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아스팔트 ‘역설계’ 시대 열어
작성일 : 2026.05.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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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더 물성과 배합설계 ‘경험 기반’ 개발 한계 극복
마이크로 메카닉스 기반 역설계 공정 제시
실험 횟수 획기적 단축, 맞춤형 아스콘 개발 속도 빨라져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전 산업 분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도로 포장기술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윤태영 연구위원(UST 교수)은 지난 3월 31일 한국아스팔트학회(회장 최재순) 2026년 정기총회 학술발표를 통해 개질 아스팔트 바인더의 성능을 분자 수준에서 예측하고, 원하는 물성을 역으로 설계하는 미래형 소재 개발 공정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숙련된 기술자의 경험과 반복적인 실험에 의존해왔던 바인더 연구 방식이 인공지능(AI)과 분자 동역학(Molecular Dynamics)을 결합한 ‘데이터 과학’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자 동역학’으로 아스팔트 분자 결합에너지 계산 가능
숱한 시행착오 과정 없이 도로파손 매커니즘 확인과 예측까지
지금까지 아스팔트 소재 개발은 수많은 배합 실험과 시편 제작, 그리고 장기간의 노후화 테스트를 거치는 숱한 ‘시행착오’ 방식이 주를 이뤘다.
윤태영 연구위원은 이를 분자 수준에서 해석하는 ‘마이크로 메카닉스(Micro-mechanics)’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즉 분자 동역학(Molecular Dynamics, MD)과 양자역학(DFT)을 활용하면 아스팔트 내 분자들의 결합 에너지와 용해도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아스팔트 물성 평가는 실제 시편을 제작해 고온과 저온, 반복 하중 등 극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결과 도출까지 수개월이 걸릴 뿐만 아니라, ‘왜’ 특정 배합이 우수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분자 동역학(MD)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스팔트 바인더 내부의 분자 간 결합 에너지와 용해도(Solubility), 점도 등을 가상 공간에서 계산하는 윤 연구위원의 방식대로 할 경우 일종의 ‘소재 디지털 트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 단위의 거동을 분석해 도로의 균열이나 변형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도로 포장면의 균열이나 변형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자 단위의 거동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시도라는 평가다.
아스팔트 바인더의 매커니즘 풀어낸 AI
‘역설계’ 기술로 최적의 배합비 순식간에 찾아내
윤 연구위원이 강조한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분자 모델링을 수행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으나, 이를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하면서 성능 예측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특히 그는 ‘소재 역설계(Inverse Design)’ 기술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목표로 하는 아스콘 혼합물의 내구성이나 탄성 등 특정 물성치를 입력하면, AI가 이를 충족하는 최적의 분자 구조와 배합비를 거꾸로 찾아내 주는 기술”이라며 “이미 배터리 소재나 뷰티 솔루션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이 첨단 기법을 아스팔트 바인더 소재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소재 역설계(Inverse Design) 기술이다.
과거에는 ‘A와 B를 섞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실험했다면, 이제는 ‘영하 20도에서도 갈라지지 않는 탄성을 가진 소재를 만들려면 어떤 분자 구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AI가 답을 내놓는다.
일일이 실험하지 않고도 수천 가지의 조합 중 최적의 물성을 갖는 배합비를 순식간에 찾아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바이오 바인더나 폐아스팔트 재생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 있어 이 역설계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아스콘 연구분야에도 실험과 시뮬레이션(MD/DFT), 그리고 거대 언어 모델(LLM)과 기계학습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연구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아스콘 생산과정의 효율을 개선하고 도로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소재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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