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현장 배처플랜트 계획에 운송노조 ‘레미콘 운송거부’
작성일 : 2025.08.04 01:59 수정일 : 2025.08.04 02:11
![]()
레미콘 도심 공급공백 대안으로 부상한 ‘현장 배처플랜트’
‘일거리 사라진다’ 레미콘 운송노조 강경투쟁에 ‘난항’
예고됐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 중심 권역에서 ‘레미콘 대란’이 시작된 것.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기사들로 구성된 전국레미콘운송노조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 계획에 반대하며 단체 운송거부에 나선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운송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의 수도권 내 모든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노원구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사업현장에 배처플랜트 설치를 검토하는 것에 대한 항의다.
레미콘업계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현장 배처플랜트 확대방침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현실화까지는 험난할 것”을 예고했었다.
국내 레미콘플랜트 점유율 1위 ㈜스페코 영업부 원찬호 상무이사는 “국토부 방침이 나오게 된 배경과 결정은 나름 합리적이지만 과연 중소사업자가 대부분인 레미콘업계의 반발과 그에 앞서 믹서트럭 운전자들의 생존권을 앞세운 투쟁이 이어질텐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 놓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반포주공 1단지에 투입된 현장 배처플랜트를 기회로 향후 도심 주택정비사업에 현장 배처플랜트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입장과 “중소레미콘업체 및 운송노조의 단체행동으로 입을 피해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신중론이 병존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 역세권개발 현장여건 상 배처플랜트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은 상차 후 90분 이내에 현장에 타설돼야 하는데, 광운대 개발지 인근은 총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형성돼 동북권 대표적인 교통혼잡 구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성수 삼표공장 등 서울 레미콘 생산기지가 폐쇄함에 따라 도심 현장은 레미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배처플랜트를 설치하더라도 외부 유입을 필수로 병행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레미콘 수급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최근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을 개정했다.
다만, 레미콘 제조사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생산량을 전체 수요량의 50%로 제한했다.
현장 배처플랜트를 설치하더라도 50%는 외부에서 반입해야 한다.
그러나 운송노조측은 이마저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일감이 줄었는데, 현장 배처플랜트까지 설치되면 믹서트럭 운전기사는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운송노조 관계자는 “레미콘은 통상 반경 25㎞ 내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
광운대 현장 주변에는 14곳의 레미콘 제조사가 있는데도 현장에 배처플랜트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4월부터 배처플랜트 설치 철회를 요청했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운송거부는 수도권 넘어 현대산업개발의 전국 모든 현장으로 확대될 것이며 현장 배처플랜트를 강행하는 모든 건설사 현장에도 운송거부에 나설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미콘업계 직격탄 “경기 최악인데 운송거부로 피해막심”
수도권 믹서트럭 1만 1700대중 운송노조 차량 8300대 달해
운송노조의 이같은 단체행동은 건설사뿐 아니라 애먼 레미콘사로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믹서트럭 운전사가 레미콘 상차 후 송장에 현대산업개발 현장이 확인되면 운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A레미콘 대표는 “안그래도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국토부가 현장 배처플랜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울고 싶은 심정인데 그나마 받아놓은 물량마저 운송노조에 가입된 믹서트럭 기사들이 운송을 거부하니 죽을 지경”이라며 “회사로선 현재 비조합원 운전기사를 최대한 섭외해 대응 중이지만 공급량 감소로 매출감소와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심지어 멀쩡하게 상차까지 다 마친 후 운송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생겨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직까지 수도권 현장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운송거부 초기인 데다, 현대산업개발 등도 백방으로 비조합원이 있는 레미콘 공급사를 수소문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운송거부가 장기화해 전국 현장으로 확산될 경우, 이후 사태에 대해선 장담할 순 없다.
한편, 현재 수도권에 등록된 레미콘 믹서트럭은 약 1만1700여대이며, 이 중 운송노조 차량은 83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하는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 계획을 둘러싼 운송사업자와의 갈등에 경기북부권역 레미콘 제조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기지만, 운송사업자들의 운송 거부 사태가 겹치면서 레미콘 제조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된 셈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운송노조의 입장과 레미콘업계의 처지가 동병상련이긴 한데, 장기화되면 가장 큰 피해는 결국 레미콘사가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미콘업계측 주장대로 운송 중단 사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레미콘 제조사들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 복합개발 사업지에 레미콘 공급사를 5개 규모에서 10여개 규모로 2배 이상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에 필요한 적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선책이다.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운송노조가 HDC현대산업개발 운송 거부를 시작한 지난 7월초부터 레미콘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물량이 많은 날은 용차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어 출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게다가 용차는 지입차와 비교해 가격도 비싼 편이어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계속 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 내 용차 운송 가격은 일 4회전 기준 35만원 수준이다. 회전수가 증가하면 그에 따른 비용도 늘어난다.
지입차 운송가격은 1회전당 7만5400원 수준이다.
경기권 레미콘 제조사 한 임원은 “직접 차량 매입 후 직접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노조에서 반발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게 현실”이라며 “당장 대형 건설현장의 공급 물량을 확보해야만 제조사도 운송사업자들도 일을 지속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 배처플랜트 설치를 반기기는 어렵지만, 운송거부 갈등이 확산할 경우 건설업체뿐 아니라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산연, “이대로 가면 도심 레미콘공급망 공백 심각”
안정적 도심 레미콘 납품 위한 대책 마련 서둘러야
결국 국토부의 현장 배처플랜트 확대 방침은 예정된 암초를 만났다.
건설 기초 공사에 필수인 레미콘의 도심 공급망이 붕괴 직전에 놓이면서, 공사차질을 우려한 정부당국이 내놓은 비상대책이 바로 현장 배처플랜트 확대방안이었다.
그런데 믹서트럭 운송노조의 강한 반발에 좌초위기에 놓였다. 현재 서울내 레미콘 공장은 올해 안으로 서울 풍납동의 레미콘 공장이 철수하고 나면 장지(신임씨엠), 세곡(천마레미콘) 단 두 곳만 남게 된다.
성수동 삼표공장 철수에 이어 중심지와 비교적 가까운 풍납 공장까지 사라지고 나면 사실상 동남권역 외에는 생산 기반이 전무해진다. 이 때문에 레미콘업계는 서울 중심지 운반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교통체증에 도심내 열악한 타설여건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시내 레미콘사가 다 없어지다보니 90분내 타설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중심지인 종로구, 서대문구, 중구, 성북구 등은 세곡·장지 공장과 거리가 멀고 교통 정체가 심한 지역이다.
실제 삼표 성수동 공장이 사라진 후 외곽의 레미콘사에서 도심 물량을 받은 믹서트럭기사들은 운임의 두배를 불러도 꺼릴 수 밖에 없다며 고개를 젓는 실정이다.
비노조원 출신 믹서트럭기사 B씨는 “한번 도심으로 들어가면 소요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서 다른 곳에 운송할 기회를 다 놓치게 되거든요. 3번은 뛸 수 있는 시간에 1번 겨우 맞추는데 누가 하고 싶겠어요”
레미콘은 공장에서 출하 후 90분 이내에 현장에서 타설해야 한다. 이로 인해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수요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시내 준공 30년 이상 노후 주택은 61.2%까지 증가하는 등 건설 공사 수요는 늘고 있어 레미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서울 내 레미콘 생산량은 빠르게 줄고 있다.
2017년 702만㎥였던 연간 생산량은 내년 288만㎥로 58.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노후 건축물 수요를 2023년 기준으로 추정한 레미콘 필요량은 약 6543만㎥로, 공급 여력의 22.7배에 달하는 양이다.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심화되는 것이다.
건산연은 변화한 레미콘 납품 공급망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 처방을 개선하기 위해 래미콘 공동 구매 시스템 도입과 품질 제고를 위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현장 배처플랜트의 도입·확산을 위해선 시공자와 감리자의 배치 기준 조정과 초기 설치비의 합리적인 배분 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내 변화된 레미콘 납품 공급망은 단순히 수급 불안정이나 품질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노후화된 도시의 정비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서울시내 레미콘 대란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면서 “노동계 친화적인 정부가 집권했고,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에 반발한 운송노조의 강경투쟁이 이어질 것이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레미콘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