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은 악화일로인데 전기세 올리고 판매가격 내리라니
작성일 : 2024.10.07 09:37 수정일 : 2024.10.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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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불황에 시멘트 출하량 전년대비 감소
4분기 전기요금 인상 확실시. 원가부담 늘어
“설비가동 중단까지 고민중입니다”
대한민국 시멘트업계가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며 수요가 점점 줄고 있는데 전기세 인상 등 원가압박요인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황에 신음하는 건설업계는 시멘트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저가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환경규제는 갈수록 심해져 설비투자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장사는 안되는데 비용만 증가하는 구조다.
시멘트업계에선 비상경영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까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시멘트업체는 조만간 생산량 조절을 위한 부분적인 설비 가동 중단마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한국시멘트업계는 지금 건설경기 장기 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 그리고 비용부담에 수요자의 가격인하 압박까지 겹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달 10일 올 상반기 시멘트 생산, 출하 및 재고 실적을 발표했다.
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약 13% 감소한 2274만톤, 출하 역시 약 12% 감소한 2284만톤으로 집계됐다.
반면 재고는 출하감소의 영향으로 약 16%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결과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에 업계 내에서도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라는게 협회 측 설명이다.
일각에선 향후 2~3년 내 출하량이 4000만톤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협회 측은 “연간 출하량 4000만톤은 IMF 외환위기에도 경험한적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이에 국내 시멘트업계는 내부적인 원가절감 등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사례 또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재고↑· 수출도 갈수록 급감
年 출하량 4000만t대 하락 우려 '비상경영' 돌입하나
업계에선 건설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 건설수주액이 전년대비 15.4% 증가하는 등 주요 건설선행지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이는 공공부문의 수주 호조에 따른 영향이 크다.
시멘트 내수에 관건인 아파트 등 민간부문 중 신규주택 수주는 무려 50.2%나 감소한 점이 뼈아프다.
시멘트업계는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호전된 건설지표에도 시멘트 수요를 진작할 요인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웃 일본 시멘트산업의 쇠퇴를 보면서 국내 시멘트업계 역시 저성장 기조에 발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뿐,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감소와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시멘트 출하량 감소 등이 이어지고 있어 추세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2018년 당시 5734만t이었던 시멘트 총출하(내수+수출)는 2020년엔 5304만t으로 줄더니 2022년에는 5229만t까지 감소했다.
시멘트 수출도 544만t(2018년)→528만t(2020년)→264만t(2022년)으로 점점 줄었다.
출하량 대비 수출 비중도 2018년과 2020년 9~10% 수준이던 것이 2022년엔 5%까지 위축됐다. 국내 수요는 갈수록 줄고, 그렇다고 수출도 바라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장을 놀릴 수도 없어 재고만 쌓이는 형국이다.
시멘트 A사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조만간 생산량 조절을 위해 부분적으로 설비 가동 중단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연간 출하량이 4000만t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토로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유연탄과 함께 시멘트 제조원가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까지 하반기에 인상되면 낙폭은 더 커지고 장기화될 것”이라며 “연간 1억톤이 넘던 일본의 시멘트 내수가 이제는 4000만톤 이하로 추락했듯이 국내 시멘트 내수도 4000만톤 이하로 떨어질 것을 상정해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치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가격 안내리면 중국産 수입” 으름장
총체적 난국에 정부마저 시멘트가격 인하 압박
여기에 건설사들은 최근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과 레미콘 단체에 가격 협상 공문을 보내면서 재차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인하 요구 수용이 안될시 중국산 시멘트 수입 추진까지 나서겠다는 초강수까지 예고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가격인하요구 압박에 시멘트 업계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일단 내부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견건설사 구매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따르면 건자회는 지난 9월 9일 삼표시멘트‧성신양회‧쌍용C&E‧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등 시멘트 제조 7개사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레미콘 단체에 시멘트 가격 협상 자리에 참석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건자회가 모든 시멘트 제조사에 가격 협상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자회는 공문에서 “건자회는 2023년 하반기 가격 협상에 참여해 시멘트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면서, “당시 원재료 가격이 인하할 경우 시멘트 가격을 인하한다는 확약에 따라 가격 재협의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t당 약 2만6000원이었던 유연탄 가격은 지금 1만5000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건자회는 시멘트 가격을 t당 1만1000원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t당 11만2000원에서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10만1000원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시멘트 가격 인상 당시 생산 원가에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상승분을 대입한 계산식에 따라 가격 인상분을 정한 만큼, t당 10만1000원은 유연탄 가격 하락분을 계산해 도출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초강수와 단체행동에 시멘트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그간 건자회가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에서 개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중견건설사들 위주로 운영됐다면, 올해부터 대형건설사 2곳도 건자회에 가입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회원사까지 더해 건자회에 시공능력 10위권 내 건설사가 총 4곳인 만큼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시멘트업계, 설비투자 2020년 3429억서 올해 6076억까지 늘어
안덕근 장관 "하반기 전기요금 정상화" 인상예고, 비용증가 우려
이처럼 전반적인 상황은 시멘트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앞서 건자회는 지난달 6일 긴급총회를 통해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힌 데다, 정부에서도 시멘트 가격 인하를 종용한다는 점에서다.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9월말 공사비 증가의 주요 원인인 자재가격을 낮추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시멘트를 꼭 집어 언급했다.
이와 관련,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내부검토를 해보겠지만 가격 인하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실 지난해 11월 협상 때도 인상폭은 시멘트 업계가 제시한 수치에서 55%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전기요금 및 인건비 상승, 환경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인하는 고사하고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시멘트업계에서는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연탄 가격 30% 전기요금 20% 수준이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원가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4분기 전기요금의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하절기에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하절기가 지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하반기에 요금 정상화를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시멘트 업계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친환경 등 시멘트 7개사의 설비투자 총 규모는 2020년 당시 3429억원에서 올해 607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들어 현재까지 5892억원을 집행해 당초 계획했던 액수의 97%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올해 설비투자 조기집행 규모는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기준 강화에 대비해 오염물질 저감 시설 투자 등을 최대한 앞당기고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순환자원의 안정적인 사용 확대를 위한 설비 신설 및 증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319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투자 실행 및 계획을 감안하면 올해 예상되는 순이익은 고스란히 설비투자에 들어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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