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Home > 집중분석

레미콘 믹서트럭 운송노조는 ‘갑’

운송비 24.5% 역대급 인상, "전국 최고 수준 찍어"

작성일 : 2022.08.08 11:06

 

 “레미콘 운송비 폭등의 주범 믹서트럭 수급제한 풀어야”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파업 이틀만에 백기투항
레미콘 운송기사의 근로자 지위 인정은 피해

레미콘업계가 운송노조의 집단행동에 결국 두손을 들었다.
수도권레미콘업계는 지난달 3일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 노동조합과의 운송비 협상을 파업 개시 이틀 만에 극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운송노조는 운송비 24.5% 인상을 조건으로 단체협약성 조항은 모두 철회했다. 
이같은 협상 타결에 따라 7월 4일부터 건설현장 레미콘 공급은 정상 재개됐다.
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과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측은 운송료 인상 협상을 진행한 끝에 1회 운송비를 현행 5만6000원에서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1만3700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내년까지 6만3700원, 2024년에는 6만9700원으로 오르는 수순으로, 노조가 처음 주장했던 1회 운송료 7만1000원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급 인상률이다. 
추가로 레미콘 운송을 마치고 차량 청소 용도로 물을 받으러 오갈 때 드는 비용(회수수 비용)은 현재보다 1.5배 증액하기로 양쪽 모두 합의했다.
다만, 노조가 요구했던 △명절 상여금 100만원 △근로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 수당) 100만원 △명절 성과금 1인당 100만원(연 2회) △요소수 100% 지급(월 6만원 상당) 등 4가지 부가조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가조항을 받아들일 경우 레미콘 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어서, 레미콘사와 레미콘 믹서트럭 차주들 사이의 운송비 협약이 ‘단체협약’의 성격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양측이 지난 7월 4일 오전 10시에 서명하는 협약서에도 레미콘 운송기사 노동조합의 명칭이 ‘수도권운송연대’로 대체됐다.
협상에 참여한 레미콘사 관계자는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 연합회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운송비를 24%나 인상해준 것”이라며, “타임오프 수당 문제로 협상 결렬이 반복됐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레미콘 운송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협약을 마무리 지은 권역으로 남았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지방 레미콘업계까지 연쇄 불똥 튈라
건설업계 “고정비 떠넘길 것” 우려

그러나 수도권 협상 타결 소식에 다른 지역 레미콘 업계는 동요하는 분위기다.
이번 협상에 따라 수도권의 1회 레미콘 운송비가 무려 7만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노총이 주도해 역대급 운송비 인상을 받아낸 부산권조차도 올해 5만9000원에서 2024년 6만7000원까지 인상하는 데 그쳤다.
부산 레미콘사 대표는 “우리 지역이야 재무여건이 안 좋은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이라 열흘간 파업을 견디지 못하고 협상에 응했지만, 수도권은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데도 파업 개시 이틀 만에, 그것도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운송비를 24%나 인상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수도권은 부산 등 다른 지역보다 운송 시간이 짧고 물량은 많다. 이렇게 운송비를 올려줘 버리면 다른 지역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레미콘사 대표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만 믿고 고정비 인상안을 덜컥 받아드는 모양새인데, 경기침체로 건설현장 레미콘 수요가 감소하거나 자재 대체율이 올라가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건설업계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장 재가동은 반길 일이지만, 레미콘 운송비는 수요업계인 건설업계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측은 “협상력을 발휘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시멘트·운송비 등 고정비용 인상을 모두 수용한 후 건설업계에 전가하는 패턴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라며, “레미콘 업계의 고정비 전가가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건설업계 차원에서 중론을 모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수도권 레미콘운송노조의 파업으로 레미콘 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약 900억원 선으로 추산된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은 피해액 3000억원까지 합치면 근 한달 동안 4000억원에 상당하는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레미콘 원가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달한다. 
2017년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는 1회당 4만2000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레미콘 믹서트럭 차주들을 ‘특수고용직근로자’로 폭넓게 인정한 후 통상 4∼5%를 넘나들던 운송비 인상률은 2020년 9.6%로 급등했다. 
이후 2021년 8.7%, 올해는 2년에 걸쳐 24.5%를 올려주기로 협의했다.
이번 인상까지 포함해 운송비가 최근 5년 사이 무려 51.6%나 급등한 셈인데, 그 사이 레미콘 단가 역시 25%(㎥당 2017년 6만4200원 → 2022년 8만300원) 올랐다. 
레미콘 업계에서 추가 단가 협상안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장악한 부산은 최근 3년간 매년 10% 이상의 운송비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올해는 노조 격려금과 간부 활동비까지 포함해 운송비를 무려 35%나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열흘간 파업이 진행되자 재무 여건이 안 좋은 지역 중소 레미콘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노조와의 협상 타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다.
부산 레미콘사 관계자는 “운송비 부담으로 연초 건설업계와 협의해 단가를 12%나 인상했지만, 이후 과도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며 지역 업체에서 벌써 경영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하반기 시멘트 가격이 인상되면 추가 단가 협상을 제안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낮은 협상력을 기반으로 인상된 운송비가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공사에 투입되는 관수 레미콘 가격은 권역별 레미콘 단가를 기반으로 책정된다. 운송비 인상분이 레미콘 단가에 고스란히 얹어지며 최근 관수 레미콘 가격이 공공 공사비용 상승을 주도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운송노조의 ‘을’이 된 레미콘업계, “믹서트럭대수 증차해야”
운송료 2년간 24.5% 인상, 국토부, 2009년부터 믹서트럭 등록제한

특히 레미콘업계에선 믹서트럭 차주들의 쟁의에 결국 운송료를 향후 2년동안 24.5% 인상하는 상황의 원인이 된 믹서트럭 등록제한 조치를 폐지하고 믹서트럭 대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믹서트럭 차량 대수는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2년마다 결정하는데 2009년부터 ‘신규등록 제한’ 조치를 연장하며 13년간 차량 대수를 묶어두고 있다.
이번 인상안 합의로 레미콘 운송료(공장~현장)는 현행 5만6000원에서 지난 7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6만3700원으로 1만7700원 인상됐다. 내년 7월 1일부터는 1년간 6만9700원이 적용된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15~17%), 자갈(15%), 모래(10%), 경유(30~40%) 등 원재료와 유류비 인상으로 레미콘 제조 원가가 20% 가까이 오르면서 운송비 인상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믹서트럭 차주들은 다른 화물차주들에 비해 수입도 높은 편이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수도권 차주가 한달 간 하루 5회전씩 20일 레미콘을 운송하면 운송료 560만원에 유류비 70만원, 보조수당 25만원을 합쳐 월 655만원을 받아왔다. 1년으로 치면 7860만원이었다. 
인상된 운송료(6만3700원)를 적용하면 월 732만원, 1년으로는 8784만원이 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동향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화물차주의 차종별 월평균 순수입은 컨테이너 386만원,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455만원, 탱크로리 493만원, 카고형 381만원 등이다. 노조측에서는 레미콘업체로부터 유류비를 지원받지만 보험료, 차량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매달 240만원의 비용이 발생해 인상 전 순수입은 320만원 수준이었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가 레미콘운송노조의 쟁의 개시 3일 만에 두 손을 들었던 이유는 업계가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레미콘 제품 특성상 생산 직후 건설현장에 운송되지 않으면 굳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데다 믹서트럭 차량 대수가 생산량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레미콘 운반차량 필요대수는 2만7523대였는데, 실제 등록대수는 2만6111대였다. 
여기에 하루 쉬는 차량이 평균 1306대임을 고려한다면 2718대의 차량이 부족했던 셈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레미콘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레미콘 중소기업 믹서트럭 수급조절 관련 의견 조사’에 따르면 레미콘 중소기업의 71.3%가 운반차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레미콘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업계에 불리하게 구성돼 있다고 지적한다. 
위원 15명 중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학계 등 위원 11명을 제외하면 직접적 이해관계자는 4명인데 건설기계 임대업 단체인 대한건설기계협회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신규등록 제한 찬성측은 3명이고, 반대측은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1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한다면서도 13년간 차량 신규 등록을 규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믹서트럭 대수는 2009년 2만3036대에서 3000대 가량 늘어났다”며 “업체 자체 보유 믹서트럭은 신규 등록제한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영업용 개인차량 대수만 늘려달라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3년째 그대로인 레미콘트럭... 새정부 수급조절委 손대나
윤 대통령 직속위 축소 공언에 국토부장관도 ‘구조조정’ 시사

레미콘 믹서트럭 숫자가 2009년부터 내년까지 무려 14년간이나 묶인 가운데 이를 결정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자체적으로 부처내 위원회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강력하게 밝히면서다.
특히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수급조절위)의 경우 레미콘 제조사들의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 요구’에도 14년째 같은 결정만 반복하고 있는데다, 1000개에 가까운 제조사를 대표하는 단체 또는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수급조절위에서 계속 배제하면서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급조절위는 지난해 7월 위원회를 열고 레미콘 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덤프트럭에 대해 내년 7월까지 신규등록을 제한하는 ‘2021년 건설기게 수급계획’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레미콘 믹서트럭(믹서트럭)은 2009년 8월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같은 숫자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토부의 건설기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현재 레미콘 믹서트럭 등록대수는 총 2만6088대다.
레미콘업계가 수급조절위를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하는 근거는 이렇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조합연합)에 따르면 2009년 당시 711곳이었던 레미콘 제조사는 지난해엔 954개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생산능력도 이 기간 5억1038㎥에서 6억3162㎥로 크게 증가했다.
이들 기업과 계약한 믹서트럭은 2009년 당시 2만319대에서 지난해엔 2만188대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12년 사이 업체수는 34.2%, 생산능력은 23.8% 각각 늘었지만 믹서트럭은 5.2% 느는데 그쳤다.
업계에선 정부가 허가를 내준 믹서트럭 약 2만6000대와 개별 레미콘 회사들과 계약한 지입차 약 2만대간 차이를 업체들이 부족시 하루씩 부르는 ‘용차’ 또는 ‘일대차’로 추산하고 있다.
배조웅 레미콘조합연합회장은 “믹서트럭 증차가 14년째 이뤄지 않아 차량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운반비(1회당)는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110% 정도 올랐지만 같은 기간 건설사들이 올려준 레미콘 단가(㎥ 기준)는 50%도 채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경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6월 말 현재 전국 954개 레미콘업체 가운데 19개사(2%)는 중견기업이고 213개사는 중기업(22.3%), 그리고 나머지 722개사(75.6%)는 소기업이다.
배조웅 회장은 “국토부에 믹서트럭 수급제한을 해제해 줄 것을 그동안 수 차례 건의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믹서트럭 수급제한 결정 장기화와 믹서트럭을 운반하는 사업자(기사)들의 운송제한 행위로 중소 레미콘업체의 매출 감소, 수주기회 박탈이 이어지고 특히 향후 ▲제3기 신도시 개발 ▲공공주도 3080정책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에 레미콘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급조절위가 2년에 한번씩 전문기관 연구용역→전문가 의견수렴→업계 간담회를 통해 ‘수급에 문제 없다’는 결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주택건설이 집중된 지역은 40~50분 거리만 운행할 수 있는 믹서트럭 특성상 ‘절대 부족’ 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수급조절위가 국토부1차관을 위원장으로 해 국토부·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서울시·부산시·경기도 담당 고위공무원, 학계·노조·관련협회 관계자 등 15명으로 이뤄져있는 것도 레미콘업계에선 적잖이 불만이다.
정작 1000개에 가까운 레미콘업체들을 대변할 인물은 눈씻도 찾아봐도 없기 때문이다.
위원회에는 현재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관계자가 명단에 포함됐을 뿐 중견 레미콘사 단체인 한국레미콘공업협회나 중소 레미콘회사들이 모인 레미콘조합연합회는 빠졌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믹서트럭 수급은 국토부가 결정하는데 믹서트럭 인허가는 또 지자체가 내주고 있는 등 제도가 이원화돼 있다.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레미콘차 수급 결정권도 지자체에게 넘겨야 한다. 
수도권 등은 트럭이 없어 구하지 못하는 등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수급조절위를 존치한다면 업계 대표나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단체를 위원회에 반드시 포함시켜 균형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 소관 65개 위원회 가운데 수급조절위를 포함해 24개 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에 단 한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수급조절위는 지난 5월 2년의 임기를 끝낸 뒤 아직까지 위원회를 꾸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