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시멘트 수입은 탄소 중립 저해’
작성일 : 2025.06.11 09:19
![]()
"중국의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산 저가시멘트 선제적 대응 시급
중국산 시멘트 수입은 기간산업인 국내 시멘트 시장을 교란할 뿐 아니라 탄소 중립에도 저해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산 시멘트의 품질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탄소 발자국 추적 등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열린 ‘3RINCs 2025(The 3R international scientific conference on material cycles and waste management) 국제학술대회(이하 3RINCs)’에서 주제발표 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국산 시멘트로 인한 무역 마찰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국의 공세가 이미 시작됐다”며 “국내 시멘트 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환경 기여,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해 정부가 높아지는 시멘트 가격에 대응해 저렴한 중국산 시멘트의 국내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생긴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내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르려면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며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크게 반발했다.
남 교수는 “중국 시멘트 산업은 최근 몇년간 양적 성장 중심의 전략을 탈피해 저탄소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이 과잉 생산된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중국산 제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시장 질서를 교란하거나 기업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공세를 직면하면 국내 생간 기반이 급속하게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멘트는 기간산업 이상의 자원 순환 큰 축
중국 저가 시멘트 유입 대비한 산업전략 시급
시멘트산업은 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의 핵심이 되는 기간산업이다.
지난 2021년 요소수 대란 때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우 향후 공급만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시멘트는 단순히 제조업만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가연성 폐기물을 활용하는 등 폐기물 순환 시스템에서도 하나의 축을 담당한다.
이에 시멘트 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산업군이 아니라 자원 순환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 전체에 걸친 역할을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는 게 남 교수의 설명이다.
문제는 중국산 시멘트가 국내 시멘트업계 요구되는 탄소 중립 정책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남 교수는 “중국의 시멘트가 고품질화했다 하더라도 수출 제품에 대해선 플리퍼 중심의 고탄소 제품의 비중이 높아 탄소 발자국 추적이 어렵다”며 “한국에 수입됐을 때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발자국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다만 중국산 시멘트의 국내 수입을 무조건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교수는 “중국의 저가 시멘트가 유입됐을 때 기존의 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공고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시멘트 산업을 전략 산업,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해 우리가 보호해야 할 산업으로 인지한 다음 산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탄소 시멘트 인증제 등을 수입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공공조달시장에서는 국내 제품만 사용하도록 우대 기준을 만들어주는 비관세형 산업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시멘트의 대체 원료 적용 등 고탄소 설비 전환을 유도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검토해주고 국책 과제와 연계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줘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석화 이어 시멘트까지 넘보는 중국 “한국 산업 위협”
저탄소·고부가 전략 전환한 중국 국내 공급망 리스크 ‘경고등’
무엇보다 중국 시멘트 산업의 체질 전환은 한국 시멘트 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남교수는 강조했다.
실제 최근 중국은 과거 ‘양적 팽창’ 전략에서 벗어나 저탄소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산업 구조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시멘트 업계가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 전략과 덤핑 판매로 고전한 철강과 석유화학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남은영 동국대 교수는 “중국의 시멘트 산업 고도화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구조적 파고”라며 “공세는 이미 시작됐고, 더 정교하게 한국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중국 시멘트 산업이 최근 몇 년간 저탄소 공정 개발과 고강도·고내구성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 정부가 산업 재편 과정에서 기술 고도화와 친환경 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산업 재편에 따라 중국 내 과잉 물량은 수출로 전환하고 있으며 클링커 기반의 고탄소 시멘트 제품이 저가로 대량 수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국제 시멘트 시장의 가격 질서를 교란하고 수입국의 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에서는 중국산 저가 시멘트로 인해 자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도산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남 교수는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시멘트산업 생태계 지킬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정책대비 없으면 시멘트 포함 친환경산업 모두 공멸
이렇듯 중국산 시멘트가 대규모로 한국에 유입될 경우 국내 기업의 채산성은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
클링커 수입이 늘어나면 고탄소 제품의 국내 점유율이 높아져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남교수가 지적했듯 중국산 제품에 대한 탄소 이력 추적이 어려운 점도 정책적 사각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시멘트 산업은 주요국 대비 정책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친환경 시멘트인증 기준이나 공공 조달 우대 기준이 미비한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확대될 경우 사실상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
남 교수는 “외부 가격 충격에 따라 산업이 무너지면 단순히 시멘트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친환경 산업 전반으로까지 악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며 “시멘트 산업은 요소수 사태처럼 외부 의존도가 높아졌을 때 국가 기반이 마비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멘트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의 시멘트 산업이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뿐만 아니라, 국내 폐기물 순환 시스템에서도 핵심 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시멘트 공장은 슬러지, 폐타이어, 산업용 섬유, 가연성 생활 쓰레기 등을 대체 연료로 활용해 자원순환과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
남교수는 중국산 시멘트 유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친환경 인증 기준의 수입품 적용 ▲공공조달 시 국산 우대 기준 도입 ▲국내 기술 고도화를 위한 세액공제 및 R\&D 투자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한 저탄소 시멘트 인증제를 수입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비관세 장벽’을 통한 산업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수소 기반 소성로, 대체 원료 활용 등의 전환 기술에 대한 국책과제 연계 지원과 세액공제 등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국내 시멘트 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환경 기여도와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를 놓친다면 단지 시멘트 산업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전체의 녹색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