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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성 아스콘 포장 의무화 ‘삐걱’

저소음 기능 강조하려다 ‘발목’ 개정안 국회소위 통과, 의무화 아닌 권고로 변경

작성일 : 2023.06.02 09:01 수정일 : 2023.06.02 09:08

미끄럼사고 다발구간 등 배수성·저소음 포장 적용 검토 
국회 소위에서 ‘의무화→재량규정’으로 변경

사고우려지역 아스콘 도로 포장시 배수성포장 의무화를 하겠다던 방침이 국회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변경됐다.
아스콘관련업계는 이같은 상황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가 기대하던 배수성포장 의무화 조치가 깨진 배경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기술력에 대한 검증작업도 오랜 기간 이뤄진 마당에 의무화 방침이 철회된 것에 대해 배수성포장 기술업체와 전문아스콘업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끄럼 사고 다발지역 등 도로 특정 구간에 배수성·저소음 포장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높아진 안전 의식에 부응하는 선진적인 조치로, 의무화방침이 기정사실화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 소위 문턱을 넘으면서 갑자기 의무규정이 재량규정으로 바뀐 데 대해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배수성포장업계가 기대했던 ‘배수성포장 적용 의무화’는 ‘권고’ 취지로 문구가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교통부가 ‘시장 저변 미성숙’이라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수성포장 업계는 “충분히 시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일부에서는 배수성·저소음 포장 활성화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현수 한국배수성아스팔트기술협회 회장은 “당장 법을 의무화하도록 해서 대대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수정안 법에 우선 적용을 검토하게 한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교통사고 예방과 소음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배수성·저소음 포장 활성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기술로 충분히 시공가능‘ vs ’배수성포장 적격업체 많지 않아‘
정현수 배수성포장협회장 “배수성포장 활성화 한걸음 내딛은 의미 커”

배수성포장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 5월 9일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도로법 개정안을 수정·의결했다.
수정안은 미끄럼 사고가 빈번하거나 도로 소음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구간을 도로관리청이 지정해 배수성·저소음 포장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초 도로관리청이 지정한 구역에 배수성·저소음 포장을 의무화하는 것에서 자율 적용으로 완화됐다.
앞서 지난 2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도로터널에서 화재 발생 시 대피와 연기 배출이 어려운 방음터널 설치를 지양하고, 이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배수성·저소음 포장’ 적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국토위가 지난 9일 개최안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소영 의원 개정안 원안 내용 중 ‘도로관리청이 미끄럼 사고 다발 구간과 소음 취약 구간에 배수성·저소음포장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함’이라는 문구가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배수성 저소음 포장을 강제보다는 권고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아직 시장 저변이 성숙이 안 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즉, 심사 과정에서는 비용문제와 일부 업체 특혜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의무화방침에서 자율권고쪽으로 조항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배수성·저소음 포장 적격 시공 업체가 많지 않아 다수 업체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고,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들어 지자체 비용부담 가중 우려가 있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반대가 원안 수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국토부는 ‘배수성포장’을 활성화하는 것과 법률로 의무화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2020년 4월 ‘배수성·저소음 포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적용 범위 확대, 품질 강화를 위한 투수성능 향상 등을 골자로 하는 ‘배수성 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 생산 및 시공지침’을 8월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고속도로의 경우 공용(운영) 중인 노선과 신설되는 노선의 적용률이 각각 1.2%, 24.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수성포장 자체를 국토부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배수성포장 각 업체의 기술적 노하우는 훌륭하지만 그런 기술들을 시공할 수 있는 시장 능력도 상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배수성포장이 도로소음 저감의 유일한 수단 아냐”
배수성포장 저소음 포장 용어구분 명확히 할 필요성 제기

국토부가 ‘배수성·저소음 아스팔트 포장’ 의무화를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배수성 저소음 포장이 도로 소음저감 방안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 소음저감 방안에는 방음시설, 구간(속도) 단속 등 여러 수단들이 있는데 배수성 저소음 포장도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고 했다. 
소음 저감 방안의 하나인 배수성포장을 법률로 규정해 시공을 의무화 할 경우 다른 여러 수단들을 검토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배수성 저소음 포장 의무화 시 ‘적정 시공과 기능 발휘’ 측면에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노하우를 비롯해 시공 업체 능력, 포장 재료 조달을 위한 생산 공장 품질수준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배수성포장 시공 업체만 기술력을 갖고 있어서 될 문제가 아니고, 레미콘 아스콘 공장들도 (공급 및 기술) 수준이 올라와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어느 분야든 해당 기술들이 사용되는 데 장애 요소가 하나도 없는 정도의 시장성숙 단계여야 법률에 의무화를 규정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배수성·저소음 아스팔트 포장’이라는 용어의 사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배수성 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배수성 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 생산 및 시공 지침’을 운용하고 있다. 

도로 학계의 한 관계자는 “배수성포장은 배수성포장이고, 저소음 포장은 저소음 포장이다”며 “두 용어의 사용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수성포장’은 일반 도로 포장과 달리 도로 표면의 물을 포장 내부로 배수시키는 기능이 있어 비 오는 날 특히 도로 표면의 미끄럼 저항성과 운전자의 시인성이 향상돼 교통사고 예방에 장점이 있는 공법으로,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소음 저감 기능은 부수적인 것으로, 마치 소음 저감이 주요 기능인 것처럼 ‘주객전도’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이소영 의원의 도로법 개정안의 ‘배수성·저소음 아스팔트 포장 의무화’ 취지도 안전보다는 소음 저감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용어사용에 대한 민감한 부분을 좀 더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수성포장은 10년 전에도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도입되었으나, 유지관리 어려움, 내구성 부족에 따른 조기파손 등 여러 문제로 인하여 해당 기술이 사라질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를 위시한 학회 협회 및 전문가 그룹, 민간 업계의 노력으로 다시금 배수성포장이 전국에 활성화가 될 수 있는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됐고 도로법 개정안에 의무화 규정을 넣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노력과 전문가들의 지원아래 배수성포장 의무화 조치를 기대했던 업계는 이번 입법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실망보다는 향후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술 저변 확대와 일반 포장업체들을 유인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배수성포장업계 전문가는 “국토부의 우려와 세간의 의구심을 사전에 방지하고 ‘제2의 배수성포장 전성시대’를 만들기 위해 이미 지침제정, 시험시공 등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해 왔고 이번 개정안 통과도 시발점이 아니겠다”며 “이러한 학계와 업계 정부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민간업계, 발주처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도록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관리 위한 업계 개선 노력 뒤따라야
자재 시공 책임소재 가릴 보증제도 도입도

배수성포장은 일반적으로 공극률이 4~5% 수준인 일반 아스팔트 포장의 내부 공극을 16~20% 선으로 증가시켜 포장 표면의 물을 해당 공극을 통해 도로포장 하면으로 배수하는 특수 아스팔트 포장 공법이다.

배수성포장은 일반포장보다 배수성능이 우수해 우천 시 미끄럼 저항성, 운전자 시인성이 향상되며, 타이어의 수막현상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높은 공극률로 인해 공기 투과성이 높아 도로포장과 타이어 사이에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하는 기능도 있어 조용한 도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2000년대 초반 일반국도에 배수성포장이 도입되며 활성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배수기능 저하, 내구성 부족 등의 원인으로 2009년 이후 도입량이 급격히 감소하게 됐다.

일반 아스팔트 포장과 달리 공극률이 유지될 경우에만 그 성능을 발휘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먼지 등의 이물질이 공극을 막는 현상이 발생해 배수 등의 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또한 내구성 부족에 따른 조기파손 등 일반 포장에 비해 짧은 공용 수명을 가지고 있는 단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발주처는 유지관리가 쉬운 일반 포장을 주로 도로에 발주했고, 배수성포장은 외면 받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포장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배수성포장의 장점만을 가지고 현장에 도입하기에는 발주처 입장에서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몇 년새 다시 한 번 배수성포장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이 불었다.
국토교통부는 우천 시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배수성포장의 장점에 집중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단 1명이라도 줄이기 위한 배수성포장 활성화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 왔다. 
이에 배수성아스팔트포장 협회가 설립되는 등, 관·학·연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본격적인 배수성포장 의무화에 앞장서 왔다.
그렇기에 기대했던 배수성포장 의무화 규정이 이번 입법과정에서 재량규정으로 변경되면서 업계에서는 실망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하나의 메시지는 줄 수 있지만 정책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의무가 빠지면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정업체 특혜시비 의혹에 대해서는 “기술업체가 많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아직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며 “시장이 커지면 해결될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편 배수성포장 의무화 이전에 품질관리를 위한 업계의 개선 노력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수성·저소음 도로포장은 자재와 시공이 분리돼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미루게 된다”며, “자재·시공이 컨소시엄을 맺도록 하고, 일정기간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가·영세 업체 난립을 막고 고른 품질을 유지하는 업계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수성포장 업체 기술수준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재, 시공, 유지관리 등 기술수준에 대한 평가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내구성과 배수기능 등을 중심으로 기술 표준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단법인 한국배수성아스팔트기술협회 정현수 회장은 “국내에서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후 2001년 최초로 남해고속도로에 배수성포장이 됐고 아무 문제 없이 20년이 지났다”며 “협회에서는 현재 업계 수준으로 배수성포장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앞으로 업계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배수성포장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