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코어 지우고 ‘HD건설기계’로 새출발
작성일 : 2025.08.04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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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매출 14조800억 달성… 글로벌 톱티어 도약 기반 마련”
2026년 1월 1일 ‘HD건설기계’ 통합법인 출범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사업 부문이 내년 1월 1일 ‘HD건설기계’라는 새 이름으로 출범한다.
존속법인인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2005년부터 사용돼 온 ‘인프라코어’라는 사명은 20년 만에 법인 등기부에서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당시부터 ‘합병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주력 제품군과 해외 시장 포지션이 겹쳐 통합의 당위성은 분명했지만 실제 통합까지는 4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올해 초부터 실무 차원에서 빠르게 추진됐다.
각사 전략·기획 부서 인력으로 구성된 내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합병 결정까지 반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룹 차원의 실행이 속도감 있게 이뤄진 배경엔 ‘이제야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내부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브랜드 흡수합병 얘기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당시 현대제뉴인)이 HD현대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2021년 8월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이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너무 큰 몸집’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국내 2위와 1위의 건설장비 업체였다.
세계 시장 점유율 역시 인프라코어가 2.1%(14위), 현대건설기계가 1.5%(20위)였다.
단순 합산만으로도 점유율 3.6%로 글로벌 5위권 진입이 가능한 몸집이 됐다.
자연히 업계 안팎에선 ‘합병을 통한 스케일업’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당시엔 통합이 현실화되기 어려웠다. 시장 상황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보다 브랜드 통합 늦어진 이유
각자 잘나가는 실적호조에 구조개편 미뤄져
실제 HD현대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2021년 2645억원에서 2022년 3325억원, 2023년 4182억원으로 급증했다.
HD현대건설기계 역시 같은 기간 1607억원에서 1706억원, 2572억원으로 실적이 우상향했다.
북미 현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중국 외 시장 점유율 반등이 주효했다.
독립 경영 아래서도 양사 모두 준수한 성적표를 냈고 이로 인해 구조 개편 필요성은 ‘언젠가’로 미뤄진 상태였다.
특히 HD현대인프라코어는 당시 정리에도 집중해야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시절에 쌓인 차입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HD현대그룹 편입 이후 3년간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 끝에 2021년 말 1조2765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23년 8152억원까지 줄었다. 본업에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재무 안정성도 회복한 셈이다.
변화는 지난해부터 찾아왔다.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에서도 인프라 수요 둔화 조짐이 나타나며 전방 수요에 균열이 생겼다.
환율, 물류비, 강재 가격 부담 등 복합 악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이에 HD현대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작년 1841억원으로 1년 새 55% 급감했다.
HD현대건설기계도 영업이익이 19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성장을 이끌던 북미 수요마저 흔들리자 양사 모두 이원 체제 유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그룹 차원의 개입 필요성에 힘이 실렸다.
특히 작금의 불황을 신사업으로 돌파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성장의 지지대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굴착기, 로더 등 건설기계를 생산하지만, HD현대인프라코어는 별도로 산업·방산용 엔진 사업부를 두고 있다. 아직은 산업용 엔진 비중이 크지만 방산엔진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또, 친환경 전환이 본격화되고 전동화 굴착기, 수소연소엔진의 도입이 빨라질 경우 HD현대건설기계의 엔진 수요를 그룹 내에서 해결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HD현대인프라코어가 HD현대건설기계에 공급한 매출이 연 1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양사가 통합을 통해 성장 파트너이자 실적 방어처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이다.
처음엔 낯설었던 그 이름 인프라코어
두산에 매각후에도 한동안 ‘대우’로 불려
인프라코어라는 이름은 2005년 두산그룹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대우종합기계는 대우중공업 건설기계사업부였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두산에 매각됐다.
두산은 “인프라 산업의 핵심(Core)으로 성장하겠다”며 사명을 바꾸고 중장비를 주력 사업으로 삼겠다고 했다.
처음엔 낯선 이름이었다.
당시 현장에선 인지도가 낮아 ‘대우’를 함께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인프라코어는 차츰 현장에 뿌리를 내렸고 업계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하게 됐다.
존재감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07년 중소형 건설장비 브랜드 밥캣을 인수하며 중대형부터 소형 장비까지 아우르는 풀라인업 체제를 완성했다.
인수 당시 3조원 안팎이던 매출은 이후 7조~8조원대로 성장했다.
전성기는 2018년이었다. 연간 영업이익 848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노르웨이에선 굴절식 덤프트럭(ADT) 40톤급 20대를 한 번에 수주하며 단일 계약으로 연간 시장 물량 전체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해 미얀마 정부에는 굴삭기 68대를 납품하기도 했다.
변곡점은 2021년이었다.
두산의 재무 악화로 두산인프라코어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당시 현대제뉴인)에 인수됐다.
글로벌 브랜드 밥캣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명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바뀌었고 실질적인 경영권은 HD현대로 넘어갔다.
브랜드 역시 2023년 정비됐다.
디벨론(Develon)이라는 새 브랜드가 출범하며 ‘두산’이 제품에서 완전히 빠졌다.
이후 사명도 HD현대인프라코어로 변경됐지만 브랜드 정체성은 이미 디벨론으로 옮겨간 상태였다.
그럼에도 인프라코어라는 이름만큼은 계속해서 불렸다.
HD현대인프라코어라는 사명이 길고 복잡해 인프라코어가 고유명사처럼 기능했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통용됐다.
브랜드로서의 역할은 줄었지만 명칭으로서의 생명력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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