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ㆍ골재업계 반발에 골재 유통 이력관리제 좌초되나
작성일 : 2025.09.02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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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026년 전면 시행 어려울 듯
시행주체인 레미콘 골재업계 동의 ‘암초’
광주 화정동아파트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정부의 불량골재 근절책 로드맵이 암초를 만났다.
불량 레미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저급 불량골재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해온 ‘골재 유통이력관리제’ 관련 개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난관을 만나 1년 넘게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골재유통이력관리제의 시행 주체인 레미콘ㆍ골재 업계의 ‘동의’가 암초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내년 골재유통이력관리제의 전면 의무화를 목표로 현재 시범사업까지 펼치고 있지만, 정작 이력관리제 의무화를 담은 골재채취법 개정안 심의ㆍ처리가 늦어지면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골재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골재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의 이동경로를 파악ㆍ관리하기 위해 골재의 이력관리 의무 방안을 담은 ‘골재채취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지난해 8월 개정안이 국토위에 회부된 지 1년여 만이다.
골재이력관리제 개정안은 골재 채취현장부터 납품에 이르는 골재 유통 전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골자로 골재 판매자와 수요자가 골재 이동경로의 파악ㆍ관리를 위한 표준 납품서를 통해 거래하고, 이를 골재자원정보시스템(AGRIS)에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골재현장(채취원)부터 레미콘 제조사 등 납품까지 골재유통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불량골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골재수시검사 비용 연평균 1억 3천만원 추산
레미콘 골재업계 반발 핵심변수 떠올라
건설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현장 사용 골재의 절반가량은 생산 이력을 모른 채 유통되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골재가 유통됨에 따라 결국 불량레미콘이 양산될 수 밖에 없다고 업계전문가들이 누누이 경고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평균 2억3299만㎥의 골재가 필요하지만 이중 54.4%만 허가와 신고를 통해 공급되는 실정이다.
즉 현장의 수요에 미달하는 부족한 골재 45.6%(1억623만㎥)가 어딘가에서 허가나 신고 없이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골재유통이력관리제 논의가 나온 배경이다.
개정안은 골재 정기 검사 이외에 수시 검사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 지원 방안과 법 위반에 따른 행정 처분 조치도 담고 있다.
수시검사에 필요한 비용은 △2026년 1억2200만원 △2030년 1억4300만원 등 향후 5년 동안 6억6100만원(연평균 1억3200만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법안 심의 과정에서는 여러 쟁점이 불거지며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골재 이력관리의 효율성과 관련 업계의 동의 여부뿐 아니라 수시검사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 산지관리법상 산림골재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이견이 컸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생산 체계상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야적장 확보와 관리에 따른 추가 비용도 부담이다.
골재수시검사 확대 및 야적장 설치 비용 증가
소규모업체, “골재자원정보 시스템 관리자체가 부담”
현재 레미콘업계와 골재업계는 불량골재 유통 차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소형 골재ㆍ레미콘업계는 골재 유통이력관리제 시행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제도 도입에는 공감하지만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주장이다.
즉 근무자가 2∼3명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도 있는데다 골재 크기와 채취원 별로 보관ㆍ관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반발이 강하다.
A골재기업 관계자는 “골재현장에서는 2∼3명이 일하는 사업지도 많고, 현재까지 수기로 골재전표를 작성해 제출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B레미콘업계 관계자도 “골재채취업체마다 아이디를 가입한 뒤 골재자원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 관리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10여곳에 달하는 골재채취업체별 제품을 구별해 관리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대형 골재업계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대형 골재업계에서는 불량골재 유통을 차단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골재 업계 관계자는 “골재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한 방안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에서 “수시검사 비용을 수요자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산지에서 채취하는 골재에 대한 이력관리 방안 적용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소위, 골재이력관리제 재논의 필요
국토부, “업계 의견 재수렴 후 보완해 추진”
이처럼 골재이력관리제는 관련업계의 동의 여부뿐만 아니라 수시검사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 산지관리법상 산림골재의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의견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초하는 분위기다.
실제 골재유통이력관리제를 둘러싸고 여러 쟁점이 불거지자 국회는 의견 수렴을 이유로 도입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골재 채취와 부실공사 예방 측면에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만, 협회 등의 찬반 의견을 파악해 다음 심사에서 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골재이력관리제는 좋은 제도이지만, 현실적 실행 가능성을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법안소위 심의에서 나온 지적된 내용을 반영해 레미콘ㆍ골재 등 관련 업계 의견을 재수렴하고 있다”며 “조만간 법안 심의가 재개되면 국회에 보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골재 채취 업체, 골재 종류, 수량, 납품 장소, 차량번호 등을 담은 표준 납품서를 마련해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골재유통이력제 시범 운영에 착수, 법개정을 통해 2026년부터 전면 의무화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골재 유통이력제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골재채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골재채취법 개정안은 골재 판매자와 수요자가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표준 납품서를 통해 거래하고 이를 골재자원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일이 법 통과 후 6개월인 점을 고려할 때 애초 국토부가 목표로 한 내년 전면 의무화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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