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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멘트가격 담합인상에 제동

명분없는 가격 인상 견제장치 도입 검토

작성일 : 2023.07.03 09:42

시멘트업계의 가격인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건설경기 불황에도 거듭된 시멘트사의 일방적 가격 올리기에 정부가 개입에 나선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가 7월 출하분부터 14% 가격 인상을 통보한 가운데 정부가 가격 인상 견제장치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건설분야에서 필수적인 장비와 자재에 대해서는 특정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밀고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미콘 및 시멘트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국토교통부 주재 관계부처 및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가 한자리에 모인 시멘트 가격인상 관련 협의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 등 4개 관계부처와 시멘트협회, 레미콘공업협회,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건설협회 등 업계 대표, 연구용역 책임자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참석했다.

쌍용C&E와 성신양회 등 시멘트업체들이 통보한 가격인상안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자리였으되, 시멘트사가 가격인상을 통보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9개 관련 기관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안의 시급성과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정부의 판단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건설업계 영향에 대한 발표를 맡은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멘트 가격 10% 상승 시 건설공사 전체 비용은 0.71~1.24%가 증가하는데, 이와 함께 철강재 가격도 재차 인상기조로 변화할 수 있어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지난 2년에 이어 올해까지 자재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중소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이미 올해 1분기 상장 건설사 50개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한 상황에서 시멘트 등의 수급 및 가격 불안은 심각한 위험요소다. 업계 간 협의와 소통을 통해 시장 혼란과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안 검토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건설산업기본법 내에 자재를 위한 동반성장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멘트 업계에는 “가격 인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을 경우 담합 의심을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멘트사 사모펀드 고배당 문제 제기
쌍용씨앤이 2018년부터 배당성향 100% 초과 유지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시멘트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과도한 이익 선취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합된 학계 의견으로 “사모펀드가 시멘트사를 인수합병한 후 과도하게 고배당을 실시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논란이 있다. (사모펀드가) 이익의 일부를 시설투자 등으로 전환해야 하나 가격인상으로 대체했다. 비용구조가 유사한 상황에서 기업별 이익률 차별화의 이유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생산·수익구조가 유사한 시멘트사들의 1분기 경영공시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을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상당한 공감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시멘트사들은) 생산·수익 구조가 유사한데 1분기 경영공시 결과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친환경 설비 투자는 쌍용C&E와 성신양회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원가요인으로 가격 인상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 기간산업을 통해 사모펀드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공사비 등 건설산업 전반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전가된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임원은 “원가 인상 요인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면 시멘트 가격 인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흑자를 낸 다른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한다면 과점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정책연구원측도 “시멘트가격 인상은 공사비 상승은 물론 다른 자재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 2년간에 이어 올해까지 자재가격이 상승한다면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회적 비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유연탄값 등 원가하락 요인을 감안하면 가격을 오히려 25%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급과 수요업체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경우 피해는 양측에만 그치지 않는다. 레미콘은 물론 연관산업과 최종 소비재인 인프라시설이나 집값 상승 등 후폭풍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명분없는 시멘트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시멘트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이익 선취 문제가 수면위로 본격 떠올랐다. 
설비 투자 등으로 일부 전환돼야 할 시멘트사의 이익이 과다한 배당에 사용되면서 가격 인상이 촉진됐다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시멘트사의 고배당과 재무건전성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시설 투자 등에 사용해야 할 이익이 배당에 쓰이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촉진됐다는 주장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쌍용씨앤이가 몇 년 전부터 주주 배당을 많이 했다. 시멘트사마다 이익률이 다른 이유에 대한 일각의 의견이 제시된 것”이라며 “고배당을 가격 인상과 직접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상생과 협력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수요업계의 바람도 이해가 된다”고 전했다.


시멘트 제조원가 공개되지 않아
일방적 가격인상 제도적으로 견제해야

이처럼 수요자측인 레미콘사와 건설사는 시멘트사의 가격인상 명분이 되는 제조원가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실상을 파헤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 주재 관계부처 및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가 모인 시멘트 가격인상 관련 협의회의에서 시멘트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 통보를 견제할 장치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것이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사의 가격 인상 이면에는 폐기물 활용 등을 위한 환경설비 개선작업이 있다. 해당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면서 “시멘트사의 새로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거래기업을 이용하는 것은 파트너십이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 간 갈등이 커지는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시장논리에 맡기지 않고, 건설현장이 중단될 수준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의 시발점은 쌍용씨앤이 였다.
쌍용씨앤이는 지난 6월 1일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7월부터 톤당 11만 9600원으로 14.1% 올리겠다고 건설업계에 통보했다. 뒤이어 업계 3위 성신양회도 최근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10만 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14.3%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는 전기요금 인상과 환경 설비 투자 등에 따른 비용 인상을 제품 가격 인상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시멘트가격 인상의 포문을 연 쌍용씨앤이는 1962년 설립된 우리나라 1위 시멘트사다. 
토목, 건축에 사용되는 시멘트와 레미콘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환경자원과 석회석 사업도 벌이고 있다. 
연간 시멘트 생산량은 1500만 톤 수준으로 국내 시장 20% 이상을 점유한다. 
2022년 시멘트 사업 매출은 1조 1453억 원으로 전체 사업 매출의 58%를 차지한다.
쌍용씨앤이의 최대주주는 한앤코시멘트홀딩스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쌍용씨앤이(당시 쌍용양회)를 인수하려고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4월 채권단이 보유한 쌍용씨앤이 지분 46.14%를 약 8837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은 올해 3월 기준 77.7% 수준까지 늘었다.
​최근 ​쌍용씨앤이는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7억 원, 순손실 259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했을때 영업이익은 4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순손실 규모는 104억 원 늘었다.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줄어든 2209억 원, 순이익은 31% 줄어든 1278억 원이었다. 그럼에도 쌍용씨앤이​는 지난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8년 1분기부터 연간 2000억원 내외의 현금을 분기로 쪼개 배당했다. 
연간 배당 규모(순이익 대비)는 2018년 1870억(128%), 2019년 2123억 원(163%), 2020년 2217억 원(160%), 2021년 2210억 원(119%), 2022년 2210억 원(173%) 수준. 올해 1분기에는 적자에도 352억(-136%)을 배당했다. 영업으로 만든 현금이 배당과 투자에 쓰이면서 재무 부담은 커졌다. 
쌍용씨앤이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1조 6298억 원으로 2018년 말 6972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1.7배에서 3.3배로 증가했다. 
영업 현금 창출을 넘어서는 투자와 배당금 관련 자금소요, 운전자금 부담 확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월 쌍용씨앤이에 대해 “최대주주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을 배당재원을 통해 회수하고 있다. 이러한 최대주주의 재무부담 전이 수준에 따른 재무 안정성 변화 추이가 향후 등급 결정 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