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통계 근거로 16년간 증차 ‘0’
작성일 : 2025.04.0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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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025 건설기계 수급조절 용역 발주
레미콘 제조사 “수급 현실화 절실” 하소연
‘건설기계 수급조절’을 위한 정부의 정기심의 일정이 2년 만에 되돌아오면서 16년간 1대도 늘어나지 않은 레미콘 믹서트럭의 증차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수급 파악의 근거가 된 통계 예측법이 맞지 않다는 논란도 있어 그 문제가 해소될지도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이번 연구용역은 덤프트럭·콘크리트 믹서트럭·콘크리트 펌프트럭 등에 대한 시장 상황을 전체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적 근거를 제시하는 과업이다.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자 16년간 제한된 콘크리트 믹서트럭 증차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는 일종의 건설기계 면허 허가제다.
영세한 대여사업자 또는 대여시장 안정화를 명목으로 2009년 처음 시행됐다.
국토부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서 2년마다 수급량을 조절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를 심의·의결한다. 국토부가 최종 수급여부를 결정하는 근거는 통계다.
국토부는 위원회를 소집하기 전 국토연구원과 건설기계산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의 경제학자들에게 앞으로 2년 동안 믹서트럭이 부족할지 충분할지 여부를 수치로 예측해달라는 연구 용역을 맡겨왔다.
감사원, “국토부가 산출한 예측 잘못돼” 지적
국토부, “문제없다”며 잘못된 예측방식 고수
용역연구자들은 믹서트럭의 수요량과 공급량을 따로 예측해 비교해왔다.
2년마다 되풀이된 이 연구는 모두 ‘선형회귀분석’에 따랐다.
문제는 이렇게 산출된 예측이 전부 엉터리였다는 점이 2022년 그리고 2023년 감사원 감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2022년 감사원의 국토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믹서트럭 증차가 제한된 상태임에도 2021년에 믹서트럭 수급 예측을 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설연)이 “믹서트럭 등록대수가 시장 수요라 가정해 수급 예측을 한 것은 수요를 과소 추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대수란 국토부에 면허가 등록된 믹서트럭 대수를 말하는데 국토부의 증차 제한 결정으로 2만6000여대 수준에 고정돼 있다.
연구 모두 등록대수로 수요 예측을 했다. 결론은 매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였고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 줄곧 믹서트럭 증차를 제한했다.
심지어 감사 결과 2019년에는 수급 예측을 한 건설기계산업연구원이 믹서트럭 공급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연구방법론을 변경해 공급과잉으로 결론을 바꾼 일까지 있었다.
건설정책연구연 모 연구원은 감사원 조사에서 “(수요 예측의) 반응변수로 사용된 믹서트럭 등록대수의 문제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등록대수 이외에 고려할 변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요량·공급량 예측이니 결과값이 차량 대수로 나와야 해 등록대수를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통제한 등록대수로 수요를 예측함에 따라 건설투자가 늘어나는 등 믹서트럭 수요가 객관적으로 늘었을 상황인데 분석으로는 수요가 오히려 줄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모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과소 추정이 누적됐을 것”이라며 “오염된 데이터로 오염된 분석을 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감사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예측이 시정되지 않은 채 반복됐다는 점이다.
부정확한 통계 엉터리 예측, 단 한대도 증차 못해
통계 전문가, “오염된 데이터로 오염된 분석했다”
선형회귀분석은 과거의 데이터 속에서 직선의 일차방정식 패턴을 찾아 미래를 예측하는 기초적인 통계 예측법이다. 연구자들은 국토부에 등록된 믹서트럭 대수의 연간 데이터로 미래의 믹서트럭 대수를 2번 예측했다.
이어 각 수치를 미래의 믹서트럭 수요량과 공급량이라고 붙였다.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믹서트럭 등록대수의 예측’이다.
통계의 과소추정 누적을 지적한 통계학과 교수는 “같은 등록대수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엉터리 연구용역이 이뤄진 배경에는 연구자들이 통계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대내·외 사정상 수시로 변할 수 있는 믹서트럭의 수요량과 공급량을 부족한 인력과 근거자료로 예측하려는 접근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정확한 통계에 의존하지 말고 믹서트럭 증차 여부를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사정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적받은 통계예측법으로 2023년에도 믹서트럭 증차를 제한했다.
당시 감사원은 “국토부의 불수용에 놀랐다”며 지적사항의 이행 관리를 예고했다.
레미콘 제조사들 건설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부정확한 통계와 별개로 2년 전 증차 제한이 적절한 결정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올해는 시멘트·골재 등 원가가 급등했고 차주들의 운송단가도 인상된 상황이라 증차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가 믹서트럭 증차를 막을수록 운송단가를 정하는 정기 협상에서 차주들의 협상력이 강해진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에 발주한 2025 건설기계수급조절 용역을 토대로 수급조절위원회를 개최해 연내 규제혁신위원회 의결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은 제조 후 1시간 30분 안에 타설해야 하는 특성 탓에 전국에 900여 소규모 업체가 산재해 있다”며 “올해도 증차가 막힌다면 앞으로 운송단가 인상 압박이 거세져 업계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기사 45%가 60대로 ‘고령화’
고착화된 카르텔로 안전까지 위협
지난 16년간 2년마다 번번히 기대감이 허사로 돌아가는 경험을 해온 레미콘업계는 이번 만큼은 믹서트럭 수급제한 철폐를 두고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이 제대로 이루어져 증차가 가능해 지길 바라고 있다.
믹서트럭은 제도 도입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수에 변동이 없었다.
제조사들은 이에 따라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 운전기사 고령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믹서트럭 대수가 묶여 있어 번호판이 고가에 거래되고, 이로 인해 청년층의 유입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믹서트럭 번호판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한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믹서트럭은 다른 건설기계에 비해 도심지를 주행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데, 운전기사 고령화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울산의 한 70대 믹서트럭 운전자가 건널목을 건너는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는데, 당시 운전자는 경찰조사에서 행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달 부산의 60대 믹서트럭 운전자가 7종 추돌사고를 내는 일도 있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믹서트럭 운전기사 총 1만1410명 중 60대가 4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34.4%) △40대(14.4%) △70대 이상(6.1%) 순이었다. 30대 이하 청년층은 0.25%에 그쳤다.
이외에도 운전기사들의 카르텔 형성에 따른 과도한 운반비 인상, 불법파업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를 위시한 제조사들은 2019·2021·2023년 총 3차례에 걸쳐 믹서트럭 증차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제조사들은 올해도 믹서트럭 증차를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정부가 낡은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목적으로 2022년 ‘규제혁신추진단’을 설립한 만큼, 올해는 증차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레미콘 수요량 감소가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믹서트럭 가동률이 줄어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믹서트럭 증차 제한에 따른 업계 피해가 막심하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건설경기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만큼 미래를 보고 수급조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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