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4.3% 인상·아스팔트 2배 폭등, 건설현장 ‘자재 쇼크’ 확산
작성일 : 2026.04.30 03:53 수정일 : 2026.04.3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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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쇼크에 5월 '셧다운' 현실화되나
중동 전쟁 발발로 인한 원유 기반 자재 가격 폭등과
수도권 레미콘 단가 인상이 맞물리며 건설업계에 유례없는 ‘자재 대란’이 덮쳤다.
9차례의 마라톤협상 끝에 레미콘 가격은 인상 기조로 돌아섰고,
아스콘 원재료인 아스팔트 가격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현장의 위기감을 심층 분석했다.
레미콘은 협상, 아스콘은 직격탄
레미콘·아스콘 동반 상승, 공급망 위기 본격화
수도권 레미콘 가격이 4.3% 인상된 가운데, 아스콘의 원재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건설현장 전반에 ‘자재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 기반 자재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면서 레미콘과 아스콘의 원재료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최근 9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기존 ㎥당 9만5500원에서 9만9600원으로 4.3%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인상분은 4월부터 적용된다.
당초 건설업계는 7000원 인하를, 레미콘업계는 8500원 인상을 요구하며 맞섰지만, 장기화된 협상 끝에 절충점을 찾았다.
이번 인상은 단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원가 상승 압력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혼화제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과 경유값 급등, 운반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레미콘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역시 공급 불안과 품질 저하 가능성을 고려해 인상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전쟁 영향으로 혼화제 가격 상승, 경유값 급등에 따른 레미콘업계의 고충을 이해하고, 레미콘업체의 경영악화가 지속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레미콘 품질 저하 등을 방지하고자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최초 요구한 8500원의 절반 수준으로 양보해 레미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 레미콘 가격의 바로미터가 되는 수도권 레미콘 가격이 결정되면서 다른 지역의 레미콘 단가 협상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방 레미콘업계는 지난해 단가 인하분과 운반비 인상분 등을 반영하면 이번 인상폭으론 손실을 메우기 부족한 데다, 올해 운반비 인상을 앞두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콘은 ‘대폭발’, 아스팔트 가격 두 달 만에 2배
원가구조 차이가 만든 ‘가격 격차’
레미콘보다 더 큰 충격은 아스콘에서 발생하고 있다.
도로 포장에 사용되는 아스콘의 핵심 원재료인 아스팔트 가격은 지난 2월 kg당 약 700원 수준에서 최근 1200 ~1300원으로 상승하며 사실상 두 배로 뛰었다.
아스팔트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로, 중동 전쟁 이후 원유 수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아스콘 원가에서 아스팔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해 가격 변동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로 보수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레미콘은 협상을 통해 가격이 조정되지만, 아스콘은 원유 가격에 직접 연동돼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형기업 김태형 대표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아스콘업계는 아스콘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실제 아스팔트 원재료 비축분이 고갈된 작은 아스콘업체들은 가동 중단에 들어간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두 자재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다른 이유는 원가구조 차이에 있다.
레미콘은 시멘트, 골재, 운반비, 혼화제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분산형 구조로, 특정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아스콘은 아스팔트 의존도가 절대적인 집중형 구조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즉각적으로 가격이 급등한다.
아스콘연합회 관계자는 “레미콘은 여러 비용이 누적되며 점진적으로 오르는 구조지만, 아스콘은 핵심 원재료 하나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구조”라며 “이번 사태에서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요 자재의 수급난이 생길 때마다 나서서 원포인트로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전쟁 초기인 4월초만 해도 콘크리트 강도와 유동성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레미콘 혼화제 수급에 차질이 생겼는데, 정부가 국내 레미콘 혼화제 원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과의 논의 끝에 국내 건설 공사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때에 따라 분위기가 계속 바뀐다. 2주 전만 해도 레미콘 혼화제 수급이 문제였으나 국내 석유화학기업과 논의를 거쳐 원료 국내 공급 문제를 해결하면서 불안이 진정됐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아스콘이 문제인데, 주로 관급 자재로 쓰이는 아스콘은 공사 시급성에 따라 수요 관리를 하고 있다.
최근 조달청에서도 단가 상승을 바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면서 시장 불안이 해소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1차관을 단장으로 한 ‘건설현장 비상경제 티에프(TF)’를 꾸린 상태다.
아스팔트 공급 막히나 ‘위기 증폭’
정부 대응에도 ‘한계’, 근본 변수는 원유
아스콘의 경우 원재료 공급망 구조 자체도 위기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스콘은 ▲정유사에서 아스팔트 생산 ▲탱크터미널 저장 및 운송 ▲아스콘업체 플랜트 혼합 생산 ▲건설현장 공급의 단계를 거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원유와 물류에 크게 의존하고, 생산 후 단시간 내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재고 축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공급망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차질이 발생하면 즉시 생산과 시공이 동시에 멈출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아스콘은 제조업이 아니라 공급망 산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 비상경제 TF를 운영하며 자재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고, 조달청은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공공사 단가에 신속히 반영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레미콘 혼화제는 정부가 롯데케미칼과 협의를 통해 레미콘 혼화제 원료 공급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핵심 변수인 원유 가격은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만큼 정부의 정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는 5월부터 공사 현장이 멈출 수 있다는 ‘셧다운설’도 제기된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공사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공정 중단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재고 확보와 다양한 조달망을 기반으로 당장 셧다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 지연과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재 쇼크는 일시적인 변동이 아니라 레미콘 아스콘 산업 구조를 흔드는 장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레미콘 원재료의 지속 상승, 아스콘 원재료의 반복적 급등이라는 이중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아스콘업계는 원재료 가격의 인상을 넘어 아스팔트 공급 자체가 막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되면서 전대미문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세간의 추측대로 ‘5월 셧다운’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의 자재 대란은 단기 충격을 넘어 레미콘 아스콘산업 전반의 체질을 흔드는 복합 위기 국면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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