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Home > 기획/취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폭격맞은 시멘트 레미콘 업계]

작성일 : 2022.03.31 09:12 수정일 : 2022.06.29 05:05 작성자 : 관리자 (c)

 

 
“부르는 게 값” 
러시아 유연탄 폭등에 시멘트 레미콘 ‘비명’
 
우크라 전쟁, 유연탄 가격 상승세에 속도 붙여
 
시멘트 업계 재고 ‘바닥’ 건설현장 올스톱 위기 ‘초비상’
시멘트 가격 인상 시 건설사 협상 속도 올려야
 
레미콘업계가 러시아 유연탄 가격 폭증에 따른 시멘트 단가 인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경제 제재로 유연탄의 가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연탄 가격 인상은 시멘트 단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시멘트를 원료로 사용하는 레미콘업계는 유연탄 가격 추이에 울상이다. 
현재 유연탄 가격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를 살펴보면, 지난달 4일 기준 유연탄(CFR 동북아) 가격은 t당 232달러로, 전년 동기(79달러) 대비 193.6%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가장 높은 가장 높은 판매가(221달러)도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은 시멘트업계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40% 차지한다. 
이에 따라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단가를 인상했다.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t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인상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레미콘업계에 t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인상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수출입 규제로 러시아산 유연탄의 유입이 중단돼, 시멘트 단가가 여기서 더 인상될 전망이다. 
러시아산 유연탄은 시멘트업계 유연탄 사용량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주요 공급지역에서의 수입이 중단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큰 새로운 지역에서 유연탄을 수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멘트 단가 인상은 레미콘업계에 직격탄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의 골재를 섞어 제조한다. 이중 시멘트는 레미콘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한다. 
사실상 주요 골재 가운데 시멘트 단가 변동은 레미콘업체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 사이에서 단가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단가는 건설사와의 협상을 통해 조절하기 때문에,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단가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레미콘 시장은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에 끼었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인상돼도 독단적인 단가 인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멘트업계는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함에 따라 일부 유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시멘트 가격 인상에 적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레미콘 시장은 ‘출하 이후 1시간 30분 이내에 타설을 진행해야 한다’는 산업 특성상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는 최근 1년간 단가를 두 차례 인상했고, 유연탄 가격은 끝을 모르고 상승곡선을 나타내는 추세”라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유연탄 가격 변동에 따른 단가 인상을 이해는 하지만, 다시 건설사와 협상해야 하는 레미콘업계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멘트업계의 단가 인상 공문을 받은 뒤 건설사와 협상해야 하는 수동적인 위치라는 이유에서 레미콘업체들의 고심이 연일 깊어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수기 앞둔 건설현장 공정차질 타격
업계 “올 수급대란 작년보다 심각”
 
 
이처럼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원자재 비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건설 공사 착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건산연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은 타격을 입었다”면서 “원유와 유연탄 가격이 일주일 만에 20~80%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해 전반적인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필수 품목인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시멘트 관련 상품의 가격이 뛰어 알루미늄, 니켈 등 주요 마감재 가격 또한 올라 건설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건산연의 판단이다.
분석 결과 건축물 건설의 경우 유가가 10% 상승시 0.142~0.145% 생산 비용이 상승하며, 유연탄이 10% 상승시 0.07~0.077% 생산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토목건설의 경우 각각 0.144~0.443%, 0.087~0.183%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급등한 유가와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건축물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일반 토목시설은 3% 정도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5~5.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수익의 3분의1 이상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산연은 “수급이 어려워지면 지면 진행 중인 공사에도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비용 문제로 계획된 공사 착공을 지연 및 취소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건축 착공의 감소는 주택 분양을 비롯해 민간공사의 신규 투자가 일시에 위축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산연측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으로 건설회사들은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사업을 확대할 수 없게 된 건설사들은 결국은 신규로 사업을 착수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며 “이미 착수에 들어간 공사는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해 부도 위험 또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우선 정부가 원자재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입원을 다각화함과 동시에 관세를 완화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연탄의 경우 시멘트 생산에서 필수인 원자재인데, 그동안 수입 물량의 75% 이상을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산을 사용했다”면서 “수입 단가가 높고 운반비가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다른 지역의 유연탄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한편, 한시적으로라도 수입 관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레미콘 가격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레미콘은 원유와 유연탄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고 비용상 건설산업에 투입되는 비중이 높다.
아울러 그는 분양가상한제의 단가 산정 체계를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급등한 자재 가격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받기 위해서는 기본형건축비가 발표되는 특정 시점 이후에 분양할 수밖에 없는데 자칫 분양이 특정 시점에 쏠리게 된다면 자재 수급 문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면서 “2월, 9월에 발표되는 기본형건축비 발표 주기를 짧게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월 레미콘 끊겨 공사 못할 판”...업계 ‘초비상’
시멘트사 계약물량도 확보 못해 ‘발동동’ 
 
 
실제 국내 일부 시멘트사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한출하에 들어가며 봄철 성수기를 앞둔 건설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제한출하로 시멘트 재고량이 3일치에 불과한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당장 다음달부터 레미콘이 없어 공사를 못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빚어질 것이란 위기감마저 감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시멘트사들이 유연탄 비축 재고량 감소를 이유로 제한출하에 돌입했다. 공장 가동률을 60%로 줄인 것이다. 
7대 시멘트 제조사들이 보유 중인 유연탄 비축량은 한 달치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유연탄 가격까지 폭등하며 각 시멘트사들의 유연탄 재고량이 한 달치가 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4월부터는 공장 가동을 못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가격 폭등으로 유연탄 확보가 어려운 까닭이다.
앞서 지난 4일 국제 원자재거래소에서 호주 뉴캐슬항 고품질 유연탄(6000㎉/㎏ 기준) 선물은 t당 446달러에 거래되며 하루 만에 45.7%가 뛰어오르는 기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386달러까지 내려왔지만, 작년초 t당 60∼80달러에서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원가분석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등세는 여전하다.
러시아산 유연탄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국내 시멘트 업계는 부랴부랴 인도네시아ㆍ호주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지만,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수요량 분산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산 원자재 수출을 막기 위해 선박 통제에 나서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한다.
시멘트사 관계자는 “러시아 업체들의 유연탄 수출 의지는 확고하지만, 일단 선박 수배도 쉽지 않다”면서도, “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재고량이 한 달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타개할 만큼의 충분한 유연탄 구매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멘트사들이 수입하는 유연탄은 그동안 연간 단위 벌크(bulk) 계약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연탄 대란으로 올해 7개 시멘트사 모두 ‘스팟(spot)계약’으로 전환했다. 
필요할 때마다 점단위로 구매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한 달치밖에 선구매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달부터 공사 재개를 서두르고 있는 건설현장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제한출하로 인해 시멘트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다음주부터 건설현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레미콘사들로부터 “4월부터는 충분한 레미콘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언질을 받은 건설사도 나온다.
대형 레미콘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일 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멘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둘째치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사(건설사)에 계약 물량을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시멘트 수급이 빠듯하다. 4월부터 본격적인 건설현장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예견된 ‘시멘트 수급대란’
정부 특단대책 서둘러야
 
 
결국 지난해에 이어 또 1년 만에 시멘트 수급불안으로 인한 건설현장 중단 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현장을 둘러싼 상황은 1년 전보다 악화했는데 대책은 여전히 전무하다.
최근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작년에는 업계의 수요량 예측 실패에 따른 설비보수 집중으로 불거진 가동률 저하의 문제였다. 건설현장의 애로가 발생한 직후 시멘트사들이 보수일정을 재조정하면서 공급이 다시 정상화됐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지난해와 전혀 다르다. 유연탄을 구매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 차질이어서 업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수급대란이 제어할 수 있는 내부요인(설비보수)이었다면, 올해는 제어가 불가능한 외부요인(유연탄 가격 폭등 및 러-우크라 전쟁)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작년에도 건설업계는 레미콘 부족으로 힘들어했다. 
작년 시멘트 수급대란 당시 30대 건설사에서만 3∼4월 중 81개 현장이 총 269일간 멈춰섰다. 공공현장은 152일, 민간은 117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3조7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 현장도 14일간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당시 시멘트 재고량은 74만t. 재고량으로 따지면 올해의 심각성은 더욱 피부로 와닿는다. 현재 국내 시멘트 재고량은 65만t 정도로 작년 수급난 때보다 약 10만t이 부족하다. 시멘트 재고량 감소는 레미콘 수급난으로 직결되고, 이는 곧 건설현장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4월 중 건설현장의 레미콘 수급대란은 피하기 어렵고, 대형건설사 중심으로 물량 선점이 일어날 경우 중소건설사의 현장부터 셧다운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견된 수급대란이 본격화하기에 앞서 정부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인 계약조정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 레미콘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공급 가능량을 점검하고 건설사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작년처럼 민간과 공공이 한정된 물량을 놓고 싸우는 형국이 되면 관급공사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고 모든 현장의 타설 공정이 불안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민간공사 부분에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파트 공사와 같은 민간 영역에도 정부가 공기연장 및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대한 행정지도와 처리절차에 관한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산업계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또한 자재 대란이 장기화 국면을 맞이한 만큼 상위법령인 건설산업기본법 내 관련규정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