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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에서 유지관리로 무게중심 바뀌는 한국고속도로포장기술

한국고속도로의 현재와 미래 심층분석

작성일 : 2026.06.02 09:45

 

“도로 늘어나는 만큼 노화구간 급증”
2040년 노후노선 60% 초과할 전망

한때 우리나라 고속도로 기술의 상징은 ‘신설’과 ‘확장’이었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촘촘하게 길을 놓는 것이 성장의 언어였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달라졌다.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깔린 길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전하게, 얼마나 경제적으로 유지할 것인가가 핵심이 됐다. 
지난 5월 6일 개최된 한국도로학회(회장 조한선) 기술세미나에서 한국도로공사 도로처 박종서 부장이 세미나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고속도로는 이미 5,000km 시대에 들어섰고, 관리의 무게중심은 건설에서 유지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박종서 부장은 “고속도로 포장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관리 수준이 더 올라가야 하는데, 예산과 제도, 공법의 한계 때문에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세미나 주제발표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포장 유지관리와 개량에 연간 약 3,200억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고속도로 포장 불량률은 8%대에 이르고, 포트홀 피해 배상도 해마다 수십억 원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노후화다. 
세미나에서 박 부장은 30년 이상 된 노선 비중이 앞으로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부 보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의 6% 수준이던 30년 이상 노후노선은 2040년 60%를 넘는 약 3,000km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한국 고속도로의 다음 10년은 ‘확장’보다 ‘노후화 대응’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노후화는 단지 표면이 거칠어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포트홀은 노후노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균열과 물 침투, 제설제 영향, 반복 하중이 겹치면서 구조적 열화로 이어진다. 
박 부장은 포트홀의 80% 이상이 노후노선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고, 새로운 불량 구간이 매년 누적되는 속도를 현재 예산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금의 유지관리 문제는 ‘보수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후화 속도와 투입 여력이 맞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도로 조사관리 인프라는 이미 확보 돼
문제는 ‘활용 방식’ 자료연계 분석 미흡

이날 박종서 부장의 주제발표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한국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조사·관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59개 지사에 포장 조사장비가 배치돼 있고, 전방 카메라와 후방 카메라를 통해 포트홀과 균열, 보수 이력 등을 촬영·판독하며, 긴급 구간은 자동 알림까지 보내는 체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자동화된 조사장비와 PMS(포장유지관리시스템)를 통해 균열, 소성변형, 평탄성 등을 조사하고 경제성 분석으로 보수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도로협회가 소개한 ‘스마트 포장 관리 통합 플랫폼’은 한국형 유지관리의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핵심은 방대한 수치 데이터를 시각화해 현장 실무자가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문제는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데이터를 충분히 연결하고 시각화하고 예측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박 부장은 “자료는 상당히 잘 되어 있다. 다만 제대로 끌어모아 분석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표면만 보던 시대를 넘어, 속까지 읽는 유지관리로
파손 가능성 예측위해 TSD 구조성능 조사 장비 도입 시급

한국 고속도로 기술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겉보기 유지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세미나의 또 다른 메시지였다. 박 부장은 그동안 포장을 볼 때 “껍데기만 봤다”고 표현하며, 이제는 속을 보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언급된 것이 TSD 같은 구조성능 조사 장비다. 
이는 단순히 균열을 세는 수준이 아니라, 포장체와 하부 지지력까지 파악해 언제 어디에 어떤 공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정밀하게 판단하게 해준다. 
이 방향은 국내 연구 흐름과도 정확히 맞물린다. 
한국도로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유지관리 기술의 핵심은 센서퓨전 기반의 고속 이동식 조사, 구조성능 평가, 디지털 정보 축적, 그리고 AI 기반 의사결정 최적화다. 
즉 미래의 고속도로 유지관리는 “파손이 보이면 고친다”가 아니라, “파손이 커지기 전에 구조적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 개입한다”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배수성 포장, ‘좋은 기술’이 곧 ‘좋은 정책’은 아니다
성능의 우수함뿐 아니라 유지보수의 관점도 고려돼야

세미나에서 제기된 현실적인 대목 중 하나는 배수성 포장에 대한 평가였다. 
배수성 포장은 빗길 안전성과 소음 저감, 주행 쾌적성 면에서 분명 장점이 크다. 하지만 박 부장은 유지관리 담당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 기술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질 SMA 포장의 기대 수명이 20년을 넘는 반면, 배수성 포장은 훨씬 짧고 보수 부담도 크다. 
실제로 신규 개통 구간에서도 조기 탈리나 포트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왔다. 
이 발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 도로기술의 발전 방향은 ‘고성능 신기술의 전면 확대’가 아니라, ‘생애주기 관점에서의 선택적 적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체감 품질만 보고 기술을 넓히면 유지관리 부채가 한꺼번에 돌아올 수 있다. 
박 부장이 배수성 포장의 확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성능 향상과 유지관리 가능성,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때만 진짜 발전이 된다. 


‘야간 차로차단’의 한계를 넘어, 전면차단 집중공사로
지자체 협조 ‘난제’ 현실적 애로사항, 법 개정 필요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전략적인 제안은 전면차단 기반의 집중 유지보수였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야간에 차로 하나를 막고 절삭·포장·개방을 반복하는 식이었다. 
이 방식은 작업시간이 짧고, 근로자 위험이 크고, 차단 비용이 반복 투입되며, 품질도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박 부장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JCT와 JCT 사이를 일정 기간 전면 차단하고, 차량을 우회시킨 뒤 집중공사를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도로공사는 2023년 중부선 남이JCT~오창JCT 18km 구간에서 국내 최초 전면차단 공사를 시행해, 부분 통행제한 시 72일 걸릴 공사를 5일 만에 마친 바 있다.
경제성 분석에서는 약 17억 원 절감 효과가 있었고, 재포장 공사의 예측수명도 일반 부분차단 방식 평균 12년보다 크게 향상된 19년 수준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박종서 부장은 세미나 질의응답에서 국도관리청, 지자체, 경찰, 주민 반대 등으로 후속 확대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술적으로 옳다고 해도 법적 근거와 사회적 설득 장치가 없으면 실행이 멈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면차단 공법을 단순한 현장 아이디어가 아니라 도로관리계획과 법제도 안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 도로포장 재료 혁신의 해법은
‘더 강한 포장’을 넘어 ‘더 지속가능한 공급망’

박 부장의 발표는 공법과 제도뿐 아니라 재료 혁신 쪽에서도 흥미로운 힌트를 줬다. 
그는 SMA 포장에 타이어 롤러를 적용해 다짐도를 높이고, 부착 방지제를 활용해 기존의 시방 한계를 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1등급 골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강 슬래그 골재 도입을 강조했다. 
박 부장은 제강 슬래그를 쓰려면 철강업계가 품질을 보증하고, 제3자가 검증하며, 아스콘 업계가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도로공사는 꾸준히 발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도로공사 도로처 박종서 부장 주장의 핵심은 의외로 심플했다. 
한국의 고속도로 기술은 뒤처진 게 아니라 오히려 조사 체계, 데이터 기반, 유지관리 경험, 공법 다양성 면에서는 상당한 저력을 갖고 있다는 점, 문제는 노후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예산은 제한돼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사회적 합의와 법제도로 연결하는 속도는 더디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앞으로 고속도로는 표면 위주의 사후보수에서 구조성능까지 보는 예측형 유지관리로 넘어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배수성 포장 같은 고기능 포장은 체감 성능이 아니라 생애주기 기준으로 선택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 전면차단 집중공사 같은 방식은 법제도와 사회적 설득 체계를 갖춰 본격 확산을 준비해야 
하고 골재와 아스콘 공급망까지 포함한 산업 생태계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속도로는 이미 다 지은 인프라가 아니라, 이제부터 어떻게 늙게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하는 ‘살아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