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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화물연대 파업, 상처만 남았다

시멘트업계, 파업 철회 다행… 안전운임제 반드시 종료돼야

작성일 : 2022.07.04 10:55 수정일 : 2022.07.04 11:07

 

철강·시멘트 업계, 8일간 8000억원 날려
파업으로 산업계 손실 1.6조 추산

화물연대 총파업이 파업 개시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6월 14일 저녁 5차 실무협의를 열고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튿날인 15일부터 국가 산업과 물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6월 7일 시작해 여드레 동안 이어진 파업이 남긴 상처는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파업으로 입은 손실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손실도 그렇지만 건설산업을 비롯한 시멘트 레미콘업계는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허탈함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와 관련해 “시멘트 운송 중단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파업기간 동안의 손실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업계가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와의 협상 타결 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화의 문을 열고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선 엄단 원칙을 지켜나간 원칙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멘트를 비롯한 산업계에선 ‘화물연대의 승리’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업의 목적이자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합의한 데다, 화물연대의 또 다른 요구사항인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물연대는 화물차주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유가보조금 제도도 확대 검토라는 ‘보너스’도 얻었다. 사실상 국토부가 화물연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당연히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단체인 화물연대에 사실상 파업권을 인정함으로써 노조 지위를 보장해준 이번 협상이 ‘원칙의 승리’라면 새 정부의 원칙은 애초에 불법인가”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파업기간 동안 사실상 제품 출하를 하지 못한 시멘트와 레미콘업계는 “이렇게 밀리듯이 화물연대 요구를 수용할 거였으면, 처음부터 합의를 해주지 왜 8일이나 파업을 하도록 내버려뒀나”라고 성토했다.


'가동중단' 생산성 하락 피해
업계 "국토부 간접비 보전해야“

산업계가 격한 반응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합의문에서 정부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기정사실화했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어 조만간 ‘전 품목 확대 적용’이라는 화물연대의 요구안이 관철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이다.
전 민주노총 간부는 “국토부 내에서는 안전운임제를 최소 3년은 연장해주자는 분위기이고, 화물연대 측은 일몰제가 폐지된 만큼 단계적으로 철강 등 전 품목으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사업자 단체의 운임비 보전 파업은 사실상 담합행위에 해당함에도, 정부는 행정명령(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지 않고 화물연대의 손을 잡음으로써 다른 건설기계장비 차주들 집단에 파업을 독려하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가 입은 누적 피해액은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산업부의 집계 결과, 12일까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철강업계 6975억원, 석유화학업계 5000억원, 자동차업계 2571억원, 시멘트업계 752억원, 타이어업계 570억원 등이다. 그러나 산업계가 주장하는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크다. 
시멘트 업계가 자체 집계한 지난달 14일 기준 피해액은 1050억원에 달하고, 제강업계는 재고 부담에 따라 가동률을 줄인 것에 따른 생산성 하락의 피해액까지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제강사 임원은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제강사들은 주차장에까지 야적을 하다못해 결국 설비 강제휴동까지 검토했다”면서, “특히 일주일간 설비 가동률을 줄이는 과정에서 입은 잠재적 피해와 가공공장으로 이어지는 생산성 저하로 인한 누적 피해까지 합치면 정부 추산을 훨씬 넘어선다”고 전했다.
문제는 손실 보전 방안이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이 지난달 28일 예고됐음에도 국토부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다 피해를 키운 만큼, 국토부가 손실 보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1년 전 국회와 협의를 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대선과 지방선거로 지금의 여당 눈치만 보다가 안전운임제 협의 시기를 놓치며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를 불러온 것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주일 넘게 파업을 끌면서 정부가 얻어낸 성과가 전혀 없다. 각사 별로 현재 정확한 피해액을 집계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시멘트를 비롯한 건설업 및 건설자재업계에서도 피해액 산정 및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화물연대 파업 탓에 수도권은 이미 일주일 이상 현장 가동이 중단된 곳이 많다. 단순히 공기 연장을 떠나 간접비 등 모든 비용을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보전해야 한다”며, “원칙 없이 대응한 정부에 산업계는 원칙으로 대응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6월 15일 입장문을 통해 “시멘트업계는 지난 7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시작으로 8일 동안 누적 매출손실이 1061억원에 달하고, 일부 시멘트 공장의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등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을 이유로 시작된 집단 운송거부 사태는 화주인 시멘트업계 뿐만 아니라 레미콘, 건설 등 관련 산업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는 반드시 종료돼야 한다”며 일몰제 연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시멘트협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국토교통부의 노고에 사의를 표한다”면서도 “3년 일몰제를 전제로 올해까지 시행 예정인 안전운임제에 대해 당사자인 시멘트업계를 제외한 채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연장을) 지속 추진키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업계는 전체 화물자동차의 0.7%에 불과한 시멘트 운송용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안전운임제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현재 BCT 운임제에는 화물차주의 요구대로 경유가는 물론 화물차량 할부금 등 금융비용, 화물연대 가입비용, 화물 차주 개인 핸드폰 사용료, 개인사업자인 화물차주들의 소득 신고 등 세무신고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 4대 보험료, 주차비, 교통비까지 반영돼 있다”며 “이런 비용들을 안전운임제라는 이름으로 시멘트, 컨테이너 업계 등 화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이어 “예정대로 안전운임제를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당위성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봉책 합의가 남긴 불씨 재점화하나
합의핵심 안전운임제 방식 이견 못좁혀

결과적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7일 만에 파업 철회를 결정했지만,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합의의 핵심 내용인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의 내용과 방식을 두고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일단 봉합에는 나섰지만, 구체적인 알맹이를 두고 국회에서 2차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합의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하고, 이를 위반하는 화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 적용되고 있고, 올해 말 일몰돼 폐지될 예정이다.
양측은 파업 철회에는 합의하면서도, 공동 합의문은 마련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이행방식과 내용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완전 폐지를 끝까지 주장했고, 정부는 일몰제 폐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이 ‘지속 추진’이라는 표현으로 한 발씩 물러서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
문제는 정부와 화물연대가 ‘지속 추진’의 방식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일몰제 폐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이한 제도”라고 말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지속 추진은 일몰제 폐지라면서 국토부가 합의 내용을 변질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가 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협상 당사자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난 것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산업계 손실 누적으로 코너에 몰렸던 정부와 파업 출구전략이 필요했던 화물연대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파업은 철회하기로 했지만,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 일종의 미봉책이었던 셈이다. 일단 공은 국회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안전운임제의 연장이든 일몰 폐지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 추진’에 대한 정부와 화물연대의 해석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안전운임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화주단체까지 가세할 국회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