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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내시멘트업계 압박용?

‘뜨거운 감자’ 된 시멘트 수입논란

작성일 : 2024.11.06 04:56 수정일 : 2024.11.11 04:52


수입움직임에 시멘트업계는 크게 반발
“기간산업을 중국에 통째 넘겨주는 꼴”

“소비자들이 중국산 아파트냐고 반발할텐데 중국산 시멘트수입이 과연 현실성이 있겠습니까? 국내 시멘트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카드 아닐까요?”
정부의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강화 방침이 시장에서 논란을 거듭하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주택수요자들은 기대를 거는 분위기지만 시멘트업계는 기간산업인 시멘트산업을 중국에 통째 넘겨줄지도 모른다며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2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8.5%에 달했던 건설공사비 상승 폭을 2026년까지 2%대로 낮추겠다는 생각에서다.
몇 년째 이어져 온 건설자재비 등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주택값도 오르자 내놓은 대응책이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민간 업체의 해외 시멘트 수입 시 부지확보 및 인허가 등 절차 지원 △바다·산림 골재 공급 확대 △내국인 기피 건설 공정에 한해 숙련 외국인 도입 검토 △공공 공사비 현실화 제도 개선 연내 확정 등이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일주일 내내 이해당사자들과 단체, 업종끼리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강화 방침’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일단 바다·산림 골재 채취 규제 완화, 공공 공사비 현실화 대책 등은 건설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시멘트 등이 수입되면 공사비 안정과 국산 시멘트 가격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란 데는 견해가 좀 엇갈린다.
그동안 국산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자 중소·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입 시멘트를 쓰겠다며 목소리를 키워 왔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자재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지난 9월 회의를 열고 중국산 시멘트 중개 업체인 썬인더스트리를 통해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의회는 썬인더스트리를 통해 2026년부터 중국산 시멘트를 우선 연간 약 78만톤 수입하고 점차 물량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시멘트 수입 방침에 中업체들 한국 시장 군침
中 “한국 업체 인수도 가능” 적극적인 의사 내비춰

이처럼 정부가 국내 건설사의 중국산 시멘트 등 자재 수입을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중국 시멘트 업계가 한국 진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중국 시멘트 수입이 현실화되면 타격이 예상된다며 국가기간산업인 시멘트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중국시멘트협회는 한국시멘트협회에 ‘최근 5년간 한국 시멘트 수요 전망치’ ‘건설 업계가 추진 중인 중국산 시멘트 수입 진행 상황’ 등을 문의해왔다.
중국시멘트협회는 ‘실제로 한국 건설사들이 중국 시멘트를 수입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국 시멘트 업체들을 위해 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멘트 제조사인 시노셈은 한국시멘트협회에 이메일을 보내 “중국 시멘트 업체로 우리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중국 관계자는 “한국 시멘트 회사를 인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중국 시멘트 업계가 한국 시장 현황을 문의한 적은 있었지만, 정부 발표 이후 노골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중국 내 시멘트 관련 단체, 제조사, 관계자 등의 문의가 이메일과 전화로 쇄도하고 있지만, 일단 국내 시장 및 회원사 보호 차원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멘트 업계의 한국 시장 문의 쇄도는 자국 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도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재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온라인 포털 ‘글로벌 시멘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시멘트 생산량은 8억5500만t으로, 지난해 동기 9억8000만t 대비 13% 빠졌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생산량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의 수출 길이 열리면, 판매 루트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산 시멘트 수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시멘트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품질도 나쁘진 않지만, 저변에 깔린 부정적 인식을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인식을 감내하고 몇푼 아끼고자 중국산 시멘트를 사용하는 건축주나 발주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멘트업계 저탄소 설비에 수천억 투자
친환경 투자 없는 중국산에 역차별 당하는 셈

하지만 민감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는 곳은 시멘트업계다.
시멘트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발맞춰 2020년께부터 해마다 3,000억~5,000억 원씩 친환경 투자를 해온 만큼 역차별론을 편다. 아직 탄소 중립 투자를 거의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시멘트업계와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시멘트 업체가 최근 드러내놓고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멘트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건설 시장 진출을 꾀하던 중국 시멘트업계가 이번 정부 대책 발표를 기회로 삼는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 시멘트업계 고위 간부가 방한했는데 ‘우리는 한국 시멘트 회사를 인수할 용의까지 있다’고 해 간담이 서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저가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중국 전략을 볼 때 수입을 시작하기만 하면 향후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인 시멘트산업을 중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니냐”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안 그래도 국내 시멘트업계는 최근 원료비 상승과 환경 투자 증대, 전기료 인상 압박 등을 겪는 가운데 국내 건설 경기 하락으로 인한 시멘트 수요 감소로 재고 증가(전년 비 15.6% 증가)와 가동률 저하(출하량 전년 비 12%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국산 시멘트 가격(톤당 11만2,000원)은 중국(약 9만5,400원 추정)보다는 비싸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톤당 평균 15만 원)에 비해서는 싼 편이다.
국산 시멘트 가격은 2020년 7월 톤당 7만5,000원에서 올해 7월 11만2,000원으로 4년 만에 약 50% 뛰었다.

 

수입 시멘트 소화할 저장시설 유통망 전무
“현실성 있는 추가 정책 없인 대란 재현”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운반비·창고비 등 물류비 역시 크게 올라 중국산과 국산 간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며 “무엇보다 아파트 수요자들이 중국산 시멘트 사용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수입만으로 공사비 상승 부담을 줄이는 건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그는 “시멘트 보관 기관이 통상 3~4개월, 길어야 5개월인데 이를 넘기면 변질돼 사용이 어려워진다는 특징도 있다”며 “이미 전국에 국산 시멘트 재고가 널렸는데 중국산 수입이 쉽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현실적인 시멘트 수입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시멘트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수입이 이뤄져야 하지만, 당장 현재 국내엔 수입 시멘트를 소화할만한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 등 시설이나 유통망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정부가 현재 계획 중인 수입량 또한 연간 78만t 수준이라 국내 시멘트 가격을 낮추기보단, 국내 시멘트 업계를 압박해 추가 인상을 막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군 건설사 자재구매 부서장 A씨는 “수요 대비 공급을 늘려 시멘트 가격을 낮추기엔 수입 물량이 턱없이 적은 데다, 유통망마저 갖춰져 있지 않아 공사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설령 해외 시멘트를 수입하더라도 반대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 시멘트 업계와 긴밀한 레미콘 업계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를 잡고자 정부가 이달 초 해외 시멘트 수입 등을 골자로 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실효성’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을 안정화할 만한 수입량 확보는 물론 구체적인 유통·조달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로는 내년 하반기 공사비 급상승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