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현대건설기계를 바라보는 업계의 불안한 시선
작성일 : 2025.12.0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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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건설기계 제조사합병 뒤 커지는 현장 불안감
더 이상 애국심 마케팅 안 통해, 국산이든 외산이든 성능이 구매 기준
새해부터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통합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국내 건설기계 시장의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국내 건설기계업계 판도를 뒤흔들 두 회사의 통합을 둘러싸고 건설기계업계를 비롯해 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9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의결하고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새해 1월 ‘HD건설기계’로 공식 출범한다.
이제 국내에서 순수 국산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제조사는 ‘현대건설기계’ 한 곳만 남게 된 셈이다.
HD현대그룹은 이번 통합을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치열해진 중장비 시장 경쟁 속에서 ‘규모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톱10 건설기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산업계와 현장 사용자들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당시부터 예고되었던 합병후 통합법인 출범이지만 막상 건설기계업계는 불안과 불만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두 회사 제품이 뒤섞이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두 회사 제품 뒤섞여” 불만 터져 나와
실제 현대건설기계와 인프라코어의 제품 라인이 통합되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부품이 섞인 장비가 출고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30톤급 굴착기를 현대건설기계 브랜드로 구입했는데, 하부 구조나 붐·암은 인프라코어 계열의 부품이 조합된 형태로 출고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충분한 제품 테스트나 사전 공지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우리는 억대 장비를 사서 직접 테스트하는 셈”이라며 “동일한 모델이라도 사양이 제각각이어서 정비‧부품 호환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불만은 굴착기 관련 협회와 장비 사용자 모임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사단법인 굴착기협회 관계자는 “최근 회의에서도 국산 장비의 품질과 안정성 문제, 그리고 합병 이후 고객 피드백이 반영되지 않는 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제조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국산 중‧대형 굴착기 브랜드에 대한 부품 호환성, A/S 체계, 일관된 사양 제공에 대한 불만이 쌓여 왔다”고 입을 모은다.
그 결과 실제 구매자들은 품질 신뢰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 브랜드인 볼보건설기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의 점유율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창원공장을 거점으로 중대형 굴착기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유지보수 서비스와 장기 부품 보증 제도로 국내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국산 장비를 사용하던 업체들이 정비 지연이나 품질 이슈로 수입 브랜드로 갈아타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바뀐 시장 분위기, 볼보, 얀마 수혜 받나
한때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품 애용’이라는 정서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미 미니굴착기 분야에서는 일본 브랜드(히타치, 얀마, 코벨코 등)가 가격 대비 성능, 내구성, 정비 편의성에서 우위를 점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산 미니굴착기 사용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감했고, 중‧대형 장비 시장에서도 외국 브랜드로의 이동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제는 나라에 충성해서 장비를 사는 시대가 아니다. 성능과 유지비, 서비스가 전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중국산 건설기계도 빠르게 국내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타워크레인, 지게차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가격과 부품 수급 면에서 ‘실속형’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설기계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건설기계 통합이 장기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브랜드 통합 과정에서 기존 고객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더 철저한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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