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수량검사 전면 시행 땐 불량골재 퇴출 가능
작성일 : 2023.01.03 02:48
![]()
단위수량검사 전면 시행 땐 불량골재 퇴출 가능
불량골재가 불량 콘크리트 낳아
단위수량검사는 불량골재 저승사자?
불량 레미콘을 잡아내기 위해 도입된 단위수량검사 의무화가 불량 골재를
퇴출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불량 콘크리트(레미콘)
문제는 시공사가 원가절감을 위해 레미콘에 물을 더 탔고 토분(土粉, 흙과 이물질)이
섞인 골재도 다수 사용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같은 물타기 불량 레미콘 근절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대책이 ‘단위수량(水量) 검사’다.
그런데 단위수량검사가 물탄 콘크리트 문제뿐 아니라 불량골재까지 차단하는 해결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단위수량검사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120㎥마다, 또는 배합이 바뀔 때마다 수분 함량을 측정해 ‘콘크리트 1㎥에 포함된 물의 양(단위수량)’이 185㎏을 넘지 않게 관리하도록 한 제도로 지난 12월 1일부터 의무화됐다.
이 단위수량 품질검사가 불량 레미콘 근절은 물론, 불량 골재의 유통도 함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돼, 업계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불량 레미콘은 ‘물타기’도 문제지만, 품질이 저급한 불량 골재 사용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드는데 골재가 차지하는 배합 비중은 80%에 달한다.
콘크리트에 미치는 골재의 역할과 중요도가 압도적인 셈이다.
그러나 골재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산지 6부 능선 이상 개발 제한, 바다골재 채취제한 등의 환경정책으로 골재는 수요보다 공급이 늘 부족한 실정이다.
골재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현재 인천과 경기서부지역은 골재난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골재채취와 관련된 규제가 너무 많고 골재채취 담당 주무부서가 이젠 국토부나 산림청 해수부가 아니라 환경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규제가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현장에서 불량 골재가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고 파쇄골재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붕괴한 광주 아파트도 광주 지역이 극심한 골재 공급난에 시달리자 토분이 다양 함유된 마사토(풍화된 화강암 모래)와 개답사(논·밭에서 채취되는 모래)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문제해결이 시급하다는 게 콘크리트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표준배합기준보다 물을 많이 섞으면 콘크리트 틈으로 염분 등이 침투해 철근의 부식을 유발하고 건축물의 내구성도 급속히 저하시키는데, 마사토와 개답사 등 불량 골재는 수분 흡수율이 높아 골재로는 적합하지 않다.
레미콘에 마사토 개답사 사용, 강도 못맞춰
전국에 골재 KS 인증 받은 업체 1%도 안돼
최근 한국콘크리트학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콘크리트 1㎥당 물 함유량은 산림골재 182㎏/㎥, 마사토·개답사가 227㎏/㎥로 마사토·개답사가 더 많았다.
마사토·개답사는 단위수량 기준인 185㎏/㎥마저 훌쩍 넘겼다. 또 마사토·개답사를 사용한 콘크리트 강도는 산림골재 사용 때 강도의 60% 수준에 그쳤다.
이는 선별·파쇄골재를 사용한 콘크리트의 단위수량이 산림골재와 비교해 21% 증가한다는 국가기술표준원의 '불량 콘크리트용 골재 유통 방지를 위한 KS 표준정비 및 제도개선 연구'와도 유사한 결과다.
불가피하게 저품질 골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시멘트 함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콘크리트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시멘트 사용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양질의 골재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차선책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품질이 우수한 산림골재는 환경규제 강화와 허가량 제한으로 갈수록 공급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이물질을 처리하지 않은 불량 골재들을 레미콘에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 골재 업체가 이물질 처리비용을 줄이려고 처리 과정을 생략하거나, 순환골재를 부순 모래로 둔갑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국토부는 골재 품질 균질화를 위해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KS인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국 골재 업체 2016곳 중 KS인증을 취득한 업체는 겨우 14곳으로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7월 국토부가 건설현장에 납품하는 레미콘 생산공장 품질관리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무려 90%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일부 업체는 레미콘 배합에 사용되는 골재 품질이 불량 판정을 받아 공급중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결국 불량 골재 유통을 막지 않으면 ‘단위수량 증가 → 콘크리트 강도 저하 → 건축물 안전성 저하 및 수명 단축’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단위수량 품질검사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전면적 시행이 아니어서 반응이 미미한 편이지만, 조만간 불량 골재를 퇴출하는 강력한 태풍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건설자재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골재 정책은 ‘대란’만 피해 가려는 수급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품질 골재를 만들어서 불량 골재와 같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고품질만 고집하겠나”라면서 “그나마 단위수량 검사가 시행되면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불량 골재가 시장에서 차츰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승 한양대 에리카 건축학부 교수는 “단위수량 검사가 전면 시행되면 불량 골재는 곧바로 퇴출당할 것이다. 콘크리트 배합전 원재료 검사과정에서 불량 골재를 판별할 수 있다”면서 “건설 현장에서 불량 골재를 걸러내면 레미콘사도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고, 골재 업체도 좋은 골재를 쓸 수밖에 없는 정상적 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재난 심화, 토석채취 6부능선 제한 풀어야”
정상부터 깍는 토석 채취가 환경훼손과 붕괴사고 위험 예방
“골재난이 이처럼 심각한데, 정부는 더 이상 토석채취시 6부 능선 이하로 제한하지 않고, 유럽의 다수 국가들처럼 아예 정상부터 깎아내려오는 방식을 도입하면 환경훼손을 최소화 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 문제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한국골재산업연구원 김인 원장은 만성적 골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국내 토석채취 6부 능선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현재 골재의 기초원료가 되는 토석 채취는 현행 산지관리법에 따라 6부 능선 이하에서만 가능한데 다만 표고 300m 이하의 야트막한 산일 경우 7부 능선 이상에서의 토석 채취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토석 채취를 비롯한 대부분의 개발 행위를 하기 전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업무 매뉴얼’에 6부 능선 이상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서 발생한다.
환경부가 야생조수 이동통로 확보 등 생태축 단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규제에 막혀 상위법인 산지관리법에서 허용한 표고 300m 이하의 산에서도 6부 능선 이상에서는 토석 채취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6부 능선 이하에서 토석을 채취할 경우에는 산 중턱에서 작업을 시작해 계단식으로 비탈면을 만들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붕괴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상존할 수 밖에 없다고 김원장은 설명했다.
반면, 7부 능선 이상, 즉 산꼭대기에서부터 차곡차곡 깎아 내려오면서 토석을 채취하면 안전사고의 위험도 줄어들고 또한 6부 능선 이하에서는 산의 일부만 작업할 수 있지만, 정상에서부터 작업하면 산 전체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토석 채취량도 최소 5배 이상~1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이 부분은 환경부가 ‘업무 매뉴얼’ 규정만 고치면 현재 산림 골재 연간 수급계획량인 1억700만㎥의 최소 5~6배 이상은 채취할 수 있다”며 “6부 능선 이하 개발조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훼손과 계단식 비탈면 작업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골재협회의 지난해 연간 골재수급계획에 따르면 서울 남산의 2배를 넘는 총 2억6300만㎥를 채취계획중 산에서 채취하는 산림 골재는 전체의 41%인 1억700만㎥이다.
나머지는 건설 현장의 폐기물 등을 활용하는 선별파쇄용 골재 1억2000만㎥(46%)와 하천·바닷골재 3600만㎥(13%) 등으로 공급된다.
김 원장은 “무려 22개 법령에서 토석 채취에 관련 사항들을 제한하고 있다. 예외 조항이라도 추가해서 6부 능선 이상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면서 “조만간 업계의 의견을 모아 환경영향평가 업무 매뉴얼에 추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탄력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천구 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명예석좌교수는 “완전히 산을 날리는 등의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업계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환경부의 대의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관련 매뉴얼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와 산림청은 최근 부처 간 정책협의회를 갖고, 업무 매뉴얼의 관련 조항에 예외 조항을 추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청 산지정책과 관계자는 “산지관리법에 예외 조항으로 7부 능선 이상에서도 토석 채취가 가능하도록 명시된 만큼 환경영향평가 업무 매뉴얼에도 예외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조항이 토석 채취 현장에서는 강제적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매뉴얼 개정작업을 검토하겠다”면서 “골재 업계의 제안을 받아 구체적인 예외 조항을 신설, 이르면 새해부터 새로운 매뉴얼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