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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노위, ‘운송노조 노조지위 없어’ 첫 공식 판단

“레미콘 차주는 근로자 아니다” 경기지노위, ‘운송노조 노조지위 없어’ 첫 공식 판단

작성일 : 2024.07.03 09:00


레미콘운송노조 파업 명분 ‘흔들’
레미콘 운반비 갈등 새로운 국면 돌입


고용노동부 중앙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와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운송노조)은 노조로서 ‘실질 요건’을 갖추지 못해 노동조합이라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운송노조)의 노조 지위를 부정한 것. 
이들을 레미콘 트럭을 가진 개인사업자들의 모임임을 재확인했다. 
이에따라 이들이 예고된 총파업을 감행하면, 불법으로 처벌받게 됐다.
중노위의 결정으로 앞으로 차주들이 감행하는 파업은 모두 불법이 된다. 
현재 운송노조의 전국 지부들이 레미콘 제조사들과 운송비 단체 협상을 하고 있고, 협상 결렬시 총파업을 계획했지만 차주들이 근로자 자격을 부정당했기 때문에 단체 협상과 파업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고, 임의협상과 ‘담합에 의한 운송거부’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운송비를 각자 계약된 차주들과 개별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차주들이 단체협상을 고집할 경우 2년 전 마지막 협상 때처럼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판단도 받겠다는 입장이다.
차주들은 중노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사건은 행정심판전치주의에 따라 행정심판이 마무리돼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는 지난달 20일 레미콘 제조사들과 운송노조에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신청 사건을 기각하는 초심유지 결정을 했다”고 통보했다.
이에따라 레미콘업체와 단체 협상을 진행해오던 믹서트럭 운송노조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노조지위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단체협상과 단체행동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단으로 운송노조가 스스로 적법한 노조이고, 레미콘 차주들도 근로자라고 항변한 논리가 조목조목 뒤집혔다.
결과적으로 레미콘 운송비 협상을 둘러싼 레미콘제조업체와 레미콘운송노동조합 간 헤게모니 다툼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노위 결정 반발한 운송노조
중노위에 이의신청... 그러나 ‘기각’ 


운송노조는 지난 4월 레미콘업체들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는데, 이들 레미콘업체는 운송노조를 노조법상 노조로 볼 수 없는 만큼 단체교섭 요구 사실 공고 의무가 없다며 공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운송노조가 경기지노위에 시정신청을 냈다.
경기지노위는 과연 레미콘업체들이 운송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는지, 운송노조의 시정신청 자격이 있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고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경기지노위는 운송노조 조합원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레미콘업체들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이의 신청을 한 운송노조의 신청은 기각됐다.
우선 경기지노위는 노조법에 따른 근로자 기준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무자의 소득 의존도 △보수 등 계약 내용에 대한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 △사용자의 사업을 통한 노무자의 시장 접근 △사용자와 노무자 간 지휘·감독관계 △노동3권 보장 필요성 등에 뒀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경기지노위는 운송노조의 조합원인 레미콘 차주는 1억5000만원 상당의 레미콘 차량을 소유해 건설기계등록과 사업자등록을 하고, 운송기사를 고용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고 봤다.
또한 번호판, 권리금, 마당비 등을 수천만원에 거래하면서 법원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방송작가, 학습지 교사, 자동차 판매사원 등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업무방식도 레미콘 차주들로 구성된 상조회가 배차시간, 운행횟수 등을 결정하며 레미콘업체의 통제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게 경기지노위의 판단이다.
경기지노위는 또 기존에 레미콘업체와 레미콘 차주 대표들이 운송단가 등에 대해 협의·결정한 것도 레미콘 차주들이 레미콘업체와 대등한 위치에서 운송단가를 결정하는 데 큰 장애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특히, 레미콘업체들은 레미콘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레미콘 차주들은 레미콘을 운송하는 별도의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동등한 위치에서 운송계약을 체결한다는 레미콘업체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지난 2006년 레미콘 차주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대법원 판결 이후 판결을 번복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나 조건이 없고, 단체협약을 취하지 않더라도 종전과 같이 운송단가 협상이 가능한 만큼 레미콘 차주의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냈다.

 

레미콘 운송노조 운신 폭 좁아져
운송비 협상 분위기 크게 전환될 듯


이처럼 레미콘 제조사들과 운송단가 협상을 앞두고 있는 운송노조의 노조 지위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단체협상과 단체행동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노조지위를 부정당한 운송노조의 대외 협상력에 급격히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운송노조는 지난달 초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에 운송비 단체협상을 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관련법상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으면, 그 사실을 사업장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고 운송노조는 경기지노위에 공고를 강제해 달라고 신청했다.
운송노조의 회원들은 영업용 레미콘차량 차주들이다. 
전국 레미콘 트럭의 85.9%(지난해 기준)는 개인사업자 자격인 레미콘 차주들이 운행한다. 
이들은 본인 명의의 레미콘 트럭을 갖고, 제조사들과 도급계약을 맺어 레미콘을 운반한다.
이들은 법적 지위는 사업자지만, 레미콘 제조사들에서 운반비를 임금처럼 받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에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자신들이 근로자라고 주장해왔다. 
경기도 용인시가 내준 노동조합 설립허가증을 토대로, 본인들이 적법한 노조이며 매년 제조사들을 상대로 운반비 단체협상을 해왔다. 
협상이 부진하면 파업을 예고했다. 
2022년에는 생존권사수결의대회와 파업으로 전국의 레미콘공장들이 셧다운 직전까지 몰렸었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용인시의 노조 설립허가가 행정착오이고, 운송노조의 활동범위가 경기도 전역인 점을 감안하면 용인시가 아니라 경기도지사 명의의 설립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는 이점에 관해선 “노조가 설립허가증이 없더라도 일정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뿐 노동기본권의 일반적인 권리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위원회는 “적법한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는 노조로서 실질 요건을 갖췄는지에 달렸다”며 “설립신고를 행정관청이 형식상 수리했더라도 실질 요건의 하자가 있으면 노조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법상 근로자로 판단되려면 △사업자와 노무제공자 사이 지위·감독 관계 존재 △사업자가 노무제공자의 임금 등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 등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레미콘 차주들이 1억5000만원 상당의 자기 차량을 소유하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했으며, 차량의 번호판과 권리금, 마당비를 수천만원에 거래하는 점을 감안할 때 레미콘 차주가 법원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방송작가와 학습지 교사, 자동차 판매사원 등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판단했다.

 

노조지위 부정당한 운송노조
“행정소송까지 가겠다”


지금까지 운송노조와 레미콘 제조사들은 1~2년 터울로 운송비 단체협상을 해왔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교섭사실을 공고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운송노조가 행정기관의 강제를 구하다 스스로 노조의 지위를 부정당한 셈이 됐다. 이번 결정으로 레미콘 노조처럼 차주들이 결성한 민주노총 화물연대 등의 파업도 명분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노조가 단체협상을 할 지위를 잃었다”며 “당사와 계약된 운송기사들의 상조회와 개별협상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최근 골재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는데 레미콘 판매는 줄어 추가적인 운송비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며 “올해 운송비는 반드시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운송기사들은 건설경기가 위축돼 레미콘 운반량이 줄면서 생계가 위협받아 운송비 인상이 절실하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운송노조 관계자는 “믹서트럭을 가지고 있지만 한 업체와 계약하면 그 업체가 폐업하기 전까지 꾸준히 계약을 맺어 종속성을 가진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18년 전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다시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노조는 경기지노위 결정문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까지 기각당하면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노동위 결정에 따라 레미콘 운송비 협상을 둘러싼 분위기가 크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 차주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운송노조가 밀어붙이고 있는 단체협약과 파업·태업 등 쟁의행위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운송비 인상 요구를 위한 운송노조의 운신폭이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레미콘 차주를 근로자로 보지 않으면서 공식적으로 운송노조와 레미콘업체 간 운송단가 협상 구조가 성립되지 않게 됐다”며, “단체협약 형태는 아니더라도 운송노조의 운송비 단가 인상 요구가 예상되는 만큼 운송단가에 대한 양측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