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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됐던 공사성수기 시멘트 대란... 해법은?

“제발 시멘트 좀 구해 주세요”

작성일 : 2023.05.02 10:57 수정일 : 2023.05.02 12:44

곳곳이 아우성... 
공사성수기에 찾아온 시멘트 대란

건설업계에서 성수기로 불리는 봄철 공사현장이 때아닌 ‘시멘트 대란’으로 아우성이다. 
시멘트 수요가 늘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한 것인데, 자재 부족으로 공사를 멈춘 현장에서는 공기가 늘어질 수밖에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작년부터 건자재 가격의 상승과 화물연대 파업 등 노조 갈등으로 번번이 공사가 중단되는 등 겹악재를 호소하는 건설업계는 결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시멘트 품귀로 건설 현장 곳곳 중단 
수도권 심각... 수출 물량 조절 나선 정부

삼부토건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공사중인 주거상업복합시설 건립공사 현장은 시멘트 수급 부족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구매부서에선 웃돈을 주고라고 레미콘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절부절못하는 분위기다.
해당 현장은 올 여름 준공을 목표로 한참 마무리 공사중인 해당 공사는 현재 막바지 내외장 작업이 진행 중인데, 지난달 조경면적구간 콘크리트를 타설할 예정이었지만 레미콘 공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공사를 잠정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주거상업공간을 함께하는 이 시설은 올 8월 준공 및 입주계획을 세웠지만 공사 차질로 계획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마찬가지로 현재 민간과 공공 건설 현장에서도 주문한 레미콘 주문 물량이 오지 않아 시멘트 타설 등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 구의2동 복합청사 건립현장. 
오래된 구의2동주민센터가 자리잡고 있던 이곳은 오는 8월까지 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청사로 거듭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레미콘 물량 부족으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건설사가 중소 레미콘사에서 레미콘을 납품 했지만, 물량 부족으로 유진기업에 추가납품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곳도 물량이 부족해 삼표그룹에도 급히 레미콘 공급을 요청한 상태다. 
공사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레미콘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공사현장이 많은데 여기가 유독 더 그렇다”면서 “공기를 맞추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상위 100위권 이내 중·대형 건설사는 전국에 총 154곳 공사현장을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98곳(63.6%)이 시멘트 및 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을 겪고 있다. 
공공 현장(42개)에서는 절반인 21개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민간 현장(112개)은 50개(44.6%) 현장이 멈췄다.
협회는 “수도권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시멘트 공급부족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며 “시멘트 공급부족이 장기화하면 자재 가격 급등, 공사비 상승, 아파트 입주 지연 등 국가적 문제로 악화할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해외로 수출되는 시멘트 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리고 정부, 건설사, 시멘트·레미콘 업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시멘트 생산량과 재고량 정보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월 6일 서울시 중구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 정부부처 및 업계관계자들과 긴급상황점검을 통해 “시멘트·레미콘 수급 문제로 건설 현장에 많은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산업부는 부족한 시멘트 내수 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시멘트 업체도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생산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시멘트 공장 개보수, 봄철 성수기 겹쳐
악재 겹친 건설현장은 발만 '동동'

업계에서는 이처럼 전국 곳곳의 공사현장을 멈춰 세운 시멘트 공급불안에 대해 시멘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시멘트 생산량은 1051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반면, 수요량은 1043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건설협회에서는 지금 시점에 시멘트 업체들의 공장 설비보수·개조 일정이 집중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한 지난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높다보니 많은 건설 현장이 정상 가동돼 시멘트를 다수 소진한 데다 봄철 건설 성수기가 겹치면서 수요량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 이후 레미콘에 들어가는 시멘트 사용량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다.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레미콘 품질논란으로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시멘트 배합비율을 기존보다 10% 정도 높인 것이 품귀 현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시멘트 대란의 근본 원인에 대한 시멘트 레미콘업계의 판단은 결이 다르다.
시멘트 업계는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동시 다발적으로 공장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 출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봄철 공사수요 증가와 맞물려 시멘트 대란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3월 기준 35개 소성로 중 11개가 정기대보수 및 탄소 감축 설비 보수를 위해 가동이 중단됐다. 
레미콘 업계 역시 시멘트업계가 밝힌대로 이 때문에 시멘트 공급이 줄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업체들이 공급량을 조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시멘트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며 와전된 내용”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최근 시멘트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레미콘 업체가 새로운 시멘트 업체와 추가 물량 공급을 위한 신규 거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기존 거래처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공급받는 것을 자발적으로 제안한 것인데 웃돈을 받은 것처럼 와전됐다는 것이다.
또한 시멘트협회는 “레미콘 공급 지연 및 중단으로 인한 건설 현장의 비상 상황을 시멘트 업계의 인위적인 생산량 조절에 원인이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섣부른 의혹 제기는 사태 해결보다 업계 간 오해와 불신의 골만 더 깊게 만들 것”이라며 비판했다.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설업계는 이번에 시멘트 수급난까지 덮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작년 철근콘크리트 업계와 단가 협상 불발로 셧다운 사태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현장이 멈춰섰고 올해는 정부의 이른바 ‘건폭’ 건설노조 때리기 등 파열음이 터지고 있다.
건설현장의 어려움은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의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삼성물산이 대표적 부촌 아파트 재건축 사업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총 2990가구)에서 공사기간 2개월 연장을 요청해 관심을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화물연대 파업이 지연 원인이었다.
지난 3월에는 정부가 이른바 ‘월례비’ 등 근로자에게 관행적으로 웃돈을 쥐어주던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단속했다. 
이에 반발한 타워크레인 등 주요 직무의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들이 준법 투쟁을 벌이자 건설현장마다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초과 근무와 고위험 작업을 거부하는 등 의도적으로 작업 속도를 늦추면서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코레일 화물열차 감축도 
                  코레일 수급난 원인 지목

“오히려 수도권 운행 5회 확대·화차 제작 사전 유도” 전면 반박 

시멘트업계에선 수급난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화물열차를 거론하고 있다. 
최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화물열차를 감축하고 연한이 다된 열차의 교체 작업을 미뤄 시멘트 운반에 공백이 생겼다는 주장인데, 코레일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 시멘트 출하량은 700만t에 달했지만, 시멘트 업체의 친환경 설비 개조 작업과 킬른(소성로) 보수 작업 등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오는 6~7월엔 공급량이 42%까지 줄어 최악의 경우 건설현장 곳곳이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시멘트 수급난은 공급 문제에 더해, 화물열차가 한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시멘트는 지방 생산기지에서 만든 뒤 화물열차를 통해 유통기지 등으로 이송한다. 
그런데 최근 코레일 측이 시멘트를 수송하는 화물열차의 운행 횟수와 운행량을 일방적으로 줄였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코레일은 지난 3월 화물열차 운행 관련 개편을 통해, 운행률이 저조한 화물열차 1개를 폐지하고 운행 가능 횟수와 수량을 일부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에선 코레일이 사용연한이 다된 화물열차의 교체 작업을 미루는 부분도 시멘트의 원활한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화물열차는 일반적으로 30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 30년이 지나면 안전을 위해 새 열차로 교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체 작업은 대략 2~3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코레일이 교체될 열차를 미리 발주하지 않고, 기존 열차의 연한이 지나서야 새 열차를 발주하기 때문에 그 기간 공백이 불가피해진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멘트를 수도권으로 운반하는 화물열차 수가 부족해져서 시멘트 대란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이라는 공기업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물열차 수와 운행횟수를 일방적으로 줄이고, 미리 진행할 수 있는 화물열차 교체작업도 연한이 다 돼야만 작업을 진행해 공백이 생기게끔 방치한다. 시멘트 운반만 많이 돼도 수도권 시멘트 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6~7월 시멘트 공급량 최대 42% 줄어들 듯
코레일, 긴급간담회 “화물열차 운행 확대하겠다”

코레일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화물열차 개편 시 일부 열차를 폐지한 것은 맞지만 오히려 수도권 3개 열차에 대해서는 운행요일을 주 16회에서 21회로 확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시멘트 화물열차 제작 지연 문제에 대해선 2017년부터 관련 업체 간담회를 14차례 개최해, 화물열차 제작을 미리 유도하고 있다는게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률이 저조한 일부 구간을 폐지했지만, 시멘트 수송은 대체 수송을 통해 무리없이 진행했다. 수도권 열차에 대해선 운행요일을 확대해 수송량을 증대시키고 있다. 화물열차 교체와 관련해선 화물열차를 소유하고 있는 업체의 내부 사정으로 제작 결정이 지연됐을 뿐, 연한 도래에 따른 문제점을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 코레일이 수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열차 운행을 축소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코레일측은 시멘트 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화물열차 감축이 꼽히는 것에 대해 적극 반박하면서 정부의 공사현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달 11일 시멘트 업계와 수도권 시멘트 공급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지난 4월 11일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진행됐다. 
코레일, 시멘트협회 및 시멘트 업체 6곳 등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코레일은 시멘트 화물열차의 상·하차부터 이동까지 열차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시멘트 업계와 협력하기로 했다. 
철도 수송량 증가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수도권 3개 화물열차의 운행횟수를 주 16회에서 21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멘트 업계는 오는 2027년까지 화물열차칸 1200개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100칸을 시작으로 이후 매년 200~400칸이 신규 투입된다.
김진태 코레일 물류사업본부장은 “앞으로도 시멘트 업계와 지속적인 상호 협력으로 시멘트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