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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배치 플랜트’ 제한 규정 재검토 착수

레미콘 현장 배치 플랜트 규제 ‘만지작’

작성일 : 2025.03.10 10:03 수정일 : 2025.03.10 10:08

 

레미콘업계  “중소레미콘업계 도산” VS  건설업계  “현장 BP 규제 해소 환영” 

플랜트제조업계 “현장 BP 수요 늘면 나쁠 것 없어”

극심한 건설경기 부진에 신음하는 중소레미콘업계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예고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금까지 현장여건의 특수한 상황이 있지 않는 한 허가받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건설현장 배치플랜트 설치 규제를 풀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건설현장 규제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현장 배치 플랜트(Batcher Plant BP) 허가 제한에 대한 내용을 검토해 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중소레미콘업계는 강력 반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운송비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힘든 처지에 중소레미콘업계의 레미콘물량을 건설현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현장 BP는 중소기업판로지원법(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으로 특별히 예외적 상황이 아닌 한 허가가 날 수 없고 허가가 나서도 안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강문혁 상무이사는 현장 배치 플랜트 규제는 건설업계의 입장만을 반영해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갑작스레 현장 BP 설치제한 규제에 대해 재검토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올 상반기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반포주공 1단지(반포 1‧2‧4주구) 재건축 현장에 레미콘을 직접 생산하는 배치 플랜트(Batcher Plant, BP)가 도입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서울 시내에서는 지하도로 건설 현장 등에 BP를 설치한 사례가 있으나, 민간 정비사업 현장에 활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건설이 서울 도심에서 최초로 현장 BP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5000여가구를 짓는 초대형 현장인 데다, 반포 일대에 교통량이 워낙 많아 상시 도로 정체가 발생하는 현장 특성상 레미콘을 90분 이내 조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P 설치 시 약 300억원의 비용 발생이 예상되나 현대건설은 건설공사 품질 관리 업무 지침을 토대로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BP 설치 시 외관을 밀폐형으로 만들고 가설방음벽도 설치해 미관과 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도심 레미콘 적기 공급위해 현장 BP 불가피
레미콘업계, 중소기업판로지원촉진법 및 레미콘 조달 기준 위배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건설업계의 건설현장 BP 설치 규정에 대한 문제점과 운영에 따른 애로사항 등을 조사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BP 설치 규정 개선 작업에 착수하기에 앞서 현장 고충을 취합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로 명확한 개선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단 규정 개선 쪽으로 방침을 세운 셈이다.
BP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레미콘 생산설비다. 
건설업계는 현장 BP설치 규제가 없어진다면 상황에 따라 공사비용 절감은 물론 품질관리의 용이성 등에서 이익이 크다는 계산이다.
레미콘은 생산 직후 90분 이내에 타설해야 하는 만큼, 건설현장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하면 레미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반포 1·2·4 주구 건설현장에 설치하기로 결정한 현장 BP는 현장내에 레미콘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레미콘이 필요할 때마다 생산해 타설을 하면 되기 때문에 골든타임 90분 사수와는 무관하다.
레미콘 타설만 놓고 본다면 현장 BP는 시공사로서는 최적의 설비인 셈.
그러나 중소기업판로촉진법과 중소기업제품 우선구매 관련 규정에 따른 현 BP설치 규제가 엄격해 그동안 도심지 건축현장에 BP 도입은 없었고, 일부 국책공사 현장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현행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제43조1항)에는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레미콘을 레미콘 전문제조업자가 생산‧공급할 수 없는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건설공사의 시공자는 현장배치플랜트 설치하여 레미콘 소요량을 전량 공급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이 경우 해당 레미콘전문제조업자의 중소기업자단체가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32조에 따라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관할지역의 시‧도지사는 이를 기각한다’고 되어 있다. 
건축현장에 BP 설치가 없었던 이유다.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현장에 BP가 도입되면 도심지 1호가 된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건의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고하면 지역 레미콘 업계가 반대해도 설치 허용하는 방안’ 등과 지난해 국토부가 밝힌 3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공사현장에 한해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미콘업계는 건설업계의 어려움과 고충은 이해하지만 기존 법에 의해 명시된 중소레미콘사의 조달시스템을 흔드는 의도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레미콘은 태생적으로 건설경기의 하방압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으로 전적으로 건설경기에 의존하는 사업인데,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레미콘 출하량이 급감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속에 현장 레미콘 설치 규제까지 완화되면 지역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플랜트업계, “새로운 BP시장 열린다면 나쁠 것 없어”
시멘트업계, 현장  “BP 규제 풀리면 가격인하 압박 줄어들 것”

이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레미콘 배치 플랜트 제작업계와 시멘트업계는 현장 BP설치 규제 개선에 ‘싫지 않은’ 내색이다.
배치 플랜트 제작업계는 “플랜트 수요가 늘어나기만 한다면 우리로선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레미콘 아스콘 플랜트 전문기업 ㈜스페코 국내영업부 원찬호 상무이사는 “건설경기 악화와 레미콘공장 포화상태로 플랜트 수요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배치 플랜트 수요가 신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 플랜트업계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삼표 성수동 공장이 2023년 완전히 철수하면서 시내 레미콘공장은 고작 삼표 풍납동 공장과 천마와 신일씨엠 정도만 남았고 이 마저도 풍납동 삼표공장은 올해안에 철수할 예정이라 대규모 재개발지역인 반포를 비롯해 서울 강남권 도심에 대규모 물량 공급이 가능한 경기도 남부권역 레미콘공장이라고 해봐야 손에 꼽을 정도여서 적기 납품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레미콘 품질관리를 위해 제때 납품과 타설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 도심내 현장 BP 설치허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가 BP 설치 규정 개선 작업에 착수한데는 이 같은 서울 도심내 레미콘 공급이 점차 힘들어지는 현실적 문제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에 소재한 레미콘 공장은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 (720㎥/hr), 신일씨엠 장지공장(720㎥/hr), 삼표 풍납공장(420㎥/hr) 단 세곳만 남았고 삼표 풍납공장이 올 연말에 철수하면 천마와 신일씨엠 2곳이 전부가 된다.
1995년만 해도 서울내 레미콘 공장은 쌍용양회의 서빙고 공장·성수동 공장·풍납동 공장, 고려산업개발의 관악공장, 강원산업 삼표의 성수동 공장, 삼표의 풍납공장, 공영사의 서빙고 공장을 포함해 12곳이었다.
이처럼 서울 레미콘공장이 급감하고 서울도심 건설현장의 레미콘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 레미콘공장 주변 지역주민의 진동 소음피해 민원폭증과 낙후지역 도심 재개발을 위해 지자체장이 레미콘공장 철수를 지시하면서 서울시내 레미콘 공장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하나둘씩 짐을 싸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업계는 공사현장 레미콘 적기공급을 위해서는 현장 BP가 대안이라고 판단, 국토부에 규제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시멘트업계도 건설업계가 레미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시멘트값 인하요구가 만만치 않은 만큼 현장 BP 설치 방안이 마련되면 시멘트 가격인하 압박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가 레미콘 원료의 30%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시멘트 가격을 내려 레미콘 가격 인하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레미콘을 구매하는 대신 현장에서 레미콘을 생산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건설사들의 시멘트 가격 인하 압박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현장 BP 규제 손질에 대해 회의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대기업 레미콘사 임원 A씨는 “건설업계의 고충을 검토해보겠다는 국토부의 규제개선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상위법 규정을 위배해 가면서 건설사 요구대로 현장BP를 허가해줄 지자체장이 누가 있겠느냐”며 “특히 관할 지역의 중소레미콘업계의 경영난을 내몰라라한채 굳이 현행 법규를 뒤집었다는 욕까지 먹어가며 현장 BP 설치를 허가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