로 강도 저하가 심각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레미콘 품질 문제가 양생 시간에 영향을 미쳤고, 연쇄적인 심각한 강도 저하가 나타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찰은 특히 레미콘 업체가 제조 과정에서 레미콘의 골재 배합 비율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으로 함량 미달 레미콘을 정상인 것처럼 속여 건설사에 납품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광주의 한 건축설계사는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레미콘 배합 비율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고 이후 지역 레미콘 업계에선 수사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돌풍에 의한 천재지변급 재난이란 해석도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비판받아야
콘크리트 업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한국콘크리트학회 소속의 기술전문가는 “건물 붕괴과정에서 콘크리트 가루가 흩날리는 것은 ‘동해(凍害)’를 입었다는 뜻으로, 시공의 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콘크리트의 품질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지역 중소 레미콘사들로부터 납품받은 저품질 레미콘을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인 고층부 타설에까지 사용하다가 문제가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시공되는 국내 아파트들은 대부분 3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어서, 건설현장에서는 고품질 콘크리트 수요가 늘고 있다.
양질의 콘크리트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의 약 60∼70%를 구성하는 골재 품질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천연 골재 자원 수급이 어려워지며 건설현장에서는 발파석 등 품질 확보가 쉽지 않은 저품질 골재, 이른바 불량 골재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배합비율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는 레미콘사들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콘크리트 강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증축 및 리모델링을 위해 건물 구조설계를 하다 보면 콘크리트 강도가 예상보다 너무 낮아 사업을 중지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이번 붕괴 건물은 외벽과 코어 기둥으로 하중을 견디는 가변형 평면 구조여서 콘크리트의 역할이 중요했다. 시공사의 현장관리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작년 3월부터 불량 레미콘 품질관리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보여주기 식에 불과했고 실은 레미콘사가 직접 시험하고 강도를 관리했다”면서,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인데, 여기서 레미콘 업체들은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타설작업을 하던 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돼 현장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5명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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