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6.02 09:24 수정일 : 2023.06.02 09:33
서언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의 해답은 가끔 엉뚱한 것에서 찾는 경우가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 문제로 CO2 저감이 매우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음에, 이번 강좌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구조물의 경우 CO2 저감을 위하여 철근의 대용으로 대나무를 이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즉, 이번 강좌에서는 RC의 의미와 죽근 콘크리트의 고안, 사례 및 활용 등에 대하여 고찰해 본다.
RC의 의미
우리나라에서 철근 콘크리트는 영어로 RC(Reinforced Concrete)라고 한다. 그런데 RC의 R은 Reinforced로 보강된의 의미인데, 그렇다면 RC는 보강된 콘크리트라고 해야지 왜 철근 콘크리트라고 하는 것일까? 결국, 이와 같은 RC의 출발은 프랑스의 Lambot(랑보)가 철근 콘크리트로 작은 배를 만들어 1854년 파리 박람회에 출품하고,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프랑스의 Monier(모니에)는 철망보강 콘크리트로 화분을 만들어 특허를 받는 등 19세기 중반부터이다.
인장에 약한 콘크리트를 보강하기 위하여 보강재로 철근, 철망, 각종 섬유, 대나무 등을 이용하였는데, 이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철근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통해 RC를 받아 들일 때에는 주로 철근으로 보강된 콘크리트이었기 때문에 보강된 콘크리트인 RC가 철근 콘크리트로 불려지게 되었다.
죽근 콘크리트의 고안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CO2 저감 문제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어, 시멘트 생산 등에는 탄소세가 제기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시멘트 제조보다 훨씬 많게 CO2를 발생하는 것이 철을 원료로 하는 철근의 제조이다. 그렇다면 CO2 절감 차원에서 보강재로 철근 이외에 이용할 만한 것은 없을까?
혹자는 탄소섬유를 봉강 형태로 만들어 이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탄성 문제, 화재 문제, 경제성 문제 등으로 일반적인 이용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세계 2차 대전시 일본에서 활용했던 대나무를 철근 대용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의 사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경우 전쟁 중에 비행기와 전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솔린이, 포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이 필요했다. 따라서 강제 점령국인 우리나라로부터 송진 채취, 놋그릇 등 철물 수거가 이루어졌지만, 자국민에게도 「휘발유 한 방울이 피의 한 방울이라면 철의 한 조각은 근육의 한 조각이다. 전선에 한 발이라도 더 많은 총알을 보내려면 우리의 몸도 깎아야만 한다.」라고 전쟁 중 쓴 책의 한 구절처럼 물자 부족, 특히 강재의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강재로 만들어야 할 배를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 정도이었으니 건축물에 철근의 사용은 더욱 어려웠음에 철근의 대용으로 사용한 것이 「목근(木筋) 콘크리트」도 검토되었지만, 효율성 부족으로 결국은 「죽근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되었다.
대나무는 나이테를 만들면서 외부로 성장하는 일반적인 나무(외장수)와 달리 속이 빈 내장수로 온대성 식물이라 일본 전역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특히 대나무 표피층의 인장강도는 철근에 절반 혹은 철근에 필적할 만큼 강인하다. 따라서 힘이 크게 걸리지 않는 곳의 주근 및 부근으로 인장강도가 압축강도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콘크리트의 인장보강에 대나무를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죽근 콘크리트의 활용
본격적으로 구조물에 죽근 콘크리트를 이용하기 위하여는 이런저런 몇 가지의 해결책이 필요했다. 먼저 대나무를 “그대로 이용할까? 혹은 쪼개서 이용할까?”에 관한 것이다. 즉, 기둥이나 벽 같은 종 방향에는 가늘며 둥근 대나무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적합하겠지만, 휨을 받는 보나 슬래브인 경우는 내부의 공동이 있기 때문에 대나무를 쪼개어 표피 쪽이 외부로 향하게 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대나무에는 수지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수지분이 콘크리트의 알칼리성인 물에 의해 녹아 대나무 조직이 파괴될 수 있다. 따라서 대나무가 콘크리트 중 수분을 흡수하지 않도록 페인트, 감즙, 코울타르 등을 표면에 바른다. 대나무를 건조 시킨 다음 방부액을 침투시켜 더욱이 그 방부액과 반응하여 경화하는 물질을 표면에 바른 죽근도 고안된 바 있다.
추가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콘크리트와의 부착이다. 대나무의 외피는 매끄러운데 거기에 방수목적으로 페인트를 바른다든지 하면 강한 부착력은 기대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능한 대나무의 마디를 남기고, 마디와 마디의 중간에는 철선을 감아 붙이거나(그림 1 참조), 혹은 금을 파 넣는 등 외형적인 가공을 넣고, 또한 양단을 구부려 후크로 만드는 고안도 하였다.
배근에 있어서도 주의점이 있었다. 즉, 대나무는 뿌리 부분과 선단 부분의 굵기 및 강도가 다르다. 따라서 그것들이 서로 교대가 되도록 배열하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나무는 내부보다 외부가 강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응력이 큰 측으로 외피를 배근하였다. 시공과정에서는 이 외피에 상처를 내지 않도록 다짐봉으로 철봉을 피하고, 나무나 대나무로 된 다짐봉을 이용하였다. 이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점차 고안되어져 죽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발전해갔다.
또한, 대나무는 종류나 생육 연수에 따라서 인장강도가 다르다. 따라서 적당한 크기에 알맞은 종류를 선택하고, 생육 연수는 4~5년생을 선정하며, 벌목 시기도 대나무가 물을 흡수하지 않는 시기인 10월 전후로 하고, 또한 운반 가공에 따르는 경제성을 고려하여 현장 근방의 대나무를 이용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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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죽근(竹筋) 콘크리트
결언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서 철제 등 물자 부족 문제로부터 출발한 죽근 콘크리트이지만, 이제는 굳이 이런 것을 쓸 필요조차 없는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물자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CO2 저감이 절실한 시기임에 시멘트 클링커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철근의 사용량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적당한 종류 및 연령의 대나무를 적당한 계절에 벌채하여, 이것을 통으로 혹은 쪼갠 다음 내 알칼리성 처리와 부착강도 증진을 가공하여 철근 대용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현재의 철근 콘크리트와 동등한 내력 및 내구연한을 얻을 수 있을 것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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