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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절감에 머리 싸맨 건설사들

시멘트 쓰지마!

작성일 : 2024.05.09 09:18 수정일 : 2024.05.09 09:23

건설사들 앞다퉈 친환경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 
환경 규제‧패널티 강화···ESG 경영 일환

건설사들이 주요 탄소 발생 자재인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과 현장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불황 국면에서 대폭 인상된 시멘트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건설업계가 앞장서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탄소 소비량이 월등한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고 고로슬래그 미분말 등 대체재를 활용해 골재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탄소중립과 콘크리트 품질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기존 현장 타설의 레미콘방식이 아닌 PC(Precast concrete 프리캐스트 콘트리트) 방식 도입도 적극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PC는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 제품으로, 품질이 균일하고 현장의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해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멘트 콘크리트는 석회, 진흙, 모래 등을 혼합한 후 높은 열을 가함으로써 제조되는 만큼 공정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시멘트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데 이어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40% 낮춘 저탄소 PC(Precast Concrete)를 개발해 서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등 현장에 적용 중이다. 
또 자체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해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로(Zero)시멘트’ 보도블록도 개발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 보도블록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약 70%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이 뿐만 아니라 탄소저감 콘크리트 기술을 통해 탄소감축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도 개발했다.
삼성물산은 이 방법론을 통해 일반 콘크리트 대비 1㎥당 0.1톤의 추가적 탄소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 현대제철 슬래그 미분말 활용 시멘트 사용량 줄여
삼성물산, 시멘트 전혀 사용않는 ‘제로시멘트’ 보도블럭 개발

현대건설은 2017년부터 일찌감치 시멘트 대체 재료 연구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용광로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인 슬래그를 분말로 만들어 시멘트 대신 콘크리트에 사용하는 ‘H-ment’를 개발, 힐스테이트 시공현장에 적용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최대 35%까지 낮췄다.  
또한 현대차에 사용된 PVB(Polyvinyl Butyal) 등 폐부품을 건설재로 활용하는 도로포장 공법도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삼표산업과 공동으로 ‘조강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이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 대비 높은 압축강도를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어 시공 환경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급열 에너지와 양생 기간을 줄여 탄소 발생량을 절반으로 떨어뜨린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대곡-소사 복선전철 공사와 힐스테이트 인덕원 베르텍스 등 현장에 적용했다. 
현대건설 측은 향후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 등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GS건설은 2020년 설립한 PC 전문 자회사 ‘GPC’를 통해 저탄소 PC개발에 나서고 있다. 
GPC는 지난달 초, 환경부로부터 자체 개발한 제품 2종에 대해 저탄소제품인증을 획득했다. 저탄소제품 인증 받은 제품은 PC기둥 1종과 PC거더 1종 등 총 2종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1년부터 ‘조강형 슬래그시멘트 품질 개선 및 탄소저감 콘크리트 배합 설계 도출’ 연구에 나섰고 이듬해 업계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인증 콘크리트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kg/㎥까지 시멘트 투입량을 줄여 약 54%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도 원료를 굽는 과정이 필요 없는 고로슬래그를 58%까지 사용해 일반 시멘트보다 생산과정 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는 ‘포스멘트’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회사 측은 2021년부터 매년 사용량을 늘렸고 지난해에는 전체의 53% 가량을 포스멘트로 대체했다.
롯데건설도 시멘트 투입량을 줄이고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로슬래그와 첨가제 등을 활용한 저탄소 수화열 저감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고로슬래그는 일반 시멘트와 특성이 비슷해 대체 가능하지만  탄소배출량은 시멘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규제와 행정처분 처벌 및 벌점 강화 
건설업계 '저탄소 골재' 개발‧적용 확대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이 이처럼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과 현장 적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건설 현장에 적용되는 대기환경보전법·폐기물관리법 등 법 규제에 따른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비롯해 매출에 기반한 과징금과 위반 횟수에 따른 가중처벌, 입찰자격사전심사(PQ) 벌점 등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평가 보편화로 비산먼지·폐기물 배출량은 물론 탄소배출량의 점진적인 축소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시멘트 1톤을 제조할 때 약 800㎏에 달하는 탄소가 발생한다. 
건설 공정별 탄소배출량은 철근·콘크리트 공정이 20.8%에 달해 미장에 이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여전히 일정비율 이상의 시멘트를 섞지 않으면 안전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딜레마가 남아 있어,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추진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따른 기업 공시기준 변경으로 건설사들은 산업부산물을 혼합한 탄소저감형 시멘트의 활용비율 확대를 전략 과제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배출량이 많은 자재 투입을 최소화하는 공법 및 구조형식을 채택하고, 저탄소 대체 자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탄소세 도입이 본격화되면 시멘트 등 탄소배출이 많은 자재는 원가 상승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저탄소 PC 등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또 하나의 이유로 꼽는 것이 최근 수년새 급격히 오른 시멘트가격이 건설사들에게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하도록 만든 계기가 됐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이 매입한 시멘트 가격은 지난 2년 새 4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로 만드는 레미콘 가격 역시 30%대 상승폭을 보였다. 
아파트 건설의 주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졌고 사회적인 시선이 따가워지고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2년 새 무려 40% 오른 시멘트값 
고분양 --> 미분양 --> 시멘트 대안 모색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9개 업체의 원재료 매입가를 분석한 결과 시멘트 가격이 2년 전보다 최대 47%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원재료 가격에 시멘트를 공시한 6개 업체의 평균 상승폭도 35%에 달했다.
업체별로 보면 지난해 현대건설의 시멘트 매입가가 47% 올라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46% △삼성물산 40% △대우건설·DL이앤씨 39% △GS건설 33%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이 같은 시멘트 가격 상승세는 올해 지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집계 결과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멘트 가격지수가 6~6.7% 상승했다.
두 번째로 높은 가격 상승폭을 보인 건설 원자재는 레미콘이다. 
레미콘은 지난해 대다수 대형 건설사들이 2년 전보다 27% 높은 가격에 샀다. 
레미콘 매입가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이 27%대, GS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이 약 25% 상승했다. 시멘트는 레미콘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이에 두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비슷한 추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레미콘은 한 해 건설사가 매입하는 주요 원재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이 많은 건설사의 경우 철근과 레미콘이 원재료 매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말해 주택건설의 주요 원료인 콘크리트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파트 공사비와 분양가를 끌어올린 주범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주택건설 주요 원료는 콘크리트와 철근인데, 철근 가격 안정화에도 시멘트 가격이 너무 큰 폭으로 뛰어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 가격의 경우 2022년 한 차례 폭등한 뒤 지난해에는 다소 안정화했지만, 시멘트는 오히려 가격이 더 올랐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을 주택 사업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같은 기간 철근 가격의 경우 2~7%가량 낮은 가격에 매입한 업체들도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 철근을 2년 전보다 7.2% 낮은 가격에 사들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분양가와 공사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민간아파트의 전국 평균 평(3.3㎡)당 분양가는 1771만원으로 전년 동월(1560만원) 대비 13.5% 올랐다. 서울은 24.18%, 수도권은 20.2% 올랐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도 늘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19년 2건에서 2022년 32건으로 급증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 수요가 위축돼 건설경기 부진과 건설사 수익성 악화, 주택공급 차질 등의 문제가 초래됐다”며 “원자재 수급 예측 시스템 개발, 가격 변동에 따른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 구성 등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