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12.02 04:22 수정일 : 2022.06.29 05:53 작성자 : 관리자 (c)
"이대론 얼마 못 버텨"…요소수 품귀에 시멘트·레미콘 업계 '셧다운' 우려
시멘트업계 사용하는 요소수 하루 423t…"근거리 운송 위주 공급"
유가 상승에 요소수 가격 급등까지 '이중고'…건설현장 공급 차질
"요소수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레미콘 운반 차량의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어요."
지난달 초 중견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요소수 재고를 확인한 결과 앞으로 한 달을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레미콘 운반 차량 두 대 중 한 대 꼴로 요소수가 필요하다"며 "요소수 수급도 원활하지 않고, 가격도 너무 많이 올라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자재란에 시달리는 시멘트·레미콘 업계가 때아닌 요소수 품귀 사태로 비상이 걸렸다.
요소수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건설현장에 필요한 시멘트·레미콘의 제조와 운반 등 전 과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멘트와 골재 등을 운반하는 덤프트럭과 레미콘을 건설현장으로 옮기는 레미콘 운반 차량이 원활하게 운행하기 위해서는 요소수가 필수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일면서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시멘트·레미콘의 제조 중단은 물론, 건설현장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시멘트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업계가 사용하는 요소수는 일 423t(월 1만2690t)으로, 연간 약 15만4000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시멘트업계는 각 회사별로 요소수 수급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제품 생산 설비가 가동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현재 요소수 비축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요소수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시멘트 소성로 가동이 중단되고, 시멘트 제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시멘트를 대량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2700여대가 운행 중이다.
이중 약 80%에 해당하는 2200여대가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다.
요소수 사용 차량이 전면 운행 중단될 경우, 건설현장으로 시멘트 운송은 5분의 1 수준(요소수 미사용 차량 약 500여대만 운송 가능)으로 급감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일부 운송사에서는 요소수 부족으로 시멘트 운송 중단 가능성을 고지했고, 요소수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 장거리 운송 대신 근거리 운송에 집중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운송업체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조만간 요소수가 완전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후에는 시멘트 수급 중단이 불가피하고, 대체 수입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시멘트 수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최대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폭등사태보단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요소수 판매가에 부담
레미콘 업계에서도 운송 중단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에 요소수 품귀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레미콘업계는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레미콘 운반 차량 운행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소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만약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이어졌다면 결국 레미콘 운송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공장 문까지 닫아야 했을 것"이라며 "중소 레미콘 업체의 운반 차량은 대부분 지입차량으로, 기사 개인이 요소수를 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요소수 가격이 평소보다 5~10배 인상됐다.
기존 10ℓ에 1만원 안팎이었으나, 요소수 대란과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되던 지난달 중순 최대 1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가 긴급 요소수 확보에 나선후 진정세를 보이면서 11월 하순에는 5만원대 이하로 내려갔지만 평소 가격보다 여전히 높은 판매가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역과 주유소별로 가격도 제각각이다 보니 요소수 수급에 혼선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의 모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최근 유가 인상에 요소수 가격마저 급등하다 보니 장거리 담당 운반 차량 일부를 멈춰 세웠다"며 "요소수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고, 업계 차원에서 요소수를 수급할 방법도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골재가 공급되지 않으면 레미콘을 생산할 수 없고, 수도권 건설현장에도 공사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시중에 요소수 재고들이 조금씩 풀리면서 운행 중단 등 최악의 사태는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레미콘 회사 관계자도 "정부가 군 비축물량을 풀고, 중국과 호주 등에서 일부나마 요소수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뒤 과거 마스크 사태 때처럼 매점매석했던 요소수 물량이 시중에 조금씩 유통되는 것 같다"며 "골재나 시멘트 조달에 있어 일단 한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건설업계에도 요소수 부족사태에 따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현장이 중단되는 상황으로는 번지고 있지 않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에선 덤프트럭, 굴삭기등의 건설기계에 요소수가 필요하다.
전체 건설기계 53만대 중 요소수를 사용하는 비율은 33%(17만6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초 분위기는 레미콘 등 자재 반입이 중단되고 굴착기 등 건설기계가 멈춰 서면 공사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는데 정부의 요소수 긴급 수급으로 다행히 큰 위기는 넘긴 것 같다"며 "현재까지 공사 현장이 멈추는 어려움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멘트 업계도 당분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멘트 공장 가동에 필요한 산업용 요소수 재고 확보를 위해 중국 일변도였던 거래선을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대형 시멘트 회사는 최근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하자 긴급하게 러시아 쪽에서 수입을 추진해 최근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국내 시멘트 업계가 공장 가동에 사용하는 산업용 요소수는 연간 15만4천t에 달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확보한 요소수 물량이 2∼3개월치인데 당장 발등의 불은 껐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운송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요소수 등 필수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요소수란 무엇?
배기가스규제 이후 생산된 경유차 운행여부 결정
시멘트 레미콘을 비롯해 산업전반에 폭풍을 몰고온 요소수 대란, 그렇다면 과연 요소수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물류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일까.
이제껏 대다수 시민들에게 요소수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제품이었다.
요소수는 한국 내 경유차 가운데 20%의 운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한국엔 980만 대 정도의 경유차가 운행되고 있다.
이 중 215만 대는 요소수가 필수적인 ‘SCR(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 부착 차량’이다.
질소산화물은 산성비나 스모그 같은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SCR은 질소산화물(NOx)에 요소수를 뿌려 그것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장치다.
오염물질을 질소와 같은 대기 성분으로 바꾼다. 여기에 요소수가 필요하다.
2015년 이후 출시된 경유차들은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출력이 약해지다가 서서히 시동이 꺼지거나 아예 시동조차 걸리지 않게 설계돼 있다.
2015년은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로 6(EURO 6)’가 국내에 도입된 해이다.
‘유로 6’는 유럽연합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다.
요소수는 요소와 물의 결합물이다.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으로 제조한 요소에 순도가 높은 증류수를 결합시켜 만든다.
‘순도가 높은’ 증류수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전환하려는 방침에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바꿀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산업용 요소수엔 불순물이 많기 때문이다.
허일정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장은 “산업용 요소수를 정제해 순수한 요소를 구할 수 있다면 차량용 요소수를 다시 만들 순 있다. 하지만 ‘정제’라는 것은 추가적인 공정이므로 정제공장 같은 별도의 시설을 세워야 한다. 필요한 요소수 양이 수백t인데 작은 실험실에서 이걸 만들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혼합물인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비용과 시간을 들여 또 다른 기반시설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소수가 그렇게 중요한 물질이라면 왜 국내에서는 이제껏 자체 생산을 하지 않은 것일까? 2003년 7월, 흥미로운 보도(2003년 7월5일, MBC 〈뉴스데스크〉 ‘여수산업단지 내 남해화학 요소 공장 통째 인도네시아로 수출’)가 하나 나왔다. 여수산업단지 내 남해화학 요소 공장이 통째로 인도네시아로 수출되었다는 내용이다.
앵커의 첫 문장은 이렇다. “우리나라 한 비료 생산업체가 공장을 통째로 뜯어서 외국에 팔았습니다. 돈도 벌었을 뿐 아니라 공장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환경 피해도 줄이게 됐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경제성이었다.
요소비료 주 수출국이던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줄어들고 국내 비료 수요도 한계에 이르러 이미 그 전해부터 가동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져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는 공장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10년 전인 2011년,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삼성정밀화학이 적자 끝에 요소 생산을 중단했다. 마지막 요소 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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