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6.11 09:43
연일 바쁘게 터지는 입사 동기생 단톡방이다. 최근 단톡방에서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접했다. “따스한 봄볕 아래 함께 나들이 가자던 약속을 학수고대했건만, 기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새벽에 울린 전화벨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새벽 3시 반, 불길한 예감 속에서 받은 전화.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온 소식은 “새벽 2시 반에 영면하셨다”는 것이었다. 5일 전 마지막으로 본 초췌한 모습이 떠올랐다. 숨이 가쁘고 힘겨워하시던 그날, 선교사로 활동하는 동기의 기도와 친구들의 기원 속에서 떠나셨다고 한다. 십여 년의 간암 투병을 친구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았고, 작년 12월 10일 모임에서 우연히 각자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해 2월, 입원 소식을 듣고 급히 찾아뵈었을 때 초췌해진 모습에 가슴이 무너졌다. 그러나 힘든 투병 속에서도 평온한 마음으로 영면하셨다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는 길이지만, 친구가 먼저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쉽고 서운하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부디 그곳에서는 아픔 없이 편히 쉬시길 바란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인생이란 참으로 찰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서둘러 상경해 신촌 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동기들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따스한 봄날, 오사카-교토-나라 3일 여행기(2025. 3. 10∼12)
지난겨울, TV 홈쇼핑을 보다가 눈길을 끄는 여행 상품을 발견했습니다. 가성비가 뛰어난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라(奈良) 3일 여행 패키지였습니다. 비즈니스로 수없이 일본을 방문해 익숙한 이곳이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첫 일본 여행이었기에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1일 차: 오사카의 매력을 만나다
첫날,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지은 거대한 오사카성(大阪城)을 찾았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이곳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천수각(天守閣)에 올라 시내를 내려다보니, 성을 둘러싼 거대한 석벽과 수로가 당시의 뛰어난 토목 기술을 실감하게 했다. 저녁에는 신사이바시(心斎橋)와 도톤보리(道頓堀)로 향했다. 밤이 되자 더욱 화려해지는 네온사인과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커다란 게 간판이 눈길을 끌었고, 먹자골목에서는 다코야키(たこ焼き)와 오코노미야키(お好み焼き)를 맛보았다. 이후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 빼빼로의 원조 격인 포키(Pocky)를 만드는 일본 대형 제과 회사의 광고판이자, 도톤보리의 랜드마크인 글리코(GLICO) 광고판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인파 속을 헤치며 거리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흥미로운 경험을 이어갔다. 이후 니혼바시(日本橋)에서 사카이스지혼마치(堺筋本町)까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을 이동한 뒤, 구글 맵을 보며 밤길을 걸어 숙소인 도미인 호텔로 돌아왔다. 이곳의 온천은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최고였고, 온천 후 제공되는 요구르트와 아이스크림은 작은 행복을 선사했다. 또한, 호텔 조식은 일본 문화를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2일 차: 교토의 고즈넉한 정취
둘째 날, 비 내리는 교토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천 년 넘게 일본의 수도였던 이곳은 한국의 경주처럼 유서 깊은 도시다. 청수사(清水寺, きよみずでら)에서 바라본 교토의 전경은 장엄했고, 산넨자카(三年坂)와 니넨자카(二年坂)를 거닐며 전통적인 골목길의 정취를 느꼈다. 이곳에서 조그만 기념품을 구매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어 아라시야마(嵐山)로 이동하며 교토의 노면전차인 란덴(嵐電)에 탑승하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기모노 숲과 푸른 대나무 숲길(竹林, 치쿠린)을 지나 도게츠교(渡月橋)에서 사진을 남겼고, 노노미야(野宮) 신사에서는 소원을 빌었다.
이날 보행 수는 2만 보를 훌쩍 넘겼지만, 다리가 피곤할 줄 몰랐다. 아마도 보도블록이 우리와는 좀 다르게 정교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걷는 것이 편안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교토의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서 완전히 몰입한 하루였다.
3일 차: 나라와 고베, 그리고 귀국
마지막 날은 고베(神戸)와 나라를 방문했다. 고베는 1995년 대지진의 상처를 딛고 새롭게 탄생한 도시였다. 고베항 지진 추모공원에서 당시 모습을 보고 나니, 그 진도 7의 새벽녘 상황을 상상만 해본다. 새롭게 단장된 하버 랜드와 고베항만의 세련된 풍경 속에서 쇼핑몰과 해변을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나라로 이동했다. 나라는 고대 일본의 수도였으며(84년간), 불교의 중심지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였다. 신(神)이 사슴을 타고 내려와 이곳에 도읍을 정했다는 전설도 있다. 역사적인 명소들을 둘러보며, 옛 일본인들과 함께했던 여행을 떠올리기도 했다.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인 대불전 내 청동 불상(14.98mH, 452톤)을 보며 감탄했고,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일본 화엄종(華厳宗)의 대 본산인 동대사(東大寺)의 정교함에 놀랐다. 나라현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동대사 건축에 있어 신라계 도래인 목수가 총감독을 맡았고, 거대한 청동 불상은 백제계 도래인이 디자인했으며, 사자 석상은 중국 남조 유송 출신 석장이 작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슴 공원(鹿公園)에서는 약 1,200마리의 사슴들이 3교대로 풀어져 사람들과 친교 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 사슴들은 산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인간들과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야생성은 줄었지만, 한번 성이 나면 봉변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구입한 먹이(센베과자)를 줄 때 갑자기 몰려드는 사슴들과 교감하는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여행의 마무리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행운은 50대 미술학도 유학파 출신 가이드님을 만난 것이었다. 나이와 달리 몸이 빨랐고, 해박한 설명과 세심한 배려 덕분에 여행이 더욱 풍성해졌다. 출국부터 입국까지 한결같이 문자와 사진 정보를 제공하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숙소도 만족스러웠다. 일정이 짧아 관광지만 둘러본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에는 가이드님과 차 한 잔 나누며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내와 함께한 이 여행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짧았지만 일본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여행이었다.(이상)
![]()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