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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보다 심각해요” 최악의 성적표 받아든 시멘트 레미콘

내수 출하량 최근 5년 중 최저 1분기 812만톤…전년比 22%↓

작성일 : 2025.06.11 09:11

건설경기 침체에 시멘트 출하량 급감
7대 업체 경영실적 일제히 악화

“IMF도 겪었고 코로나도 견뎠지만 지금같은 불황은 처음인 것 같네요”
시멘트 레미콘업계가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 여파의 직격탄으로 올 1분기 내수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8% 감소한 812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실적으로, 1분기 출하량이 1천만 톤을 밑돈 것은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건설·자재 산업 전반에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삼표 등 주요 시멘트 업체와 유진기업을 비롯한 레미콘 제조사들은 건설경기 둔화로 시멘트 출하량이 줄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4∼5월 시멘트 수요 성수기가 도래한 상황이지만, 수요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올 1분기에 국내 운영 중인 소성로 34기 중 10기를 멈춰세우며 생산량 조절에 나섰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실적 부진은 피하지 못했다.
여파는 환경·안전 분야 설비 투자로 옮겨 붙고 있다. 
실제 아세아시멘트는 올해 이산화탄소(CO2) 저감 및 노후설비 교체 투자에 200억원 규모를 계획했지만,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4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116억원 대비 3배가량 하락하면서 투자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C&E도 수세설비 설치공사 공정기술 향상 및 전산ERP 재구축공사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올 1분기 적자 전환하면서 투자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환경 안전 부문의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데, 기업들의 경영악화로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게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삼표시멘트 전년동기 대비 89.5% 급락
유진기업 레미콘 매출 감소 영업이익 적자전환

이처럼 시멘트업계 레미콘업계가 올해 건설현장 감소 등에 따른 국내 출하량 감소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화됐다. 
삼표 등 주요 시멘트사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고, 올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마저 꺾이고 있다.
지난 5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C&E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64억6527만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43억8776만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성신양회도 올 1분기 영업손실이 61억2726만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134억1899만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삼표시멘트는 1분기 영업이익이 16억2,02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5% 급감했다. 
한일시멘트는 125억4,838만 원으로 전년동기 512억6913만원과 비교해 큰 폭(-75.5%)으로 하락했고 아세아시멘트 역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4억4765만원을 기록하면서 70.4% 감소한 34억 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116억3671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쌍용C&E는 26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성신양회도 61억 원의 적자를 냈다.
다만 한일현대시멘트가 올 1분기 109억219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전년 동기 57억2450만원과 비교해 2배가량 이익이 증가했다.
레미콘 제조업체인 유진기업도 올 1분기 건설경기 불황 여파로 적자를 나타냈다. 유진기업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천834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3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8.81% 줄고 영업이익 역시 적자전환했다.
유진기업은 2023년 연간 매출 1조4천734억원, 영업이익 84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3천933억원,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 시멘트 가격 인상분이 그나마 영업이익 적자 전환 방어를 해왔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방어선이 무너졌다”면서, “1분기 실적보다 2분기 실적이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소성로 멈추고 원가 줄이고, 자구책 마련 분주
내수침체가 발목, 실적회복 위한 뾰족한 해법 못찾아

이처럼 국내 시멘트업계의 내수 실적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후방산업인 시멘트산업도 당분간 심각한 내수부진·매출감소·이익악화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시멘트 수요 감소는 건설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멘트 수요와 밀접하게 관련된 신규 분양 물량과 건축 인허가, 착공 실적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주택 착공 수도 25.0% 줄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시멘트 출하량은 30여년만에 4천만톤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 수요는 건설 업황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실제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활발하던 1996~1997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6천만 톤을 넘어섰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는데 납품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여서 사업 여건은 악화됐다는게 업계 관측이다.
최근 내수 실적 부진은 이전 시장 위기와 비교해 더욱 뼈아프다는 것이 업계의 토로다. 
2020년에도 코로나 팬데믹 초기, 공급망 교란,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복합 위기로 작용했지만, 실적 감소율은 5.7%로 한 자릿수 그쳤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1분기에는 오히려 0.8% 실적이 증가한 바 있다. 
1분기 감소율이 20%대에 달한 사례는 IMF 외환위기에 돌입한 다음 해인 1998년이다. 
당시 1분기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23.1% 감소한 886만톤에 그친 적이 있다.
현재 시멘트 레미콘 기업들은 불황타개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중이지만 실적을 회복할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은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멘트와 철근 출하량 증가는 건설경기 활성화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가동 중인 소성로 35기 중 10기(28.5%)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중단 설비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소성로는 1500℃ 이상의 고열이 필요한 만큼, 재가동에 기간은 3일·비용은 3억원 이상 소요되지만, 이를 고려하고서라도 설비를 세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전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원가절감 사례 발굴부터 보다 나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수출을 늘리려해도 수익성이 낮고, 특수 시멘트를 개발해도 틈새시장 공략에 그칠 수 있다 보니 결국 대선 이후 상황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