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Home > 기획/취재

2년마다 배짱 운송거부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집단행동 막을 해법은?

노조 아닌데 노조 행세

작성일 : 2024.08.05 03:20 수정일 : 2024.08.05 03:25

 

레미콘 운송기사 반복되는 집단행동에 레미콘업계 ‘한숨’
‘운반비 인상’用 불법 파업 근절위해 신규 트럭 공급·기사 증원해야

매번 되풀이되는 운반비 인상용 ‘떼쓰기’ 불법파업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수급조절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기사들이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7월 1일부터 운송을 중단하면서 레미콘 업체 A사는 다음날 출하량이 97%가량 감소하는 등 사실상 공장이 셧다운 상태에 들어가는 피해를 입었다.
수도권 내 건설 현장들도 레미콘을 공급받지 못해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다행히 파업 사흘만에 현장복귀가 이뤄지긴 했지만 반복되는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집단행동에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본인 소유 차량으로 레미콘 제조사와 공사장 사이를 운행하는 레미콘 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레미콘 기사들은 레미콘 운송이 중단되면 건설 현장이 멈추는 점을 악용해 2년마다 운반비를 올려달라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특히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를 비롯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레미콘운송노조(사업자) 조직에 대해 ‘노조가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불법 파업이 벌어졌다.

레미콘업계는 레미콘기사들의 이런 떼쓰기 파업의 병폐를 끊으려면 정부가 레미콘 믹서트럭 총량을 제한한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를 풀어 젊은 운송 기사들이 새로 유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노조 아니다” 결정 내렸지만
운송사업자단체 ‘노조’ 행세 집단 파업강행

지난 7월 1일부터 집단 휴업을 이끈 곳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다.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레미콘 운송 기사는 총 1만1000명 규모이며, 이 가운데 8400여명이 한국노총에 가입한 상태다.
이들은 개인 소유 레미콘 차량인 믹서트럭을 운행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각자 레미콘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레미콘을 운반하고 있다. 
레미콘 기사들은 “법적 지위는 개인사업자가 맞지만, 운반비를 임금처럼 받기 때문에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노조를 결성해 단체협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잇따라 레미콘운송노조의 노조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려왔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레미콘운송노조가 운반비 협상에 불응하는 경기도 내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낸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경기지방노동위는 레미콘 차주들이 1억5000만원 상당의 자기 차량을 소유하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했으며, 대리 운송기사를 고용해 차량을 운행하거나 차량의 번호판과 권리금을 수천만원에 거래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불복한 레미콘운송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사실상 이들이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노조 자격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노동 당국이 기각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레미콘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등록을 내고 대리 운송기사를 고용하거나 차량 번호판과 권리금을 거래하는 등 현재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노조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단체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예전처럼 레미콘 기사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도급계약 해지나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체운송수단 없다는 점 악용해 불법 파업 강행
“15년째 막아놓은 신규 레미콘 트럭 진입로 터줘야”

레미콘운송사업자의 반복되는 떼쓰기 파업과 운행거부의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레미콘 차량과 기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레미콘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부는 영세한 레미콘 트럭 차주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2009년부터 영업용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믹서트럭 신규 공급이 막히자 협상력이 높아진 레미콘운송노조가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빈번하게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 됐다.
2022년 7월에도 수도권 레미콘운송노조가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민노총 부산·울산·경남 레미콘지회가 파업을 벌여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잦은 불법 파업에 레미콘 운반비는 지난 5년간 1회당 4만45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56% 넘게 올랐다. 
한 수도권 레미콘사 대표는 “대체 운송 수단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단체행동을 반복하면서 운반비가 급등해 가뜩이나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레미콘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며 “젊은 기사들이 현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증차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처럼 지난 7월 3일 운송거부 및 파업철회 후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의 단체인 레미콘 발전협의회와 곧바로 권역별 대화에 나서고 있다.
중소 레미콘 업체들이 법적으로 단체협상 권한이 전혀 없는 사업자들에게 권역별 협상이라는 파격 제안을 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법 이전에 당장의 건설현장 레미콘 중단사태가 불러오는 데미지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레미콘운송노조 측 기사들은 당초 ‘총파업’으로 예고했던 집단행동의 명칭을 무기한 휴업으로 바꾸면서까지 무리한 협상을 요구해 왔다. 
공정거래법상 개인사업자들의 단체행동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수도권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타협점을 빠르게 선택했다. 각 업체마다 계약된 운송사업자들과 개별협상하는 대신 수도권을 1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협상을 하는 방안으로 지난달 3일 운송 기사들과의 휴업 철회를 이끌어 낸 셈이다.
그만큼 중소 레미콘 업계의 경영 상황이 시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태다. 
만에 하나 운송 중단의 폐해가 장기화되면 심각한 경영난은 레미콘업계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레미콘업계, 울며 겨자먹기식 단체협상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 개선 시급

실제 현장에선 시멘트, 골재 가격이 인상되고 이에 따른 레미콘 납품단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실정임에도 일단 수도권 각지에 예정된 레미콘 출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운송 기사들의 운송비 인상 부담을 이번에도 사용자 측이 홀로 떠안게 될 판이다.
레미콘 제조업체의 98% 가량이 중소기업이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부터 타설까지 90분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제품 특성상 주문이 들어와야지만 공장을 가동 할 수 있기에 재고를 쌓아 놓을 수도,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수도권의 레미콘사업조합 관계자는 “운송비 인상 속도가 레미콘 가격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지난 2022년 집단 휴업 당시에는 1회당 운송비를 5만6000원에서 6만97000원으로 무려 24.5%나 늘어난 1만3700원을 올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7만5000원대를 요구하고 나서는데 레미콘 납품가격 인상률보다 운송비가 거의 3배 가까이 치솟고 있다”며 “매년 지역별로 되풀이되는 운송비 인상 단체행동에 중소 레미콘 업체들만 큰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지난 2022년 7월에도 3일간 수도권 지역의 158개 레미콘 공장이 멈추면서 업계 추산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24.5%에 달하는 운송비 인상과 함께 회수수(水)로 불리는 폐수처리 비용의 일부도 레미콘 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잦은 불법 파업에 레미콘 운송비는 지난 5년간 1회당 4만45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56% 넘게 올랐다. 
운송비 부담 탓에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경제손실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운송 기사들의 반복적인 운행 거부와 무리한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 레미콘 업계에선 십 년 넘게 정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레미콘 차량과 운송 기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번번히 묵살되어왔다.
수도권 레미콘 제조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요즘 건설 경기 침체로 일부 레미콘 업체의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고사 위기에 몰렸다”며 “16년 동안 이어진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를 개선해 젊은 운송기사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증차를 꼭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