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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레미콘공장 철거 그 후... “4대문안으로 레미콘 안갑니다”

성수 레미콘공장 철거 후폭풍 “서울 4대문 안까지 레미콘 못가”

작성일 : 2022.11.07 01:22 수정일 : 2022.11.07 02:07

 레미콘운송노조, 서울 도심운행 힘들다며 웃돈 요구 
"대책 없이 성수동 레미콘공장 폐쇄한 탓" 

“서울시내 진입하면 하루 2~3건 고작, 생계 어려워”
운송노조, 레미콘 운송거부에 건설사 백기 투항

“레미콘 한 차에 49만원인데, 운송비 25만원이 말이 되나”
레미콘업계는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 소속 수도권 5개 지부(동남북·안양·부천·고양파주·성남광주)의 서울 시내 4대문 및 밀집 지역 운송거부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운송사업자들이 서울 시내 4대문 및 밀집지역 납품 시 운송비로 약 25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레미콘 한 차의 가격이 약 49만원인데 절반 이상을 운송비로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미콘운송차주들의 운송거부에 따라 중단됐던 서울 4대문내 건설 공사 현장이 건설사들의 운송비 인상 수용으로 일부 정상화됐다.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호반건설 등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레미콘운송차주의 추가 운송비 요구를 수용하면서 중단됐던 공사 현장이 10월 18일부터 재개됐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남산, 아페르한강, KT광화문 사옥을 비롯해 호반건설의 용산5구역 등 공사 현장이 다시 정상화된 것이다. 
건설업계는 골조공사의 핵심인 레미콘이 납품되지 않아 발생하는 지체상금이 하루 수십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단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10월초부터 시작된 레미콘운송차주들의 운송거부로 막대한 피해를 본 레미콘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신고)’라는 맞불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 레미콘 운송노조는 지난달부터 서울 4대문 등 도심권 레미콘 운송을 거부, 건설사에 추가 웃돈을 요구해왔다. 
이처럼 수도권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서울 도심 내 레미콘 운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대문 안 일부 건설현장의 레미콘 운반을 중단하면서 시내 건설현장은 레미콘 공급 중단사태를 겪어야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조 수도권 5개 지부가 지난달 1일부터 서울 사대문 안을 비롯해 도심권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운송 거부권을 행사, 시내 건설현장 곳곳에 공사 차질이 빚어졌다.
레미콘 운송조합측은 수도권 최대 레미콘 생산공장이었던 삼표 성수공장이 사라지고, 서울시의 운행 통행 제한 시행 등 심각한 교통체증과 회전수 감소 등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레미콘 운송노조 관계자는 “아침 8시에 레미콘을 싣고 나가면 오후 1시 넘어서 복귀한다”면서 “오전에만 2~3건을 뛰어야 먹고 살 수 있는데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교통체증으로 하루에 4~5건은 운송을 해야 하는데 서울 시내로 들어가면 하루에 고작 2~3건밖에 못하기 때문에 생계에 지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애당초 삼표 성수공장을 없애기 전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누차 얘길 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그 피해를 운송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수혜자인 건설사들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앞서 운송노조는 지난 8월 말 건설사에 ‘서울 시내 및 밀집지역 레미콘운송 진입’과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그동안 회전수 급감, 과도한 교통체증 등을 감수하며 서울 시내까지 레미콘을 운송했지만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월 25일로 정한 공문 회신기한을 넘기면서 이들은 서울 사대문 안 건설현장의 레미콘 운송을 중단했다. 
공문을 보낸 30여곳 현장 중 1군 건설사의 일부 현장이 멈춰선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체증에 90분내 공급 어렵다”
대우건설 세운지구 등 시내 공사 현장 차질 

이처럼 운송노조가 레미콘트럭 운행을 줄이거나 거부하면서 서울시내 일부 건설 현장은 한동안 멈춰섰다.
대우건설이 을지로 세운지구에 시공 중인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 단지, 계룡건설산업이 맡은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도 일부 공정이 중단됐다. 
호반건설이 참여한 용산 국제빌딩 5구역 정비사업도 시멘트 수급에 차질을 빚어 공사 진도가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꿎은 피해를 받는 건설사들은 전전긍긍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회당 운반비를 인상키로 협상을 끝내고 나서 노조와 직접 협상할 권한도 없는 건설사를 상대로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공사가 지연되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서울 시내 현장에 공급하는 레미콘 물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던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을 마땅한 대체지 없이 철거한 서울시의 결정이 수급난을 불러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의 생산능력은 1080㎥/hr로 시내 레미콘 생산기지 중 가장 컸다. 공장 철거로 시내 레미콘 생산 설비는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720㎥/hr), 신일씨엠 장지공장(720㎥/hr), 삼표 풍납공장(420㎥/hr) 등 3곳만 남게 됐다.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를 두고 건설관련업계가 도심 레미콘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해, 대체지 마련후 이전을 요구해 왔지만, 지역 민심에 민감한 정치권과 지자체가 이같은 현실적 애로사항을 무시한 채 철거를 강행한 댓가라는 지적이다.
레미콘운송 노조는 서울 도심 건설현장 레미콘의 60∼70%를 공급하던 삼표 성수공장이 철거된 뒤 거리가 먼 경기 지역에서 레미콘을 조달하면서 조합원 피로도가 가중됐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특성상 공장 출하 뒤 90분 안에 현장에 공급돼야 하는데 출근길 교통체증과 서울시의 통행시간 제한 등으로 시내 진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표 성수동 레미콘공장이 철거되면서 사실상 도심내 레미콘 공급기지가 사라짐에 따라 거리가 먼 경기지역에서 레미콘을 운송해야하는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건설사에 웃돈(추가 비용 보전)을 요구해왔다. 
출근길 교통체증과 서울시의 통행시간 제한 등으로 시내 진입이 어려워 운송횟수가 줄고 생계가 곤란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한 지난달 중순까지 서울지역 종로구, 중구, 용산구 등 도심권 일부 건설현장 가동이 중단돼, 유진기업, 삼표, 아주산업 등 수도권 대형 레미콘업체들은 매출이 막혀 큰 피해를 입었다. 
한 대형레미콘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 4대문내 운송시 추가 운송비를 운송차주들에게 지급해왔는데 이번에 건설사가 또 지급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車값 절반 운송비로 달라는 운송노조
레미콘업계 “1회 운송비 25만원은 횡포, 운송협약 성실히 이행하라” 

레미콘 운송노조가 요구하는 대책은 결국 운송비 인상이다. 
레미콘운송노조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지난 7월 현행 5만6000원인 수도권 레미콘 1회 운송료를 2024년까지 6만970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수도권 레미콘 1회 운송료는 올해 기준 5만6000원 가량인데 내년 6만3700원, 2년 후 6만9700원으로 오른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요구이긴 하지만 서울 시내 납품 운송비를 1회당 25만원은 말이 안 되는 횡포”라면서 “지난 7월 레미콘 운송협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협상 당사자가 아닌 건설사들에 대한 압박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레미콘 운송노조는 서울 성수동에 있던 삼표레미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조인철 운송노조 홍보국장은 “서울 사대문 내 레미콘 물량 70%를 소화하던 성수동 공장이 없어지면서 구리, 하남, 파주 등 경기도권에서 레미콘을 조달하고 있다”며 “1회 운송에 2시간 넘게 소요됨에 따라 서울 운송 한번에 오전 근무시간을 모두 할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레미콘 믹서트럭이 하루 4~5회는 운송해야 하는데 서울 도심에 다녀오면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90분 내 운반해야 하는 레미콘 특성상 불량률이 높아져 부실시공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운송비를 더 쳐주는 현장에서는 레미콘 운송을 재개한 분위기지만 대체재 없이 성수동 레미콘공장을 없앤 서울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운송노조는 급한 대로 버스전용차로를 오전 시간만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그래도 시멘트값 인상안을 두고 시멘트사들과 레미콘업계가 대치 상황인 가운데 레미콘 운송 문제로 비용은 더 상승할 전망이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료는 건설사가 아닌 레미콘 제조사와 협의하는데 건설사에게 공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멘트값 인상 등으로 가격 압박이 큰 상황에서 레미콘 단가는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 운송노조 횡포 막기위해 공정위 제소 계획
법조계 “운송차주 계약과 거래의 자유 제한...사업자로 판단해 처벌한 판례 많아”

운송노조의 레미콘 운송 거부로 서울 중심부에 현장을 둔 일부 건설사는 이미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에게 웃돈을 주면서 물량을 조달받아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곳으로 조달처를 바꾸거나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에게 웃돈을 줘가며 울며 겨자먹기로 레미콘을 조달받아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레미콘운송차주의 집단 행동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레미콘업계는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위해 공정위 제소를 진행하고 있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를 부당 공동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송차량은 유일한 레미콘 물류 수단으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차주들이 운송을 거부하면 운반비가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집단운송거부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26조를 어긴 정황들이 많아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26조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가격의 결정이나 변경, 거래 조건을 정하거나 제한하는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레미콘업계는 그동안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잦은 운송거부에 백기투항해 최근 2년에 걸쳐 운송비를 24.5% 인상해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운반비 인상을 관철시키기위해 단체로 차량 운행을 통제하거나 납품 현장을 점거해 고객사(건설사)를 압박하는 등 사례가 많이 접수됐다”며 “회사측과 운송차주간 개별 계약에 단체가 개입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운련 관계자는 “운송차주는 대부분 계약직으로 회사측과 협상할 힘이 없어 단체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전운련은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볼 여지가 많고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레미콘업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당 공동행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정거래사건 전문가인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울산 항운노조 사건의 경우 법원이 사업자단체로 보고 처벌한 판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라며 “운송차주들은 계약과 거래 조건을 각기 다르게 선택할 자유가 있는데, 어떤 단체가 이를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측은 또한 지난 7월 운송차주단체와 협상을 통해 “추가협상은 없다”고 합의한 내용을 이들이 먼저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추가 운송비 요구는 명백한 계약위반이며, 상호신의와 성실에 의해 맺어진 계약을 파기하는 행위”라며 “레미콘 업체들은 운송사업자들의 부당한 계약파기와 집단행동에 공정위 제소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