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출하량 최저치, 건설한파에 꽁꽁 얼어붙어”
작성일 : 2026.03.0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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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가동률 14.4%…‘개점휴업’ 식물공장 늘어
‘해법찾기’ 한계, 정부 차원 지원책 마련 절실
‘위기의 레미콘, 돌파구를 찾아라’
국내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의 불황이 좀처럼 해결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에도 새정부 들어 주택 분양 물량이 줄고 착공 면적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하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상황이란 점이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올해 2026년 시멘트 수요는 3610만 톤으로 지난해(3650만 톤)보다 약 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 수요 역시 9110만㎥로 전년(9150만㎥) 대비 0.4% 줄어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착공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착공실적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데다 인허가·수주 등 주요 선행지표에서 뚜렷한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만큼 건설경기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멘트·레미콘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 분양시장 침체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최종 분양 물량은 약 22만4000가구로 연초 전망치(16만가구)보다는 6만가구 늘었지만, 전년 실적(24만4000가구)보다는 2만가구 줄어든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분양 물량 비중은 2022년 36%(13만 가구)에서 2024년 50%(12만5000가구)로 상승했으며, 2025년에도 약 47%(11만6000가구)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1위 이하 건설사의 분양 물량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2년 전체의 42%(15만1000가구)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8%포인트 줄어든 24%(5만9000가구)에 머물렀다.
이 같은 흐름은 202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1~30위권 건설사의 비중이 다소 확대되는 반면, 31위 이하 중소 건설사의 시장 존재감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비주거 및 공공 SOC 투자 확대, 인프라 부문 수요 확대가 단기적인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주택시장 위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택 착공 지연과 중단이 잇따르면서 생산 효율성은 떨어지고 재고 부담은 커지고, 이에 따라 시멘트·레미콘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침체 심각한 ‘수도권’ 출하량 17.9% ‘급전직하’
뚝뚝 떨어지는 수도권 레미콘, 2년 연속 20%에 육박
레미콘산업 기반의 풍향계이자 바로미터라 여겨진 ‘연간 출하량 1억㎥’ 기준선이 무너지면서 레미콘업계 전체가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한국레미콘공업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약 9300만㎥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같은 수치는 2021년(1억 4591만㎥)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로, 통계 작성 이래 산업의 양적 성장이 가장 확연하게 꺾은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레미콘업계가 공포와 충격에 휩싸인 것은 출하량 감소의 속도와 규모가 너무 급격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역대 최고치인 1억7429만㎥를 기록했던 레미콘 시장은 불과 8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특히 이번 실적은 1993년 출하량(9107만㎥)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 30년간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쌓아 올린 건설 자재 시장의 외형이 단 4년의 불황으로 초기화된 셈이다.
더 뼈아픈 대목은 국내 건설 시장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의 붕괴다.
통상 지방 건설 경기가 침체돼도 수도권의 풍부한 재개발ㆍ재건축 수요가 이를 방어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수도권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은 3850만㎥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9% 급감했다. 2024년(-19.9%)에 이어 2년 연속 20%에 육박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 역시 1993년 수도권 출하량(3843만㎥)과 맞먹는 수치다.
지금까지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그나마 버티던 수도권 프리미엄이 소멸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도권 모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레미콘업계의 수도권과 지방의 분위기는 윗목 아랫목이라 불릴 정도로 지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위기감이 컸지만, 이제 믿었던 수도권마저 2년 연속 20% 가까이 빠지면서 레미콘업체들이 느끼는 충격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건설수주ㆍ착공실적 등 선행지표 부진 이어지고
단가하락에도 운반비 올라 경영난 부채질 ‘노심초사’
이같은 충격의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레미콘 공장 가동률도 3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레미콘 공장 가동률은 14.4%에 그쳤다.
협회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최저치다.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공장은 존재하지만, 사실상 생산이 멈춘 개점휴업 상태의 식물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레미콘업계 안팎에서는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레미콘 업계는 가동률 25∼30% 수준을 정상 범위로 본다.
출하 시간제한(8ㆍ5제)에 따라 하루 8시간만 가동하고, 우천 시나 겨울철 등에는 타설이 어려워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가동률은 IMF 외환위기 시절 기록한 29.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장은 덩그러니 있지만, 생산설비가 멈춰 선 시간이 훨씬 길었다는 의미다.
채산성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레미콘 단가는 전국 평균 ㎥당 2900원 인하된 반면 운반비는 회전당 2500∼4000원 올랐다.
운송단가는 오른 반면 판매가격은 줄어든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특히, 지역 중소 레미콘사들의 고충이 심각하다.
대형 시멘트업체 계열인 다권역사는 원가 조정이나 내부 물량 배분 등으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사는 건설사와 시멘트사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탓이다.
지역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최근 품질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추가 비용 지급 없이 시멘트 함량만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며 “그만큼 생산원가 부담은 가중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레미콘 영업사원이 건설현장 유도원(신호수) 역할을 자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출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1㎥라도 더 납품하기 위한 처절한 자구책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자사 믹서트럭 진ㆍ출입 시 유도원 역할을 하고,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공사현장 바닥에 직접 물을 뿌리기도 한다”며 “영업차량에 아예 형광조끼와 경광봉 등을 싣고 다니는 직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물량이 부족한 지방에서 이 같은 현상이 주로 목격되고 있다.
레미콘업체 줄도산 현실화
30년 이상 업체들도 무너져
결국 지속된 경기불황에 한계 상황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의 줄도산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만 중소업체 3곳이 문을 닫았고, 강원 고성과 충북 충주에서는 업력 30년 이상의 업체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레미콘 업체들은 조용히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위기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폐업을 했거나 준비하는 업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 산업 붕괴 단계로 직행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협회는 조만간 전국 레미콘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영 상태 전수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시계제로라는 점이다.
선행 지표인 건설 수주와 착공 실적이 여전히 부진한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하 기대감은 있지만,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민간 주택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레미콘 수요가 반등할 모멘텀이 실종됐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전체 레미콘시장 규모가 IMF이전으로 돌아갔다”며 “단순히 물량이 줄어든 것을 넘어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는 수준까지 쪼그라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도 뚜렷한 반등 요인이 없어 1억㎥ 선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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