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진단

Home > 업계진단

미궁에 빠진 레미콘 시장

운반비 샅바싸움 강대강 대치 ‘양보는 없다’

작성일 : 2024.10.07 09:45

 

운반비 협상 2개월 넘게 실마리 못풀어
믹서트럭 기사, 준법운행에 전면휴업 강행까지

“가을성수기에 현장에 레미콘 납품 중단사태가 벌어질까봐 조마조마 하죠”

레미콘업계와 믹서트럭 기사들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시장의 혼란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운반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믹서트럭 기사들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준법운행에 이어 집단휴업을 추진중이다. 
믹서트럭이 멈춰서면, 건설현장도 작업이 중단된다. 
이번 휴업이 파업으로 판단될 경우 당국의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의 레미콘 운반비 협상은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장마철 전후로 협상을 마쳤지만, 올해는 추석을 넘어 가을 성수기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공급중단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현재 레미콘업계와 믹서트럭 기사 양측이 제안한 인상률의 간극은 7000원 수준이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11.8% 인상된 회전당 7만7530원을 요구하는 반면, 업체들은 동결 및 소폭 인상에 초점을 맞췄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협상 장기화에 강수를 두기 시작했다. 
‘준법운행’을 선언하면서, 행동을 예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남부 믹서트럭 기사들은 지난 8월말 이미 각 제조사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9월 9일부터 △차량 운행 중 도로교통법상 신호 체계 및 규정 속도 준수 △상차 후 90~120분 초과 시 예외 없이 건설현장에 보고 후 지시에 따름 △우중 타설 거부 등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레미콘업계는 믹서트럭 기사들이 단체행동을 준비하는 단계에 돌입했다고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준법운행을 선언한 것은 각 업체들에게 경고하는 행위로 보이고 있으며, 운반 개시 이후 90분 이내에 출하해야 하는 레미콘의 특성을 이용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면서 “업계 입장에서도 여유가 있다면 빠르게 인상을 협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고의적인 태업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러 운반 시간을 늦춰 굳어버린 레미콘을 전량 폐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현장의 몫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레미콘업체는 건설사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우려를 보내고 있다. 
다만 ‘준법운행은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레미콘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태업이 이뤄질 경우, 공기가 길어지는 등 비용이 커질 것”이라며 “레미콘업계와 시멘트 가격 인하 등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가급적 양 측이 타협점을 찾아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회전당 운반비 간극 2개월 넘게 좁혀지지 않아 갈등 심화
믹서트럭업계, 준법운행 등 전면휴업 불사 장기전 돌입 태세

결국 이번 준법운행 선언은 행동에 나설 명분이 없어 선택한 방법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믹서트럭 기사들은 노동당국을 통해 파업 명분 확보에 나섰지만,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믹서트럭업계에서는 준법운행 선언에 대해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믹서트럭업계 관계자는 “당초 준법운행으로 가능한 수준의 지역에 콘크리트를 공급하는데, 준법운행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사안이 아닌가”라며 잘라 말했다.
10월말부터 전면휴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에 10월하순까지 운송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전면휴업 투쟁에 돌입한다고 통보했다. 믹서트럭 기사들이 꺼낼 수 있는 가장 강수를 오픈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면휴업도 노동당국의 판단이 결정적인 요소로 남을 전망이다. 이미 믹서트럭 기사들은 근로자의 지위를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는 지난 5월 13일 레미콘운송노조가 경기지역의 레미콘 회사 111곳을 대상으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회사)는 노조로부터 교섭요구를 받았을 때, 근로자들이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노동당국의 판단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전면휴업을 파업과 동일한 형태로 볼 경우 불법행위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믹서트럭 기사들도 내부적으로 전면휴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양 측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