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건설사 “과하다” 공동대응
작성일 : 2022.09.01 10:09 수정일 : 2022.09.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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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레미콘, 수입산 시멘트 공동구매 모색
시멘트 게열사 둔 레미콘사 보이콧 분위기
시멘트업계가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나서 레미콘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당장 가격 직격탄을 맞는 레미콘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고, 건설업계 역시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1년만에 2회의 시멘트가격 인상이라는 초유의 위기가 닥치자 레미콘업계가 시멘트사와 비(非)시멘트 계열사 구도로 진영이 갈리는 모양새다.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업체들은 건설사와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가격인상 저지에 분주하다. 하지만 시멘트그룹 관련 수직계열 관계에 있는 회사들은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업계는 지난달 4일 건설업계와 공동으로 시멘트 단가인상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건설협회와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주요 건설사 외에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사와 경인레미콘조합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시멘트사의 단가인상 추진에 정면 맞대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에 시멘트 단가인상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멘트사의 불공정행위 발생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즉시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시멘트 회사가 단가인상을 결정해도 레미콘업계가 크게 반발할 여력이 없었다.
레미콘사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공급사를 상대로 한 가격협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가격인상을 반대하는 레미콘사에 시멘트사가 물건을 주지 않으면 당장 타격을 입는 구조다.
이로 인해 시멘트사의 가격인상 방침은 거의 고스란히 수용돼 왔다.
올핸 사정이 이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은 이례적으로 시멘트가격이 연내 두번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올 초 시멘트회사들은 유연탄 등 원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15% 가량 단가를 인상했다.
지난해 7월 5.1% 단가를 올렸던 것까지 감안하면 1년 1개월 사이에 3차례나 단가를 올리게 되는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원자재값 부담과 물류비용 증가 등을 단가인상 요인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레미콘, 건설 업계의 지적은 다르다. 시멘트업계가 가격인상 근거로 든 것은 호주산 유연탄 시세지만 실제 구매가격은 시세보다 훨씬 낮고, 국내 업체들은 러시아산을 주로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호주산 유연탄은 t당 가격이 지난해 평균 137달러에서 올해 2/4분기 376달러로 174% 올랐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실부담 유연탄 비용은 200% 올랐다는 게 시멘트사들의 주장이다.
반면 레미콘, 건설 업계는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산 유연탄을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유연탄값은 지난 2월 1t당 206달러에서 지난 6월 183달러까지 내려갔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건설업계가 추산하는 시멘트사의 실제 유연탄 구매가격은 1t당 233달러 선”이라며 “이는 상반기 가격인상분을 감안했을 때 시멘트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강조했다.
이런 배경아래 비시멘트 계열 레미콘사들과 건설업계는 이번 기회에 시멘트값 산정구조를 공개하라 요구했다.
이에 더해 건설사들은 향후 유연탄가격 하락 시 시멘트가격도 내릴 것인지 언급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례적인 레미콘·건설 업계의 공동대응 와중에 시멘트 계열 레미콘사들은 중간에서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이들의 경우 원가인상 요인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제 목소리를 내기란 어렵다.
모기업이 시멘트와 레미콘의 수직계열화 관계이기 때문에 ‘친정’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도 시멘트 계열 업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향후 공동대응에도 함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편, 한일시멘트는 지난 2일 시멘트값을 기존 1t당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약 15%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업체에 보냈다. 삼표시멘트도 11.7% 가량 단가를 올리겠다 통보했다.
레미콘업계는 쌍용C&E 등 나머지 업체들도 조만간 가격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레미콘업체, 시멘트값 추가 인상에 불만 폭발
건설사와 손잡고 "시멘트값 산정구조 공개하라" 압박
이처럼 건설업계가 이례적으로 레미콘업계와 가격 방어선 구축에 나서면서 지금까지의 시멘트 가격 전쟁과는 그 형태가 다른 양상을 띨 전망이다.
여태까지는 레미콘 업계에 가격 협상을 일임해왔지만, 시멘트 업계가 지난 4월 15%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한 후 4개월도 안 돼 또다시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자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건설업계는 비시멘트계열 레미콘사들과 함께 수입 시멘트 공동구매 방안까지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달 4일 건설·레미콘 업계 주요 관계자가 모두 모인 시멘트가격인상 대책회의에서는 시멘트 업계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에 대한 수요 업계의 불만이 격앙된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후문이다.
건자회(건설사자재직협의회) 측은 “상반기 15∼18%를 인상할 때만 해도 유연탄 가격 상승분이 워낙 컸기에 시멘트 제조사들의 입장에 일정 부분 공감했고, 제시한 인상안도 모두 수용했다”며 “하지만 인상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추가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건자회 측은 “특히 시멘트 업계는 호주산 유연탄 시세를 기준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데, 실제 구매가격은 시세보다 훨씬 낮다는 점과 러시아산을 활용해왔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직격했다.
시멘트사들이 추가 가격 인상 배경으로 꼽는 유연탄 시세 문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
그동안 국내 시멘트사들은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의 75%를 러시아산에 의존해왔지만, 미국의 경제제재가 발효된 직후 호주산으로 사용처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가가 급등했다고 주장해왔다.
삼표시멘트는 “유연탄이 작년 평균 t당 137달러(호주산 뉴캐슬 6000㎉/t 기준)에서 올 2분기 376달러로 174% 급등했다. 여기에 환율까지 작년 말 달러당 1191원에서 현재 1300원대까지 오르면서 실제 시멘트사들이 구매하는 유연탄 비용이 200% 증가했다”며 “상반기 가격 인상으로도 상승분 반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계산은 다르다.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이후에도 시멘트사들은 지속적으로 값싼 러시아산 유연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제제재가 발표된 직후 러시아산 유연탄에 오히려 할인이 적용돼 가격이 더 저렴해졌다. 심지어 유연탄 브로커들이 케이먼제도에서 대금 결제 문제를 해결해준 사실도 알고 있다”며 “현재 건설업계가 추산하는 시멘트사의 실제 유연탄 구매가격은 t당 233달러 수준이다. 이 정도 가격은 상반기 인상분을 감안했을 때 시멘트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건설업계는 레미콘사들에 공동 대응의 일환으로 △시멘트사를 계열사로 둔 레미콘사 제품 보이콧 △공동 수입터미널 구축을 통한 중국·인도산 시멘트 수입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계 대표단은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레미콘사에는 물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다 보니 그동안 가격 협상에 정상적으로 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건설업계가 지원을 해준다면 우리도 시멘트 업계에 강경한 입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건설협회는 대책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또 가격 인상 시점에 시멘트사들의 생산량 감산이나 특정 수요사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즉시 신고하기로 했다.
레미콘업계, 운송비 올랐는데 시멘트 값 또 올려?
러시아 유연탄값 안정세, 인상명분 안된다 강경 대응
현재 레미콘 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레미콘 운송 차주들과 운송비 인상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시멘트값 추가 인상안을 통보받자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회사 수익성에 직격탄을 주는 악재들이 겹겹이 늘어나자 비시멘트계열 레미콘 회사들은 결국 건설사들과 함께 손잡고 해외 수입 경로까지 알아보는 등 다각적인 자구 방안을 찾아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레미콘 업계는 주로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원자재 인상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1년에 두 번씩 공급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건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수도권의 모 레미콘사 임원은 “이미 시멘트 회사들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초에도 20% 가깝게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시멘트 원가 내역이 드러나지 않아 어떤 합리적 근거로 가격을 올리는지 알 수 없다”며 “시멘트 값을 인상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추가 인상에 협의도 없이 통보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시멘트 인상의 주된 요인 꼽히는 유연탄 가격도 그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시멘트 업계는 호주산을 기준으로 유연탄 가격 부담을 토로하지만 러시아산 등을 활용해 실제 들여오는 가격은 이 보다 낮다”면서 시멘트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료,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면 제조사들이 제품값을 인상하는 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선 비상식·비합리적이라는 조치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국내 시멘트사들이 주로 쓰는 유연탄은 러시아산인데, 최근 러시아산 유연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시멘트업체들은 연초 가격 인상 당시 자신들이 사용하는 유연탄 중 75%가 러시아산이며 나머지 25%는 호주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KOMIS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5750kcal/kg NAR)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343.73달러에서 8월 5일 기준 246.99달러로 39.17% 하락했다. 또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살펴보면 국내로 수입된 러시아산 유연탄의 평균단가(수입액/수입량)는 지난 2월 205달러에서 6월 183달러로 떨어졌다.
아울러 러시아 연방에서 국내로 들어온 전체 유연탄(생산지 불문) 평균단가 역시 지난 1월 156달러에서 4월 229달러로 오른 후 6월 205달러로 하락했다.
국제 통계를 봐도, 국내 수입 실적을 봐도 시멘트업체들의 논리가 비상식·비합리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특히 이번 인상에서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호주산 유연탄 가격을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 유연탄의 현물가는 지난 5월 톤당 436.07달러에서 377.4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7월 433.9달러로 올랐으나, 이달 들어선 지난 5일 기준 392.84달러로 다시 내려앉았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KOMIS한국자원정보서비스 통계에선 지난 3월 288.15달러에서 8월 209.91달러로 27.1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멘트업체들의 가격 재인상 조치를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들이다. 무엇보다 의아한 건 타이밍이다.
전문가들은 변수가 없는 한 국제 유연탄값이 올해 2~3분기 정점(인도네시아산 등 평균 약 350달러 안팎)을 찍은 후 안정세를 지속해 이르면 4분기, 늦어도 오는 2023년 2분기에는 200달러 안팎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 국가들이 탈(脫) 러시아 석탄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러시아산 유연탄을 많이 사용하는 국내 시멘트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국내 시멘트업체들의 유연탄 구매 가격은 톤당 230달러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2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때문에 관련업계 일각에선 시멘트업체들의 시멘트값 인상 시도 배경에 유연탄이 아니라 다른 게 깔려있을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이번 가격 인상 이슈에서 총대를 멘 삼표, 한일 등 과거에는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양사는 모두 최근 공장 이전 문제에 휩싸였다.
삼표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일은 부산과 경기 성남에서 각각 잡음을 빚고 있는데, 공장 철거·이전이 이뤄지면 두 회사 모두 지금 당장은 경영활동에 애를 먹을 공산이 커 보인다.
뒤따라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쌍용C&E(쌍용씨앤이)는 지난 7월말 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출자자 교체를 마친 바 있다.
수익률 제고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각 업체들이 제시한 인상률이 비슷한 수준(12~15%)이라는 점도 수상쩍다.
기업마다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이 다르고 원가가 다를 텐데 어쩜 이리 판박이인지,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상 조치가 아니라 담합을 통한 이기적인 조치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니라 다른 목적 때문에 시멘트값 인상에 나선 것이라면, 전(全)국민적 고통 분담이 요구되는 시기에 비상식·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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