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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레미콘 역대급 수급대란에 건설업계 ‘조마조마’]

작성일 : 2021.05.06 03:13 수정일 : 2022.06.29 05:12 작성자 : 관리자 (c)

 

 

시멘트 재고량 급격히 소진, 

장마전까지 수급불안 우려 

 

동시다발 시설보수로 시멘트 재고량 바닥

적정 재고량 절반에 못미쳐, 건설현장 “죽을 맛”

 

 

공사 성수기를 맞아 시멘트ㆍ레미콘이 역대급 수급대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4월말부터 시멘트 제조 7개사의 재고가 전량 소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건설현장의 시멘트ㆍ레미콘 수급 불안은 6월 장마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시멘트ㆍ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멘트 재고는 62만t으로 집계된다. 이는 시멘트 제조 7개사의 저장능력 대비 29.5%에 불과한 수준으로, 적정 재고량(125만t)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7개사 중 성신양회를 제외한 6개사의 재고가 모두 소진된 상태”라며, “성신양회마저도 희망하는 레미콘 업체에 모두 시멘트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4월말이면 성신 재고량도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시멘트는 생산 후 지역별 철도역 인근 사일로(유통기지)에서 재고를 쌓아두고 순서대로 출하한다. 

현재는 재고가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시멘트 공장까지 직접 들어가 갓 생산된 시멘트를 실어 나르고 있다.

A사 시멘트 공장 관계자는 “지난달 말에는 BCT 차량들이 줄을 지어 공장 앞에 대기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면서, “지금은 대기표를 나눠주고 있어 공급 순서에 맞춰 공장에 찾아온다. 최근 20년 사이 없었던 진풍경”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재고 소진은 시멘트 업계의 동시다발적인 시설보수공사에 기인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멘트 업계는 탄소 및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 이에 시멘트 제조 7개사는 작년 탄소중립선언에 동참했고, 이에 따른 ESG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환경설비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환경설비 투자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 필수 연료인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등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오염물질을 흡수해 특수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설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공장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경에 대한 투자가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재고 소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현재 시멘트 제조 7개사의 하루 생산량은 약 15만t에 불과한 반면, 출하량은 20만t을 넘어선다. 매일 5만t가량의 과수요가 발생하다 보니 재고량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수출량의 일부로 내수로 돌렸지만, 몰리는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월 수출량(30만∼40만t) 중 30∼50% 정도를 내수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50% 이상은 해외 거래처와 계약상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일단 최대한 가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수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시멘트 출하량은 2017년 5671만t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5124만t, 작년 4840만t까지 주저앉았다. 시멘트 업계가 예상한 올해 출하량은 4500만t. IMF 외환위기(4600만t) 때보다 후퇴할 것으로 점친 것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SOC 발주와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이 시작된다 해도 착공까지 2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그전에 설비보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7개사 보수일정이 올해 상반기로 집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3월 말 기준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만 해도 242만t을 넘어서며 작년(219만t)보다 5.7%가 많았다.

이로 인해 건설사 및 건설현장은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대형건설사 구매담당자는 “시멘트 재고 부족으로 레미콘 수급이 달리다 보니 당진ㆍ전주 등 일부 권역에서 레미콘 단가 인상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작년 10월 정기 단가협의 때 가격인상을 해줬는데도 수급불안 상황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을 요구하니 기업이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시멘트ㆍ레미콘 업계는 이 같은 수급불안이 올 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대부분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 공사가 마무리되긴 하지만, 그동안의 출하 공백을 단번에 메우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특히, 국내 최대 공장인 쌍용C&E 동해공장이 상반기 중 계속 환경설비투자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재고 부족은 6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