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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으로 치닫는 시멘트 가격 인상 논란

1년새 세차례나 가격 인상 시멘트기업 대표들, 국감장 불려가나

작성일 : 2022.10.04 01:18 수정일 : 2022.10.04 01:25

레미콘, 시멘트업계와 단가인상 논의 시작조차 못해
내년으로 인상 시기 늦춰달라 요청에도 '묵묵부답’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고 무기한 공장 셧다운을 예고한 것은 레미콘 전체의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 문을 닫아서라도 시멘트가격 추가인상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A지역 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
“원가 부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 가격 인상을 제외하고 대안이 어디 있습니까. 가격 인상안 또한 기업의 생존권 문제입니다”(B 시멘트 업체 관계자)
이달 10일로 예고된 전국 레미콘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레미콘업계가 시멘트 단가 인상 철회를 요구했지만 9월말 현재 두 업계의 입장을 조율할 협상테이블 조차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업계는 단가인상 속도조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 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시멘트 업계도 원자재 급등에 따른 비용 압박을 호소하며 응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레미콘 공급중단이라는 최후통첩이 던져졌지만 정작 양업계는 논의 시작조차 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추석 이후 계절적 성수기에 돌입한 전국 건설현장이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단가 인상 철회 논의는 이미 한 달 넘게 답보상태다. 
레미콘 업계는 지난 9월 1일부터 단가 인상을 통보한 시멘트 제조사에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양측은 아직 마주 앉지 못했다. 또한, 시멘트 가격 인상폭이 가파르고, 레미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속도조절과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문에 앞서 전국 900여개 제조사로 구성된 임시단체인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레미콘 비대위)를 구성하고 대규모 규탄대회도 열었다. 조업 중단과 사업자등록증 반납 등 강경대응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시멘트 제조사에 단가 인상철회를 요구하는 공문도 다 보냈지만 답변이 온 곳은 전혀 없다”며 “시멘트 제조사도 원자재 때문에 힘들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인상 시기를 내년으로라도 늦춰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시멘트 제조업체들의 추가 인상요구를 반영하면 1년 간 상승폭은 30~35%정도다. 
시멘트 제조 업체들은 지난해 7월 공급단가를 5.1%가량 올렸고, 올해 2월 17~19%에 이어 이달 12~15% 추가로 인상했다.


 레미콘  “1년에 세차례나 인상은 비상식”
 시멘트  “현사태는 예년에 없던 비상상황” 

레미콘업계는 시멘트-레미콘-건설사로 이어지는 납품단가 연동제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멘트 제조원가·인상요인 공개를 촉구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업체 41곳을 공개했지만 레미콘·시멘트 업체는 빠졌다.
시멘트 제조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실제 시멘트 원가의 20~3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고효율 석탄) 가격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유연탄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전쟁까지 맞물리면서 상승폭이 가팔랐다. 
시멘트 제조사들은 지난달부터 인상 통보된 시멘트 공급 가격으로 레미콘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내부에서도 시멘트 업계의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단가 인상이 레미콘과 건설현장 등에 미치는 영향도 파악했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안이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연거푸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시멘트 업계에 크게 반발한 레미콘업계 간 갈등은 점차 고조되는 모습이다. 현재까진 해결사 역할을 해줄 구원투수가 안보인다.
당장 이달 10일부터 무기한 셧다운을 예고한 레미콘 업계의 경고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초지일관 1년에 세 차례씩이나 시멘트 가격을 올리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명분상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대표는 “도대체 어떤 곳이 1년밖에 안 되는 기간 동안 세 번씩 가격을 올리느냐”며 “가격 인상 시기를 조금만 더 늦춰달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라며 되물었다. 
이같은 레미콘업계의 주장에 시멘트업계는 현 사태가 예년에는 볼 수 없던 비상 상황이라는 반박을 내세우며 시멘트 가격 인상의 당위를 강조하고 있다. 즉, 시멘트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의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데 시멘트 업체 혼자서만 고통을 떠안는 힘든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두 업계가 생각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감정적 대립으로 번지는 모습까지 노출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제조사에 인상안 조정을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반면 정작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제값을 받으려면 건설사에 요구해야지 시멘트 업체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시멘트업계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결국 양측 간의 강 대 강 대치 구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두 업계 모두 생존을 명분으로 내걸고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두 주체 모두 대화에 나서서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업계전문가들의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셧다운으로 이어질 경우 더 많은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레미콘 시멘트 양측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구 못 찾는 ‘시멘트 vs 레미콘’
양측, 국회와 정부에 중재 호소 

이처럼 시멘트와 레미콘업계의 가격 인상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쪽 모두 국회와 정부를 향해 중재를 호소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가격’ 이슈에 대해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대원칙이 전제된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중재안이 나오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지난달 중순부터 건설현장 성수기가 시작되며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 사이의 가격을 둘러싼 분쟁은 첨예한 대립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장마철과 태풍으로 지연됐던 타설 공정이 시작되면 시멘트 수요량이 폭등하는데, 시멘트 업계가 9월 출하분부터 11∼15% 사이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황이어서 레미콘업계의 입장은 더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실론을 들어 지금처럼 극단적 셧다운 예고로 강대강 대치국면을 이어가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해 장사를 결정짓는 9∼10월에 시멘트 업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자칫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탓이다.
대형 레미콘사 임원은 “추석이 지나면 그동안 지연됐던 공정이 시작되며 시멘트 수요량이 7∼8월에 비해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10월에 파업이 예고되긴 했지만, 가격 인상으로 시멘트 업계를 지나치게 압박하면 시멘트 생산량이 감축된 상황에서 자칫 시멘트를 못 받을 수도 있다. 지난 상반기 가격 인상 때도 그랬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가격 인상을 앞둔 감산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형 시멘트사 관계자는 “7월부터 유연탄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시설 보수 작업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자연적으로 생산량이 10% 정도 감소된다”라며, “의도적 감산은 아니지만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에 주거래처에 물건을 먼저 줄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장에서 시멘트 수급을 둘러싼 마찰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는 국회와 정부를 동원해 가격 인상 분쟁에 개입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추석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6일 한국시멘트협회는 국회에서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시멘트 수급 대란과 국제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전달하고 국회의 중재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은 “정부의 강도 높은 탄소 중립 규제를 받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연탄 시세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며 원가 부담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수요 업계와의 마찰로 가격 인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정부의 적극적인 원자재 수급 노력과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업계, 단합대회 열고 강경대응 결의
“시멘트기업 대표 국감장 증인 채택 고민중” 

그러자 바로 다음날 레미콘 업계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한 후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인한 고충을 전달했다.
이날 김영석 레미콘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시멘트시장의 94%를 과점하고 있는 5개 대기업 시멘트사들의 기습적·일방적 가격 인상으로 업계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라며, “원자재 단가 공개와 가격 인상 적정성을 판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양쪽 업계가 국회와 정부를 동원한 의견 관철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인데, 국회와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에 적극적 개입은 다소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장원칙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시장 교란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 개입 및 중재를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라며, “다만 시멘트와 레미콘의 분쟁은 근본적으로 공공공사의 건설공사표준단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상호간 일정 수준 합의가 된 상황에서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정도는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업계의 파업 통보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시멘트 업계의 가격 인상에는 반대하고 있다. 폐기물로 연료를 대체했고, 러시아산 유연탄을 그동안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상황에 호주산을 기준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를 직접 구매하는 대형 건설사 측은 “상반기 가격 인상 때 큰 틀에서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작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러시아산 유연탄 시세를 감안했기 때문인데 당시에도 인상은 호주산에 준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구매 내역에 대해 개괄적인 통계치라도 나오지 않으면 일방적인 인상안은 수용하기 어렵다. 러시아산과 호주산의 구매비율과 각사가 구매하는 러시아산 평균 구매가라도 수요자에게 설명을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소속된 중소 레미콘회사 400여곳은 지난 9월 21일부터 나흘간 제주에서 경영혁신포럼을 개최, 행사기간중 시멘트 가격 인상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가격 인상을 통보한 시멘트업계에 맞설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레미콘연합회 배조웅 회장은 “건설사들은 이미 레미콘 가격을 더 이상 올려줄 수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로 현재 레미콘기업들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시멘트기업들과의 협상을 통한 상생뿐인 상황”이라며 “잇달아 가격을 올린 행위에 대해 시멘트회사 대표들을 공정거래 위반 등으로 국정감사 증인에 채택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