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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 반발

45만대 화물차량 중 BCT는 0.7% 불과..."대표성 부족"

작성일 : 2023.03.03 09:15

 

시멘트협회, 안전운임제의 불합리한 부분 개선 안돼
물류비 폭등상황, 표준운임제 적용시 기업부담 가중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시멘트와 컨테이너에 한해 표준운임제를 일몰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시멘트 업계가 ‘표준운임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정부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으로 내놓은 표준운임제가 바람직하지만,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에 적용하는 데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안전운임제로 이미 물류비가 40% 이상 증가한 가운데 표준운임제 적용을 받게 되며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시멘트협회는 지난 1월 8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정상화 방안이 바람직한 조치라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안전운임제의 불합리한 측면을 그대로 반영한 데 대해선 깊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했다.
새로 도입하는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에는 강제성을 두지 않고 매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화주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앤 게 핵심이다.
앞으로 표준운임제는 기존 안전운임제와 같이 운송사와 차주 간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처벌 조항은 없애고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개편한다. 
운송사(화주)에 대해서도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100만원, 200만원으로 점차 올려 부과하는 식으로 처벌을 완화한다. 
과태료 액수도 500만원에서 대폭 줄일 방침이다. 
표준운임제를 적용받는 화물차 기사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만 2025년 연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하고,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화물차 기사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그간 안전운임제가 운수사와 화물차 기사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보고,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과 운임 원가 구성 항목도 개편키로 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정부는 집단운송거부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뿌리 깊게 유지되었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며 “특히, 차주에게 일감은 주지 않고, 차주로부터 수취하는 지입료에만 의존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지입전문회사는 적극 퇴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번호판 장사 사라진다
60년 넘게 이어진 지입제 퇴출

이처럼 정부가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의 쟁점이던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없애고 강제성이 완화된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시멘트업계를 비롯한 화물운송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이번 표준운임제 도입과 함께 화물차 운송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인 지입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간 지입업체들은 보유한 번호판을 화물차주들에게 빌려주고 사용료 2000만~3000만원, 위수탁료 월 20만~30만원을 받는 ‘번호판 장사’를 했다. 
국토부는 운송 기능을 하지 않고 지입료만 떼먹는 운송사 퇴출을 위해 모든 운송사로부터 운송 실적을 신고받을 계획이다. 
운송실적은 화물차 기사들도 자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다.
운송 실적이 아예 없거나 미미한 운송사가 보유한 화물 운송사업용 번호판을 회수한다. 
회수한 번호판은 해당 운송사에서 일감을 받지 못한 화물차 기사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주는 방식으로 내준다. 
지입회사가 번호판 사용료를 화물차 기사에게 돌려주지 않거나, 차량 교체 동의 비용으로 700만∼800만원을 요구하는 등 부당 행위를 하면 역시 감차 처분을 받도록 한다.
지입제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며 관리하는 운송사에는 증차를 허용한다. 
지입회사들이 화물차 면허 총량이 묶여 있는 점을 악용해 면허 장사를 하는 점을 고려해 화물차 수급조절제 역시 개선하기로 했다. 
유가 변동에 취약한 화물차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화물운임-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나 장기 운송계약시 유류비 변동에 따른 운임 조정을 계약서 내용에 포함토록 해서 유류비가 오를 때 운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특히 정부는 지입제 폐지를 유도하는 동시에, 운전자를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며 관리하는 운송사에는 증차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이 부분이 건설기계수급조절제와 맞물려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비, 휴대전화 요금, 세차비 등이 원가 구성 항목에 포함돼 논란이 많았던 만큼 항목을 사전에 규정하고, 운임위원회에선 항목별 원가 산정 논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운송실적 없으면 면허 박탈, 운행기록장치 제출 의무
화주 처벌조항 없애고 운송사 과태료도 완화

이밖에도 정부는 이번 표준운임제와 관련해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행기록장치(DTG) 제출 의무는 25t 이상 대형 화물차와 대형 트랙터에도 부여한다.
DTG를 통해 화물차 기사가 휴식 시간(2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
판스프링 등 화물 고정장치 낙하사고에 대한 처벌은 강화한다. 
판스프링을 불법 개조하면 사업허가·자격을 취소하고, 상해·사망사고가 났다면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과적 차량은 화물차 기사뿐 아니라 화주와 운송사에도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본다.
당정은 표준운임제 도입, 지입제 폐지 방안 등을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입법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시멘트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측은 “시멘트 운반용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차량은 전체 화물차 45만대중 겨우 0.7%에 불과한 2700여대로 대표성이 부족하다”라며, “BCT 차량의 과로·과적·과속 운송 패턴을 분석해 실효성을 확인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택배, 유통, 철강 등 관련 산업 물류에 투입되는 화물차량 운행에 필요한 운임 산정 시 지표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표준운임제 적용 품목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시멘트협회측은 또 2020년 안전운임제 시범 적용 당시 정부가 했던 약속 이행도 주문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으로 시멘트 산업을 지정하며 ‘화물차 기사의 소득이 일정 수준 확보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운송 차주 월평균 소득은 580만원으로 이미 적정 운임이 지급되고 있다”며 “화물차 기사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이미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간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육상물류비가 40% 이상 늘었고, 화물차 총량제에 따른 BCT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협회는 호소했다.

협회는 “안전운임제로 고통받아 온 시멘트 업계에 물류 시스템 특성을 감안하고 시장경제 원리에 기반한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산업의 활성화를 끌어내야 한다”며 표준운임제 적용 품목에서 BCT를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시멘트사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 후 각 시멘트사가 부담하는 운임비가 40∼50% 사이가 올랐고, BCT 기사의 통신비 등 운행과 상관없는 비용까지 시멘트사가 부담하며 현재 BCT 기사들의 월 순수 소득이 700만∼1000만원에 달한다”라며,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불합리한 안전운임제 적용으로 이미 3년간 충분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번 표준운임제에 또다시 시멘트를 적용하는 것은 정부 약속과도 다르고, 표준운임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