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계 망하란 소리냐”
작성일 : 2023.02.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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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레미콘 단가 10.4% 인상
레미콘업계 "엄혹한 시장 상황 반영해 양보"
레미콘가격 인상이 타결됐음에도 레미콘업계가 울상이다.
레미콘값을 올리기 무섭게 시멘트업계가 시멘트값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레미콘·건설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월 3일 오후 진행된 가격 협상을 통해 1월(시멘트가 인상분 ㎥당 4200원)과 5월(기타 인상분 ㎥당 4200원)로 나눈 계단식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5월 이후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당 8만87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이처럼 1·5월 두 차례에 걸쳐 ㎥당 4200원씩 인상된다.
현행 단가(㎥당 8만300원)에서 10.4% 인상되는 셈으로 전년 인상률(11%)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 가격 협상 결과는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전국 권역별 협상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레미콘과 건설업계 양측은 지난 연말 진행된 협상을 통해 시멘트 인상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했으나, 5월부터 적용되는 기타 인상분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었다.
레미콘 업계가 당초 요구한 추가 인상액은 ㎥당 5300원, 건설업계가 제시한 인상분은 ㎥당 3500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1월 3일 3번째 협상에서 레미콘과 건설 모두 한발씩 물러서며 추가 인상분 ㎥당 4200원에서 접점을 찾았다.
레미콘 업계가 경기 침체 상황 속 건설업계가 직면한 고충을 상당 부분 이해해 준 결과다.
수도권 소재 레미콘사 임원은 “현재 레미콘업계가 받는 경영위기를 감안하면 ㎥당 8400원 인상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지만, 올해의 엄혹한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릴 건설사들의 고충을 반영해 어렵게 양보했다”라고 설명했다.
홍남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회장은 “1·5월 계단식 인상에 합의해 준 수도권 레미콘 업계에 우선 감사하다”라며, “수도권 인상안을 준용해 전국 권역별 협상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레미콘가격 인상이 결정되자마자 시멘트가격이 덩달아 추가 인상할 움직임을 보여 레미콘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올 초부터 대폭 인상되면서 시멘트값 추가 인상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
시멘트업계는 전기료가 예정대로 오르면 원가 부담 가중으로 시멘트값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원가인상분이 t당 2만6000원 발생했을 때도 수요업계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절반만 인상했으니, 올해도 절반인 t당 8000원 이상은 인상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멘트 업계가 불과 2개월 만에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레미콘업계는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시멘트 7개사가 도출한 올해 추가 원가상승분은 t당 1만6600원이다.
작년 4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기준·실적연료비와 전력요금 인상분만 반영했을 때 t당 3950원, 한전이 목표치인 나머지 38.5원을 인상하면 t당 3650원의 원가인상분이 추가로 발생한다.
전기요금만으로 t당 7600원의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작년 가격 인상 때 반영하지 못했던 유연탄 단가와 안전운임제·유가상승에 따른 물류비 증가, 도급비 상승분을 더하면 추가로 t당 9000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레미콘업계는 작년 두 번의 가격 인상도 버거운 와중에 추가 인상은 존립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가격 타결에 지방 레미콘사 불만
“최소 15% 일괄 인상해야 하는데....”
사실 수도권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가 합의한 1·5월 두 차례에 걸쳐 ㎥당 4200원씩 계단식 인상결정을 두고도 레미콘업계는 볼맨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후속 협상을 앞둔 부산·대구·광주 등 지역 레미콘 업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심화된 골재·운반비 부담을 앞세워 최소 15% 이상의 가격 인상을 추진하려 했던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까닭이다.
최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울산을 시작으로 각 지역 레미콘 업계는 긴급 사장단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의 타결 소식에 협상전략을 다시 짜기 위한 수순이다.
부산 레미콘사 임원은 “수도권 가격 인상 타결 결과를 보고 인상분이 너무 적어 깜짝 놀랐다. 시멘트 인상분(㎥당 4200원)도 지나치게 과소 책정됐고, 나머지 인상요인은 거의 반영이 안된 것 같다”며, “무엇보다 1·5월로 나눈 계단식 가격 인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부산은 1월부터 ㎥당 1만원 이상은 일괄 인상을 해야 원가 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울산·대구·광주 등 다른 지역 레미콘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건설업계와 한 차례 협상 테이블을 마주한 대구만 해도 ㎥당 1만1450원 일괄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대구는 2020년 20%에 가까운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지역 도시정비사업지에 레미콘 공급을 일방적으로 끊었던 ‘전력’으로,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협상이 까다로운 곳으로 꼽힌다. 광주는 ㎥당 1만60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타결된 수도권과 달리 지역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 간의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연초부터 레미콘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에도 시멘트 가격 상승분을 감안해 계단식 가격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지역별 골재 특수성까지 고려해 가격 인상안을 도출한 만큼 레미콘 업계에서도 합리적 인상안을 제시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지역 레미콘사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골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연료비 부담도 상당하다”며, “제값을 받지 못하면 올해 더 심화될 골재 파동 속에서 적정 생산량 유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시멘트값을 2개월 만에 또 올려?
레미콘업계 시멘트값 추가인상 시도에 분노
이처럼 레미콘 가격 인상타결을 둘러싼 레미콘업계의 불만에 시멘트업계가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34%에 달하는 역대급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시멘트 업계가 올해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감안했을 때 t당 8000원은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분을 바탕으로 1월부터 권역별 레미콘 단가인상 작업에 착수했던 건설·레미콘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시멘트 업계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따라 t당 7600∼8000원 사이의 원가 변동 요인이 발생, 연내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추가 인상할 경우 시멘트 가격은 t당 11만3000원까지 올라간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악화일로인 한전의 누적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올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한다고 지난 연말 발표한 바 있다. 한전이 제시한 51.6원 대비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산업계는 전기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어 연내 한전의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멘트 7개사는 1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된 직후 사업계획서를 재수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A사 임원은 “㎾h당 13.1원 인상분만 반영해도 90억∼100억원 사이의 손실이 발생한다. 2분기 추가 인상이 단행된다면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B사 관계자는 “작년 11월 가격을 인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연초부터 수요업계에 추가 인상안을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13.1원 인상까지는 감내하자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면서도, “여기서 전기요금이 더 오른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라시멘트는 지난 1월 1일부로 시멘트 공급가격을 톤당 9만26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4.5% 올린 바 있다.
앞서 업계 1위인 쌍용C&E도 지난해 11월 1일부로 시멘트값을 톤당 9만800원에서 10만4800원으로 15.4% 인상했다.
아세아시멘트도 같은 시기 톤당 9만2300원에서 10만5300원으로 14.1% 올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삼표시멘트가 11.7%, 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가 15% 시멘트 공급가격을 인상했다.
이미 시멘트업계는 작년 4월 시멘트값을 15~18% 가량 올린 데 이어 짧게는 5개월 만에, 길게는 9개월 만에 또 가격을 인상했었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연탄값이 지난해 2배 넘게 급등하고 물류비 등 각종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현재 추세대로 전기료가 오르면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은 1월 1일부로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요금 인상은 시멘트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킬른(소성로)의 불을 끄지 않고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료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3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산업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한국전력공사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2023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으로 산출됐다.
2분기이후 추가 인상이 관측되는 배경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1분기 전기료가 13.1원 인상됨에 따라 시멘트 제조원가가 18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산업부 보고서 대로 38.4원 더 오르면 원가 부담은 800억~900억원 더 늘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시멘트값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멘트 t당 11만원 넘어서나
7개사 사업계획서 재수립 나서
그러나 레미콘업계에서는 시멘트값의 추가 인상 검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유례없이 2번이나 인상했는데 더 이상의 인상은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시멘트는 통상적으로 레미콘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시멘트값이 오르면 레미콘값을 재차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건설사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쉽지 않고, 1월에 올리기로 합의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추가 인상에 대한 부분은 논의 시간이 필요해 레미콘값 인상분이 반영되는 것도 시멘트값 인상 시기와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값이 지난해 11월에 인상된 반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최근에야 반영돼 2개월간의 원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부담했다”며 “그마저 올해 1월과 5월로 나누어 반영하고 아직 전국 권역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데 시멘트값을 추가 인상한다는 것은 레미콘업계더러 망하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 주재로 열린 가격 협상장에서 시멘트 업계 측이 “올해 추가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아놓은 터라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한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레미콘사 임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안은 이미 작년부터 나왔던 계획인데, 이제 와서 원가 변동 요인이 발생했다는 시멘트사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작년 협상장에서 한 시멘트사 임원이 절대 추가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인상률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인상 시점만 조율한 것인데, 이렇게 수요업계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지방 레미콘사 대표는 “작년 시멘트 업계가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며 레미콘사들은 제때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을 위기”라며, “정부가 개입해 산업용 전력요금 인상은 억제하고, 건설업계가 원가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해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는 등의 다각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위기를 맞은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원가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원가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이라 어떠한 근거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지 알 수 없다”며 “시멘트업계가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하며 주요 근거로 들었던 유연탄값은 하향 안정세로 원가 부담이 줄었을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각) 유연탄(CFR 동북아 기준) 가격은 톤당 162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53.97달러(24.9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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