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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계 수급조절’ 풀릴까?]

작성일 : 2021.05.06 03:12 수정일 : 2022.06.29 05:59 작성자 : 관리자 (c)

 

 

국토부에 12년째 발 묶인 레미콘트럭… 

운반비 폭등 ‘부작용 속출’ 

 

연장여부 놓고 제조사-사용자 첨예한 대립

 

 

“이번에는 반드시 수급조절 해제해야 합니다. 레미콘제조업체 모두 고사하게 생겼어요.”

“건설기계 운전자들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일감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조절을 풀면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죠.” 

레미콘 믹서트럭 및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에 대한 수급조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사용자와 제조사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오는 7∼8월 건설기계 수급조절 여부에 대한 정부 심의를 앞두고 수급조절 유지를 요구하는 건설기계 사용자와 해제를 원하는 제조사 간 기싸움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7∼8월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09년 8월 도입한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국토부가 공급과잉으로 판단되는 영업용 건설기계에 대한 신규 등록을 제한해 영세 건설기계 운전자 또는 임대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수급조절은 매년 2년 단위의 재심의를 통해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 및 해제 여부가 결정되며, 수급조절 대상은 콘크리트 믹서트럭, 덤프트럭, 펌프카 등 3종이다. 

국토부는 최근 수급조절 심의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관련 연구용역을 맡게 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기계 사용자 및 제조사와 각각의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건설기계 사용자와 제조사의 수급조절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건설기계 제조사와 레미콘업계는 수급조절을 즉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건설기계 수요가 가파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수급조절을 풀어 신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직격탄… 수급규제 풀어야”

“사용자 일감 감소세… 해제 안돼”

 

 

건설기계 제조사 관계자는 “작년 건설기계 사용자들은 10% 이상의 높은 운임 인상을 통해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제조사들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며, “특히 내수 위주인 펌프카 제조사의 경우 대차 이외에는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레미콘업계는 즉각 수급조절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기계 임대업자를 보호하기위해 12년째 콘크리트믹서트럭 신규 등록을 중지한 가운데, 레미콘업계는 공급 차량 부족에 따른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신규 진입을 금지하면서 레미콘업계에선 운반비 68.6%급증, 불법 번호판 거래, 사고 위험 및 미세먼지 발생 증가, 폐업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레미콘업계는 정부가 올해 수급조절 대상에서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제외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의 순기능을 되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수급조절이 영세 건설기계 사용자와 임대업자를 보호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특정 세력의 이익만 보전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영업용 건설기계 사용자의 신규 유입은 극히 제한적이다. 총량이 제한되면서 기존 사용자가 건설기계 번호판을 반납하지 않으면 새로 진입할 방법이 없다. 번호판이 시장이 나와도 고가의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거래가 되기 때문에 부담이 큰 편이다. 최고가로 거래되는 믹서트럭 번호판의 경우 평균 2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건설기계 사용자 측은 수급조절 유지를 주장한다. 건설기계 사용자 A씨는 “건설기계의 성능이 강화되면서 건설기계 사용자들의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최근 판매되는 펌프카는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개선되며, 펌프카 2대가 할 일을 1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설기계 운전자들은 사회적 약자이며,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정부가 수급조절제마저 해제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건설기계 수급조절 심의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동안 국토부는 영세한 건설기계 사용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수급조절 연장 결정을 내려왔지만,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건설기계 제조업계가 적잖은 피해를 입은 만큼 특단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와 제조사 양측이 수용할 만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수도권에서 서울과 같이 건설기계 수요가 많은 특정 지역만 수급조절을 해제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 총량 규제로 레미콘 운송차량 12년째 신규 진입 금지

운반비 69& 급등, 레미콘社 극심한 경영난 원인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레미콘은 전체 925개 업체 중 98%가 중소기업”이라며 “정부가 12년간 5만여명의 레미콘업계 종사자는 도외시한 채 노조의 권력을 등에 업은 2만여명 운송차주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수급 조절 대상에 제외시킬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국토부는 믹서트럭을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시킬 지 여부에 대해 건설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월 열리는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서 콘크리트믹서트럭 등의 수급조절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유진, 삼표, 아주 등 레미콘업계는 올해엔 예년과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건설기계 대여시장의 안정화를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됐다. 굴삭기, 불도저, 덤프트럭 등 27종의 건설기계를 대상으로 2년마다 수급조절 여부를 심의한다. 콘크리트믹서트럭과 덤프트럭은 건설기계 중 유일하게 2009년부터 현재까지 12년간 신규 진입이 금지됐다. 

콘크리트믹서트럭이란 레미콘을 실어 나르는 차량으로 레미콘업계에선 유일한 운송 수단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물 혼화제 등을 섞어 만든 건설 기초자재다.

그동안 콘크리트믹서트럭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부작용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콘크리트믹서트럭은 2만4526대인데, 실제 2만1419대만 운행되고 있어 3107대가 부족한 상태다. 

최근과 같은 성수기(매년 3~5월)땐 공급 부족이 6302대로 2배로 늘어난다. 이로인해 레미콘 운반비는 1회 운송당 2009년 3만313원에서 현재 5만1121원으로 12년간 68.6% 급증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 공장갯수는 893개에서 1083개로 21.3%증가했고 레미콘 가격도 ㎡당 5만6200원에서 6만2100원으로 10.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다는 평가다. 

레미콘 운송차주들이 2012년부터 단체를 결성해 매년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 등 단체행동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레미콘업체 사장은 “사실상 공급 독점의 집단 카르텔이 형성돼, 작년 여러 업체들이 운반비를 안올려줬다고 레미콘 공급을 중단해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시장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잦은 공사 중단으로 건설사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량제로 묶이다보니 기존 사업권이 높은 가격을 주고 매매되는 암시장도 형성됐다. 사업자가 은퇴할 경우에 신규 진입이 가능한데, 차량 구입비에 ‘번호판 프리미엄’이라는 웃돈을 얹어줘야만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번호판 프리미엄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며 “‘정년없이 주40시간만 근무하는 일자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기가 높아져 번호판 프리미엄이 최근 4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번호판거래 ‘암시장’ 성행, 노후화에 잦은 사고·미세먼지도

국토부, 건설정책연구원에 믹서트럭 해제여부 연구용역 의뢰

 

 

 

콘크리트믹서트럭 신규 진입을 막으니 안전과 환경 등 사회적 문제도 일으켰다. 

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차량 가운데 10년이상 노후 차량 비중이 40%이고, 20년 이상 비중도 14%에 달한다. 운전자 연령대도 60대 이상이 46%다. 

콘크리트믹서트럭 제조업체 관계자는 “노후된 차량을 제때 정비하거나 교체하지 않으면 자체 결함으로 교통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러한 안전문제 때문에 버스의 경우 차령이 11년이상이면 무조건 운행을 중단하지만 콘크리트믹서트럭은 그러한 규정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경기 용인에서 노후화된 콘크리트믹서트럭의 브레이크고장으로 29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콘크리트믹서 트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역시 큰 문제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1대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약 1.4㎏인데 반해 덤프와 콘크리트믹서트럭은 1대당 15㎏의 미세먼지를 배출해 자동차보다 약 11배 높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콘크리트믹서트럭 제조업체 관계자는 “노후차량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는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20년이상된 제품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이 최근 출시된 제품보다 3배~4배 수준으로 많다”고 밝혔다.

신규 진입 금지로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레미콘 운송차주를 상대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이 세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작년 8월 경남 김해 지역에선 레미콘 운송차주 100여명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가 1주일 만에 탈퇴하고 다시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달 강원도 원주에선 레미콘 운송차주간 일자리 배정 문제를 놓고 양대 노총이 맞불집회를 벌이며 충돌해 인근 건설 현장과 레미콘 공장이 올스톱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올해 신규 진입 가능 여부를 결정할 건설기계수급조절위는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서울시, 부산시, 경기도 등 관련 공무원과 대학 교수, 민주노총, 한국노총, 건설기계 제조사측 단체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레미콘업계는 빠져있다. 

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직접 이해당사자인데도 레미콘 중소기업인들은 한번도 수급조절위 위원에 포함된 적이 없다”며 “전체 15명 위원 가운데 노동조합 소속이나 친노조 성향분들이 많아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타타대우 등 콘크리트믹서트럭 제조업체들은 시장 불균형의 문제점을 국토부에 수차례 건의했다. 레미콘업계 역시 수급조절 규제를 푼다면 3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국토부는 임대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 용역 결과에 따라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