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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요? 버티는 곳만 남았어요”

줄도산 위기에 빠진 골재채취업계

작성일 : 2025.12.03 04:09 수정일 : 2025.12.03 04:15

건설업계 수요 예상 못미치자
허가 업체 70%가 생산 포기

“순익이고 매출이고 지금은 그냥 버티고 있는 거예요. 못 버티면 폐업이고요”
IMF에 버금가는 건설경기 침체로 국내 골재채취업계가 벼랑 끝에 섰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거나 직전에 몰린 골재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뾰족한 대책이 없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특히 수도권 이남의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 지방 업체들은 채산성을 포기한 채 최대 80㎞에 달하는 원거리 운반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및 골재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지역 골재 생산업체들이 대거 휴‧폐업을 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바닷모래 공급의 막대한 점유비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 옹진군 해사 채취업체들도 허가받은 물량마저 반납할 정도로 극심한 수요부진에 신음 중이다.
한국골재협회 관계자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골재 주수요처인 레미콘공장과 건설현장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기존 골재채취업체들이 경기부진의 늪에 빠져 문을 닫는 중”이라며 “서울경기 북부와 서부권 그리고 용인 등 수도권은 그나마 수요가 간간히 있어서 버티고 있지만, 경상‧전라‧충청도 등 일감이 급감한 지역은 도무지 버틸 여력이 없어 휴‧폐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골재업계의 휴‧폐업 증가는 본지 구독자 중 주소이전이나 폐업 등의 이유로 반송되는 골재업체수가 최근 3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비롯해 골재산업연구원에서 품질검사를 받는 업체수의 추이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이 해마다 진행하는 품질검사를 받은 골재업체 수는 2023년 750여개에서 2024년 710여개로 감소, 올해는 680여개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골재업체의 숫자가 최근 2~3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불황으로 벼랑에 선 ‘한계 기업’이 느는 만큼 설상가상으로 운반거리도 증가하고 있다.

 

경제성 고려한 적정 운송거리 30㎞
수익성 포기하고 80㎞까지 운송하기도

통상 골재 운반의 경제성을 고려한 적정 거리는 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주∼음성(자갈), 당진∼수도권(자갈), 남원∼광양(모래) 등 최대 80㎞까지 골재를 운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운반 거리는 골재 운반 단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마땅한 수요처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미콘 제조사에 납품하는 하차기준 골재가격은 25t 덤프트럭 1대당 30만원일 때 30㎞ 거리의 운반비 10만2000원(1㎞당 200원, 25t=17㎥)을 뺀 19만8000원이 순수 골재가격이 된다. 
한데 50㎞만 넘어서면 운반비는 17만원으로 껑충 뛰면서 골재가격은 13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골재가격이 낮아지는 구조지만, 공장 가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거리 운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70∼80㎞ 거리는 운반비가 골재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회차 과정에서 다른 물품을 싣고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해 운반비를 보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지역의 한 골재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30㎞가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40㎞는 기본이고 80㎞까지도 운반한다. 골재업계도, 덤프트럭 운전기사도 수요가 없는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 적정 이윤을 맞춰가며 생존 경쟁을 하고 있지만, 손실은 불가피한 게 현실”이라며 “수익성은 악화되지만, 공장을 돌리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수요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건설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골재 수요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백철승 한국골재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골재업체들이 운반비에 따른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납품하기 위해 골재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골재 공급 기반이 무너지면 향후 건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골재 수급 불안정으로 건설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골재업체들이 지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도록 산림골재의 운영기간을 늘려주고, 건설경기를 회복시킬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년새 채취량 3분의 1로 줄어
옹진군 사용료 세입도 반토막

한편 바다골재 채취량이 급감하면서 수도권 최대 모래공급원으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징수해온 옹진군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예측했던 200억원의 공유수면 점·사용료가 100억원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2024년 11월∼2025년 11월 바닷모래 채취 허가량이 당초 542만9천㎥이었지만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소속 업체 13곳 중 12곳이 일부 물량을 반납해 236만3천㎥로 56.5% 줄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2023년 11월∼2028년 11월에 총 2천968만㎥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받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발주량이 줄어들자 허가량을 상당 부분 반납하고 있다고 옹진군은 설명했다.
바닷모래는 세척을 통해 염분을 제거한 뒤 콘크리트를 만드는 골재로 쓰인다.
옹진군은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고, 분기별로 업체로부터 1㎥당 4천775원(현재 기준)의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받고 있다.
당초 올해 본예산에서는 바닷모래 점·사용료 세외수입을 2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수입은 수산자원 조성사업 특별회계로 편성돼 100억원은 일반회계 항목으로, 나머지는 수산 종자 매입·방류 등 어민 소득 증대 사업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허가량이 줄어 실제 세외수입은 기존의 절반 수준인 100억원에 그칠 전망이어서 수산자원 조성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옹진군 관계자는 “올해는 특별회계에 안정화 기금이 남아있어 가급적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업체들이 허가량을 또 반납할 수 있어 내년 세외수입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는 수산과 특별회계로 들어가 종폐 살포 등 어민 지원 사업에 주로 사용돼왔다”며 “올해 공유수면 점·사용료가 확 줄어들어 보조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수산·어민 지원사업 등 비상
“정부 건설경기 부양정책 시급”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옹진군 덕적·굴업도 인근 바다골재 채취 허가 지역(작년 11월~올해 11월)에서 총 153만㎥의 바다골재 채취가 이뤄졌다. 
지난해 채취량(420만㎥)의 3분의 1 수준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건설협회, 레미콘협동조합 등을 상대로 바다골재를 많이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채취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 인천 골재 업체 상당수는 골재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치자 허가받은 채취량을 스스로 반납하며 일찌감치 생산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옹진군에서 5년(2023년 11월~2028년 11월)간 바다골재 채취 허가를 받은 13개 업체 가운데 9개 업체가 올해 채취량을 반납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채취를 중단했고, 상장기업 한 곳은 폐업을 준비 중이다.
골재 채취 허가를 받은 업체의 70%가 허가량을 반납하면서 애초에 542만㎥였던 올해 채취 허가량은 242만㎥로 쪼그라들었다. 
이조차 실제 채취량은 허가량의 63%에 불과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허가량 대비 평균 채취율은 94%였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관계자는 “현재 인천 골재 업계의 선박 운항 실적이나 능력으로는 연간 1500만㎥ 채취가 가능한데 올해는 10분의 1 수준의 채취량에 그치고 있다”면서 “골재를 채취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업체마다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